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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보람입니다

서울이용원 허종대 이발사
15세에 처음 이발기술 배운 후 이발 경력 57년
이용원은 단골 사랑방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09월 02일
ⓒ (주)고성신문사
쩔그럭거리는 가위를 잡은 소년은 열다섯살이었다. 키가 작아 한 자쯤 되는 발받침대를 놓고서야 손님들의 머리에 겨우 닿았던 허종대 소년은 지금, 70줄에 들
선 현역 허종대 이발사다.
40여년 한 자리를 뚝심있게 지킨 서외리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옆 조그만 서울이용원 안에는 오늘도 멋들어지게 머리를 다듬은 어르신들이 너털웃음을 짓는다. 
“전국에서 이발사가 몇 명 안 남았다고들 합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 일 외에 다른 일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할 줄도 몰라요. 손님들과 사는 이야기 나누면서 시원하게 머리 깎고 면도해주는 게 제일 재미난 일입니다.”
젊은 혈기에 남의 머리카락 조각 들이마셔가며 종일 서서 해야 하는 일이 싫은 순간이 왜 없었겠는가. 그래도 생각해보면 이 가위 하나에, 면도칼 한 자루에 삶의 희로애락이 다 담겼다 싶어 그만둘 수가 없었다. 사각거리며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보며 손님들은 시원해하기도 했고, 말끔해진 머리를 보며 개운한 표정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면 더 개운해지는 이발사 허종대 씨다.
“거류면 출신이에요. 어린 시절에 이발기술을 배운 후에 젊은 시절에 부산에 나가 살다가 고성으로 돌아와 이용원을 한 지가 벌써 40년이네요. 가위 잡고 밥 벌어 먹은 게 전부 57년이에요.”
미용실에 밀려 이발소, 이용원은 조금씩 자취를 감추는데도 그의 이용원은 여전히 초로의 신사들에겐 사랑방이다. 인터뷰 하는 잠깐 사이에도 모두 네 명이 허종대 씨의 이용원에 자리잡았다. 그 중에서 머리를 다듬은 사람은 둘 뿐이었다. 그런데 힐끔 보면 모두가 친구처럼 혹은 형제처럼, 아주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다.
“오래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하다 보니 단골도 아주 많아요. 사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미용실을 가지, 이발사한테 머리를 안 맡기잖아요. 그러니 다들 연배가 비슷한 손님들이 오는데 오래 다니다 보니 친구 같고 가족 같네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성에 이용원, 이발소는 많았다. 하지만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양한 헤어스타일 연출로 중무장한 미용실이 숱하게 들어서면서 이용원은 어른들이나 가는 곳이 돼버렸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이발사 본인이 즐겁고, 손님들은 여전히 그를 찾아 그의 손에서 잘리는 머리카락에 세상 개운한 표정들인데.
“전화번호 한 자리 국번을 쓰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자리에서 영업했어요. 새 건물을 짓느라 잠시 떠나있긴 했지만 이 자리도 그렇고, 또 중간에 두 번 정도 바꾸긴 했지만 이 의자나 거울이나, 생사고락을 함께 한 전우 같은 물건들이지요.”
물건도 오래 일상을 나누다 보면 사람처럼 정이 드는 법이다. 허종대 씨에게는 은빛 반짝이는 가위가 그렇고, 반질반질 길이 잘 든 가구와 의자들이 그렇다. 그의 작은 이용원 안에 있는 모든 것은 그의 가족을 먹여살렸고, 이제 그의 노후에 든든한 버팀목이자 친근한 벗이 돼준다.
“새로운 건물에서 새로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나이 70에 새로 출발하는 사람이 흔하지 않지요. 아직 저는 생생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10년 20년은 거뜬히 일할 거예요. 고성에서 최고령 이발사로 일하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그의 절그럭거리는 가위질은 오늘도 시장 골목에 울려퍼진다. 그리고 그의 사랑방 같은 가게 안에는 오늘도 그에게 머리를 맡기는 벗들로 가득하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09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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