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간
시인 이미화
화려하고 거창한 날개가 있으나 없으나
한 끼 밥심으로 산다
밥때에는 공양간이 부처님이다
목구멍이 포도청
혹자는 직장은 정의를 찾는 곳이 아니라며 어떻게든 살아남아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현실적 논리를 들이대며, 직장에서 보다 나은 근무조건, 인간다운 예우를 받기 위해 대립하고 투쟁하는 행위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 혹자는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 같은 걸 만날 때는 대의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라면 목숨 걸고 투쟁해서는 안 되고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지혜라고 말한다.
우아한 공작이 그 우아함을 접고 한 끼 밥을 위해 공양간을 찾아드는 것이 참으로 상징적이지 않는가.
한 끼 밥 힘이 아니면 제 아무리 공작이라도 하루를 버틸 수가 없다. 어쩌면 우아한 깃털을 뽐내기 위해서라도 한 끼 밥이 필요한 것이리라.
성경에서는 “너희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이 문제로 오늘도 동분서주한다. 오죽했으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먹는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체면도 문화도 있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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