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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 좋고 물이 좋아 사철 푸른 강인한 땅, 영오면

전통 길쌈놀이 지키는 사람들,
원예특목작물로 농가소득 증대
영천강 일대 촌스런 축제,
면소재지 영오시장 풍성한 동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26일
ⓒ (주)고성신문사
이번달 내내 오락가락하며 이어지는 지리한 장맛비가 잠시 숨을 고르던 날. 마암면과 개천면을 거쳐 색색의 배롱나무길을 지나 영오면에 들어섰다. 30분이면 끝에서 끝을 가는 고성에서, 한 30분 걸리는 고성의 끝자락이다.

# 촌스럽지만 풍요로운 영천강이 흐르는 곳
옥수수며 콩이파리 끝에 매달린 빗방울이 싱그럽다. 장마철 끈적한 날씨에 불쾌감이 일었다가도 금세 가라앉을 만큼 눈 가는 곳마다 시원한 초록이 펼쳐진다.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의 연화산IC와 남해고속도로 문산 IC가 연결되는, 서부경남 교통의 요충지다. 게다가 영오면소재지 교차로에는 영오시장이며 낙안5일장 등등 면 단위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풍경들도 만날 수 있다.
면 가운데로 영오천과 영천강이 교차한다. 물이 좋다 보니 여름이면 영천강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심이 깊지도 유속이 빠르지도 않으니, 여름 한 철 물놀이하기에는 그만이다. 거기다 여름의 허리께쯤에서는 촌스런 축제까지 열리니, 몸뻬바지 입고 신나게 놀 수 있는 그야말로 ‘촌스러운’ 여름 명소다.
영현면 추계리에서 발원한 영오천과 대가면에서 발원한 영천이 영오면에서 만나 영천강을 이룬다. 고마리와 마름, 검정말, 물수세미, 자라풀, 나사말, 애기가래 등등 다양한 종의 수생식물들이 살아 보존가치가 높다. 그건 둘째 치고, 영천강 덕에 땅이 기름지고 비옥하니 농사가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면 소재지에서 단 1㎞만 벗어나도 비닐하우스들이 즐비하다. 논농사는 기본이고, 애호박이며 파프리카, 딸기 등등 원예특목작물들의 재배도 활발하다. 면의 규모는 작아도 특목작물이 잘 되니 살림은 다들 살만 하다.

# 정 넘치고 깨끗한 전통시장이 있는 곳
영산리 낙안마을의 면소재지 사거리를 휘 둘러보면 영오시장이라는 키 큰 표지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영오시장은 2일과 7일 열리는 5일장이다.
호박이며 고추, 배, 감 등등 영오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물론이고 고성군내 바닷가마을에서 바로 공수한 싱싱한 해산물도 넘쳐나는 풍족한 시장이다.
워낙에 풍성하고 인심 좋은 동네다 보니 지금이야 돈으로 사지만 옛날 옛적에는 물물교환도 참 많이 했단다. 이를 테면 감 몇 알을 주고 생선 두어 마리를 사들고 오고, 호박 몇 개 건네면 고기를 얼마쯤 끊어오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 영오면 작은 지역의 시장 치고는 아주 현대적이다. 시장 면적은 1천307㎡에 건축면적 510.91㎡인데, 20여년 전만 해도 그냥 노점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7년 1월, 현대식 건물로 싹 탈바꿈하고 나니 고성사람들은 물론이고 진주사람들까지 찾아드는 시장이 됐다. 인접한 면만 해도 영현면, 대가면 등등 5개 정도 되니 장이 서는 날이면 영오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여전히 꽤 있다.
바구니에 잘 익은 과실과 채소들을 올려놓고 손님을 부르는 할매들 모습만 구경해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전통시장의 재미는 누가 뭐라 해도 흥정 붙이기다. 영오시장도 마찬가지. 지금이야 사람이 줄어들면서 북적이는 모습은 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장이 서는 날에는 한두 개 더 넣어주고, 몇 백원 깎아주는 재미가 넘치는 시장이다.

# 전통을 지키며 변화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영오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오동리의 삼베는 아예 동네 별명이 오동삼베마을로 붙어있을 정도다. 오동마을 100여 가구 중 절반 정도가 삼베를 재배한다.
소서가 지나면 2m가 넘게 훌쩍 자란 대마를 거둬들인다. 삼잎을 낫도 칼도 아닌 삼칼로 베어내고 다발을 만든 후 삼굿에 넣고 오랫동안 푹 고다시피 삶아내고 껍질을 벗긴다. 그리고는 다시 말려내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말린 삼줄기를 일일이 손으로 꼬고 무릎에 비벼가며 삼실을 만들고 이걸 엮어야만 비로소 우리가 아는 삼베가 탄생하는 것이다. 오동마을에서는 삼베 생산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마을 남자들이 삼을 베는 시늉을 하면 여자들은 삼을 꼬고 삼을 삼는 시늉을 하며 베틀노래를 합창한다. 그리고 직접 짠 삼베옷을 차려입고 삼베의 신과 마을 수호신에게 고사를 지낸다. 삼밭매기, 삼잎치기에 이어 삼굿, 삼삼기, 베짜기 등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거치는 것이 오동마을의 길쌈놀이다.

ⓒ (주)고성신문사
# 풍요와 평화의 고장 영오면
면사무소 앞에서 동네를 둘러보자니, 다른 면사무소와는 조금 달라보인다. 찬찬히 훑어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영오면민헌장. 그런 것이 있었던가 싶은데, 이게 또 면에서 세운 게 아니라 개인 기증으로 세운 것이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 사이로 두 사람의 어르신이 두런거리며 다가온다. 한 분은 이 면민헌장을 기증한 어른이고 한 분은 지금 노인회를 이끄는 노인회장님이다.
“14년쯤 됐나. 내가 노인회장할 때니까 옳지, 그 정도 됐네. 면민의 날 행사를 하는데 아무래도 뭔가 허전한 기라. 그래서 생각 끝에 산청에서 저 돌을 사와가 석공한테 면민헌장을 파달라 캤지.”
김인선 전 회장은 오롯이 사비를 털어 이 면민헌장을 마련하고, 면에다 기증했다. 오로지 면민들의 화합을 위해서다.
“지역에서 그래도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이런 거를 안 하모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을 존경하고 따르긋나. 그러니까 이 어른이 진짜 어른이지.”
지금 노인회장인 박세요 회장은 김인선 전 회장의 공을 치하한다. 이게 영오면민의 정이고, 인심이다.
“지역신문은 지역을 철저히 되돌아보고 지역민들 목소리를 제대로 내게 도와주는 기 그 역할 아이가. 젊은 사람들은 노인네들 공경하고 노인네들은 지역 어른으로서 젊은 사람들 믿고 도와줄 수 있게, 고성신문이 더 열심히 뛰어주소.”
김인선 회장님, 고성신문, 앞으로도 발바닥에 불 나도록 뛰겠습니다.
“고성신문이 벌써 스물닷살이라꼬? 내 우리 경로당에서도 고성신문 매주 챙기보는데, 돈 안 쫓아가고 지역민들 이야기 써주는 기 참 좋드라. 독자들한테 좋은 소식 알려주고, 항상 군민들 잘 대변해주소.”
박세요 회장님 당부다. 예, 그러겠습니다. 고성신문은 항상 군민들 편에 서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영오면은 특이하지는 않지만 참 특별하다. 고성군내 다른 면들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 농촌지역인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의 속도는 어느 지역보다 빠르다. 그게 영오면의 경쟁력이다.


“생산량 좋고 소득 보장되는 영오 애호박”
박석원 고성군호박작목반장
ⓒ (주)고성신문사

“다른 작물로 갈아탈 줄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이 우직하기도 하고, 농사만큼 정직한 일도 없으니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회원 130여 명의 고성군호박작목반은 영오면을 중심으로 개천, 영현까지 퍼져있다. 그 중에서도 영오면 작목반이 100명 정도 되니 고성군내에서 영오면 호박이 차지하는 비율은 짐작하고도 남음직하다. 영오면 박석원 반장은 이들을 이끄는 작목반장이다.
“어느 면엘 가도 60대면 청년입니다. 하지만 영오면은 조금 달라요. 호박작목반에는 40대도 더러 있습니다. 애호박이 손도 많이 가고 일이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그만큼 수확과 수입이 보장됩니다. 기대한 만큼 돌아오니 젊은 사람들도 도전하는 품목이지요.”
노력한 만큼 결과를 내는 것, 그 당연한 일이 요즘은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 그러나 땀흘린 만큼 호박은 풍성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니 말 그대로 넝쿨째 굴러온 호박이다.
박 반장은 사실 영오면에서 지금 재배하는 호박 종자를 처음 보급한 인물이다. 벌써 25년쯤 전의 일이다.
“생산량이 좋고 수입이 보장되는 종자 보급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젊은 혈기에 참 많이 뛰어다녔습니다. 다른 품종보다 손이 덜 가면서도 튼튼해서 병해충 피해가 적고, 수확량은 보장되는 품종을 찾아야 했지요. 노력한 만큼 지금 영오면은 물론이고 고성군 호박 농사가 자리잡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박 반장이 이끄는 호박작목반의 생산품은 ‘공룡나라애호박’이라는 이름으로 동고성농협을 통해 팔려나간다. 작목반 이름 그리고 고성을 대표하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물 주는 것조차도 허투루 할 수가 없다.
“신문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고성사람들인 기자들이 있고, 고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상은 군민들의 권익 대변을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군민의 한 사람이자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군민의 목소리,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지역 정론지가 돼주시기 바랍니다. 고성신문 25주년을 축하합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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