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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종활산업이 뜬다

일본, 고령화로 종활이 자연스러운 사회적 분위기 조성
일본 무연고 사회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타산지석 삼아야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29일
글 싣는 순서
① 죽음,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② 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③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
④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⑤ 슈카츠 비즈니스, 왜 필요한가?
ⓒ (주)고성신문사
고령화와 핵가족화, 동북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시작된 일본의 종활은 관련 산업의 확대로 이어졌다. (위) 사후 대비 금융 상품 판매 현장 (아래) 일본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종활 상품 전시 모습
ⓒ (주)고성신문사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이 겪은 급격한 고령화는 ‘종활(終活)’을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게 만들었다. 종활은 2009년 일본의 한 주간지가 사용하기 시작한 후 일본인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종활은 일본인들에게 당연한 일이 된지 오래다. 또한 이는 경제적으로도 영향을 끼치면서 일명 슈카츠 비즈니스, 종활 산업으로 확대됐다.

# 종활산업이 자연스러운 사회
일본은 연간 125만 명이 사망하고, 2040년에는 사망자 수가 최대치인 16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일명 다사사회(多死社會)다. 또 핵가족화는 물론 개인주의 등 인간관계의 약화로 말미암은 ‘무연사회(無緣社會)’ 현상의 영향도 크다. 일본은 2010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약 480만 명이 혼자 살고 있다. 자주 볼 수 없는 자녀나 친척들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이 직접 본인의 임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종활 붐은 2010년대 들어서서 엔딩노트의 보급과 함께 본격화됐다. 장례절차나 유품정리, 유언 등 사후의 문제를 기록하는 엔딩노트는 인생의 충실한 마무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2011년 3월, 동일본을 강타하며 1만9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쓰나미에 휩쓸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대지진 참사를 계기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커졌다.
그동안 금기시됐던 죽음과 관련된 산업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맞물려 자연스럽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중노년층이 자신의 노후와 사후를 생각했을 때 작게는 전기, 수도, 인터넷 등 각종 계약의 해지나 유품 정리부터 시작해 크게는 재산 정리 등의 법적처리를 누가 대신 해줄 것인지에 대한 준비에 눈을 돌린 것이다. 
사후에 법적인 처리를 해줄 가족이 없는 독거 노인 가구가 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사업은 폭발적으로 확장됐다. 사회적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종활산업
지난 6월 17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서점에는 7월 잡지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들 중 청장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패션잡지에서도 종활 관련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는 곧 종활산업이 일본인들의 삶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반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에서는 자신의 유언장은 물론 영정사진을 업데이트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생의 마지막 모습을 화사하게 남기려 하는 고객들을 위해 메이크업과 헤어, 기모노까지 다양한 업체가 함께 움직이게 된다. 
일본의 사진촬영 업체 ‘오프시스’에는 최근 영정사진을 찍으려 오는 60~70대의 고객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물론 고객들 중 일부는 자신의 죽음을 대비하며 영정사진을 매년 다시 찍는 이들도 있다.장례서비스 전체를 상품화한 업체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장례절차는 물론 묘지나 상속, 유언, 보험, 유품 정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양성되면서 종활산업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사후 상속이나 재산처리 등을 대행하는 상품도 일반화됐다. 
일본 생명보험사인 이온의 장례서비스 대변인은 “장례식이나 사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불길한 것으로 여기는 일본인들이 많았지만 고령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면 안 된다는 일본인의 성향과 함께 자신의 사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 일본 타산지석 삼아 사회적 기반 마련 필요
24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OECD 사회통합지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은 ‘사회적 관계(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부문에서 10점 만점 중 0.2점을 받았다.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답변이 72.4%였다. 나머지 27.6%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인 데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조사대상 36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무연사회가 한국에서도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미국 통계국이 발표한 ‘늙어 가는 세계:201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50년 노인 비율은 35.9%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40.1%를 차지한 일본에 비해 세계 2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노인 비율이 7%에서 21%까지 올라가는 데 소요된 기간이 27년에 불과해,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고령화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90년 9.0%였던 우리나라 1인가구의 비중은 2013년 25.9%로 급증, 지난해에는 전체 1천877만6천가구의 27.2%가 1인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세계적으로 최고순위에 속하는 일본과 비슷하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역시 일본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개인의 죽음 준비가 사회경제에 영향 끼친다”
요리코 무토 / 일본 종활카운슬러협회장
ⓒ (주)고성신문사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에서는 인생을 충실히 마무리하기 위한 활동, 즉 종활이 확산되면서 관련 산업도 덩달아 큰 호황을 맞았다. 이에 대해 일본 종활카운슬러협회를 찾아 종활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종활에 대한 인식의 출발
저출산과 고령화, 핵가족화 등 일본인들이 종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것이 하나의 산업 분야가 되기까지 다양한 원인이 있었습니다. 동북 대지진을 겪으면서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종활에 대한 주목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핵가족화로,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사회적인 분위기로 발전하게 됐고, 일본인들은 일상적으로 종활에 대해 접하게 됩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인 겁니다.

# 종활, 왜 필요할까
종활, 다시 말해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을지는 우리 종활카운슬러들이 늘 고민하고 분석하는 분야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준비되지 않은 여생에 대한 불안을 해소함으로써 현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자신의 죽음을 자신이 준비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 가족들이 겪는 상실감이나 슬픔을 최소화하려는 태도입니다. 이는 일본인들이 개인주의적이어서가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애정과 감사의 마음에서 출발하는 거죠.

#종활이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
자신의 죽음 이후 재산 등 상속문제는 물론 법적인 문제들 역시 가족들에게는 부담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종활을 통해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고, 살아 생전 자신의 장례를 미리 준비함으로써 이러한 절차를 검토하며 소비하는 시간적 경제적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심리적 부담 역시 줄일 수 있지요. 
또 생전에 자신의 사후를 미리 준비함으로써 종활 산업 상품의 다양화는 물론 선택사항을 확대함으로써 기업들의 경제적 발달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결국 개인의 죽음 준비가 사회 경제에까지 이바지하는 겁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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