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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다. 12~13일 연차를 쓸 수 있는 직장인이라면 이번 연휴는 여름휴가보다 긴 9일간의 황금연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추석 등등의 표현은 차치하고라도 1년에 몇 번 볼 수 없는 가족들이 다 모이는 추석은 모든 이에게 넉넉한 가을의 풍요를 선물한다.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누구는 해외로 떠나 이국의 정취를 즐기려할 것이고, 누구는 고향을 찾는 대신 다른 어딘가에서 가족과의 정을 나눌지도 모른다. 이왕 여행할 계획이라면, 고향 고성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자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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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과 전통, 자연이 어우러진 고성
공룡엑스포 덕분에 고성은 공룡, 공룡나라 고성이라는 등식이 세워졌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고성을 찾을 때면 반드시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하이면 공룡박물관이다.
공룡박물관으로 들어서면 실물 크기의 공룡화석들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공룡발자국 화석과 공룡 디오라마들을 보고 있자면 백악기 공룡들이 뛰어다니던 세계로 뚝 떨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박물관을 나서면 거대한 공룡탑과 공룡놀이터 사이로 트리케라톱스, 이구아노돈 등 비교적 익숙한 공룡들부터 기가노토사우루스, 람베오사우루스 등등 이름 외기도 힘든 공룡들이 살아있는 듯하다.
공룡박물관 관람이 끝나면 상족암의 공룡발자국 탐방로를 따라 1억 년 전 고성을 지배했던 공룡들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룡의 보행열을 따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그림책에서만 보던 공룡 덕에 즐겁고, 어른들은 어린 시절 몽돌밭을 헤집고 달리던 천둥벌거숭이 시절이 떠올라 추억에 젖는다.
1억 년 전의 시간을 이번에는 400년 전으로 돌려보자. 학동돌담길을 들어서는 순간 일상에 지치고 찌든 마음이 정화되는 것은 찰나구나, 싶다. 수태산 줄기에서 나온 납작돌을 시루떡마냥 켜켜이 쌓고 황토로 틈새를 채워 넣은 학동돌담길은 마을 전체가 문화재다. 은은한 흙냄새를 맡으며 동네를 거닐다 보면 금방이라도 담 너머로 할머니가 “아이구, 내 강아지”하며 반길 것 같은 고향 동네다.
마을 중앙의 최필간 고가는 매사고택(梅史古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필간 고가는 땅과 하늘, 인간의 사상이 담긴 우물과 함께 17세기의 특징적 주거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아이들의 산교육장이 된다.
최필간 고가는 2011년부터 고택숙박시설로 변신, 낮에는 전통을 느끼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는 이색 숙소로 인기다.도시의 바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힐링 코스를 원한다면 숲은 어떨까. 수백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의 이름 모를 나무들 사이로 부서져 들어오는 햇살과 서걱이는 바람소리, 삐롱대는 새소리를 들으며 상리 오두산치유숲을 거닐다 보면 그동안 마음을 괴롭히던 모든 일상의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상리에서 고성읍 방향으로 조금 더 달리면 이번에는 입구에서부터 향긋한 피톤치드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갈모봉산림욕장이다. 어떤 복장이든 상관없이, 운동화 달랑 하나만 있다면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나무의 살균과 치유를 위해 나무 스스로가 만들어낸다는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키 큰 편백숲은 일상의 고민과 걱정을 덜어내고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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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에겐 즐거움, 어른에겐 추억
구경만 하는 여행이 지루한 이들에게는 농어촌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체험여행을 추천한다. 2006년 산촌생태마을, 2007년 농촌녹색체험마을, 2008년 팜스테이마을로 줄줄이 타이틀을 추가해온 무지돌이마을은 고성을 대표하는 체험마을이다. 연날리기와 제기차기, 톱연주 수업과 윷놀이는 물론이고 겨울이면 아궁이에 불을 때고 메주를 쑤는 등 다양한 농가체험이 가능하다.
마을이 생긴 지 500년이 훌쩍 넘는다. 마을 곳곳에 남은 역사의 흔적과 함께 울금, 수세미 따기 체험에 요즘은 한창 익어가는 고추따기 체험이 한창이다. 무지돌이체험마을은 아이들에게는 생전 본 적 없는 신세계요,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타임머신이다.
어촌체험도 빠질 수 없다.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드라이브만 즐겨도 좋겠는데, 체험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동화어촌체험마을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어촌체험마을이다. 호미 하나 들고 나서 한두 시간만 고생하면 바구니 두둑하게 바지락과 고둥이 쌓이는 체험은 누구든 쉽게 할 수 있다.
어두운 밤, 동화리 개펄 위로 불빛들이 어른거린다. 횃불이 흔들리나 싶다가 이내 환호가 터져나온다.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대하와 벌떡게를 잡는 횃불체험이다. 개맥이 체험과 석방렴 체험 등등 전통방식의 어로체험도 가능한 동화리 어촌체험마을은 학습의 장이기도, 체험관광의 장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재벌들이나 즐기는 줄 알았던 비싼 취미생활을 당항포에서도 즐길 수 있다. 바람을 시원하게 가르며 바다 위를 달리는 요트체험은 최근 들어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해양스포츠다.
드라마, 영화에서나 봤던 크루저요트를 타는 것도 좋고 딩기요트로 해풍을 만끽하는 것도, 온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노를 저어 바다 위를 달리는 카약체험도 좋다. 안전장비가 확실히 마련돼 있으니 온 가족이 바다 위를 가르며 신나는 연휴를 보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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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 고성의 맛
가족, 친지들이 모두 모이면 가장 즐거운 일 중에 하나가 먹는 즐거움이다. 더군다나 모든 먹을거리가 풍성한 가을, 풍요를 상징하는 한가위 아닌가.
고성에는 가을의 진객, 전어를 찾아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머리에만 깨가 서 말이요,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흔하디 흔한 말에 코웃음 치다가도 맛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수긍하게 된다. 뼈째 숭덩숭덩 썰어내는 전어회와 쫄깃하고 고소한 전어회에 아삭하고 상큼한 채소들을 무쳐낸 전어회무침,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 기름기 그득 밴 구이는 입에 한 점 넣는 것과 동시에 감탄이 새어나올 지경이다.
가을바람과 함께 고성을 찾아온 진객이 또 하나 있다. 향긋하면서도 두어 번 씹으면 은근히 배어나오는 달착지근함이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대하도 제철이다.
어찌나 싱싱한지 아무리 차가운 얼음 위에 눕혀놔도 톡톡 튀어올라 주워 올리기 바쁜 대하는 생으로 먹으면 달큰하고, 소금에 가지런히 눕혀 구워먹으면 짭쪼름하면서도 고소하다. 국물에 넣으면 아무리 요리 못하는 이의 음식이라 해도 시원한 맛이 일품인 대하는 추석 전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 맛이 단단히 든다. 뜨거워도, 뿔에 손가락을 수십 번 찔려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고성의 맛이다.
사는 게 바빠 1년에 한두 번 얼굴 보고 살기도 힘든 가족들이 겨우 모이는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고성은 유난히 활기가 넘친다. 그동안 조선경기 침체다 뭐다 고생스러웠던 일상을 뒤로 하고, 긴 추석 연휴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고성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고향 고성의 정을 듬뿍 느껴보는 것도 풍요의 계절을 즐기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