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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 갈모봉, 매바위산, 봉화산, 산이 세 개라 삼산면이라 했다. 고성읍 제일 번화가에서 5분 남짓한 판곡리부터 시작해 15분 20분이면 닿는 미룡리와 두포리까지, 수남리를 거쳐 가건 상리 부포를 거쳐 가건 전부 그다지 멀지 않다. 어느 길로 가건 비릿하지만 기분 좋은 갯내음이 코 끝을 간지럽히는 동네다.
고성만과 자란만이 이어지는 한려수도를 끼고 있다. 조약돌들을 늘어놓은 것마냥 크고 작은 섬들이 즐비하다. 유인도인 와도를 제외하면 나비섬과 문래섬, 팥섬, 보리섬, 토끼섬, 밤섬 등등 13개 섬 전부가 무인도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그 풍경이 가히 절경이다. 동해처럼 시원한 수평선은 아니어도 멀리, 닿을 듯이 보이는 섬들이 점점이 바다를 수놓는다.
#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자연의 동네, 삼산면
인구는 1천800명 남짓인 시골마을이지만 힘 쓰는 일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젊은 남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예전의 어업은 오로지 ‘힘’이었다. 그물을 던지고 끌어올리는 과정들이 모두 힘으로 승부가 갈리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얼마 전까지 도다리 잡던 사람이 오늘은 꽁치를 잡는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업도 기계화되면서 어종을 바꾸려면 기계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 그러니 어민들은 어종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계에 밝은 젊은 사람들이 일하기 좋다. 전통적인 어획은 물론이고 대량 포획도 가능해졌고,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잡는 어업은 물론이고 양식도 발달하기 시작했다. 바다에 접하면서도 마을마다 민물 하천이 지나니 땅이 비옥하다. 자연스럽게 농사도 지으면서 어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는 갯장어 복원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평생 물고기만 잡은 사람들이라 씨알을 연구하는 등등의 전문적인 일은 못해도 어민들은 국립수산과학원과 함께 갯장어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환경적인 요인도 물론이지만 너무 많은 양을 한 번에 잡으면 갯장어 씨가 마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일정 크기 이하의 갯장어는 잡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시기, 조업이 가능한 구역도 정해놓는 등 남획을 방지해 갯장어를 되살리는 것이다. 자연의 순환으로 갯장어가 되돌아오게 한다는 계획이다.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땅과 바다, 자연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갯장어가 다시 삼산면 바다를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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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과 멋, 넉넉한 자원으로 풍족한 동네
여름의 시작과 동시에 삼산면은 붐비기 시작한다. 갯장어, 일명 하모는 삼산면에서만 나는 것도 아닌데, 삼산면 하모하면 전국에서 알아준다. 한동안은 일본에 수출하느라 국내에서는 팔 물량이 없어 맛도 못봤다나. 미식의 나라 일본에서 최고로 치는 갯장어라니, 그 품질이며 맛은 보장된 것 아닌가.큰뼈만 슥슥 제거하고 숭덩숭덩 썰면 쫄깃함이 눈에 보일 정도다. 갯장어회 한 점을 입에 넣으면 탱글함에 놀라고, 고소함에 놀라고, 입안 가득 퍼지는 단 맛에 또 한 번 놀란다.
잔뼈의 반대방향으로 자잘하게 썰어 밑국물에 살짝 데치면 갯장어 꽃이 활짝 핀다. 그 쫄깃함이 회와는 또 다른, 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다. 갯장어 하나로 회에다 샤부샤부, 무침에 덮밥에, 요리하기따라 수십가지 음식이 탄생한다.
삼산면에 갯장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겨울이면 뽀얗게 탱글탱글한 바다의 우유, 굴이 나고, 봄이면 쑥과 찰떡궁합인 도다리가, 여름이면 갯장어에, 가을에 들어서면 향긋하고 고소한 새우가 식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그게 다가 아니다. 국물요리에 몇 알 넣으면 시원한 맛이 일품인 바지락은 늦겨울부터 봄까지 지천이고, 가을이면 꽁치떼가 방파제마다 은빛 물결을 만들어낸다. 꽁치들이 지나가고 난 늦가을부터는 구워도 삶아도 죽을 쒀도 맛있는 가리비가 난다.
그렇다고 삼산면에 해산물만 나는 것은 또 아니다. 벼농사는 기본이고 해풍 맞고 자라는 취나물에 봄이면 빨갛게 맺히는 딸기까지, 농산물도 풍성하다.
사실 삼산면 군령포와 포교마을 뒷산인 봉화산 중턱에는 금, 은, 동, 아연 등등 광물이 풍부해 100년 전부터 광공업이 성업했다. 그때 있던 진흥광업의 채광 규모가 우리나라 5대 광산 중 하나로 꼽혔다. 특히나 여기서 생산된 동은 생산량으로나 품질로나 전국 제일이었으니, 당시 삼산면민들의 든든한 살림밑천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농수산업에 광업까지 골고루 발달한 삼산면은 사람으로 치자면 못하는 것 없는 팔방미인이다.
#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생각이 젊은 삼산면
삼산면에선 농사만 짓거나 물고기만 잡는 것이 아니다. 여름이면 횟집이 성업한다. 봄가을이면 바지락 캐기 체험이나 갯벌 체험을 위해 삼산면을 찾는 관광객이 넘치고, 싱싱한 해산물을 싼 값에 넉넉히 살 수 있으니 상업도 번성 중이다.
전형적인 농어촌이라면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향해 동네가 텅 빈다는데, 읍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 덕분에 삼산면에 적을 두고 사는 젊은 사람들도 많다. 30~40대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귀어귀촌사업도 진행돼 어촌으로 들어와서 어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원도 되니 일석 이삼조쯤 되고, 그러니 사람들은 삼산면을 택해 찾아들게 된다.젊은이들이 많은 동네는 활기차기 마련이다.
사람이 많아지면 충돌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삼산면 사람들은 그런 다툼도 면의 발전을 위한 것이니 다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극히 젊은 생각이다. 어찌 보면 그런 생각의 젊음이 삼산면에 조금씩 더 생기를 불어넣는 건지도 모른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젊은 마을을 만들겠습니다”
이종진 삼산면 두포어촌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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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물량장 등 기반 여건이 마련돼야겠지요. 기반 시설만 마련된다면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유입되고, 그러면 정보 교류는 물론이고 활기까지 넘치게 되지 않을까요?”
연령이 높으면 보통은 정보에 약하고 전통적인 기술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이종진 어촌계장은 젊다. 다른 지역의 어민들이 평균 60~70대라고, 어촌이 늙어가고 있다는데 젊은 계장이라 그가 있는 포교마을이 더욱 활기찬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획 후 자체 유통까지 가능하려면 물량장은 꼭 필요합니다. 그러면 우리 동네가 활력을 띄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젊은 사람들은 우리 마을로 들어오게 될 겁니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릴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두포리 포교마을은 내리막을 내달려야 만날 수 있는, 바다쪽으로 쑥 꺼져있는 독특한 마을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담한 마을이 바다에 폭 둘러싸여있다. 앞뒤로 바다니, 자연스럽게 어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은 만이라 물고기들이 들어오는 구조, 한 쪽은 망망대해라 원거리 어업이 가능한 마을이다.
“지형적 특성 덕분에 수산자원이 풍부하고, 이런 환경적 이점 덕분에 포교마을은 이를 활용한 어업과 상업이 동시에 발전한 동네입니다. 인근의 다른 마을들보다 활기찬 동네지요. 이런 활기가 유지되려면 어족 자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어민들 스스로가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실은 태풍 매미가 마을을 휩쓸기 전까지는 포교마을 역시 그냥 그런 시골마을의 풍경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후 마을은 오히려 문화마을로 새단장하게 됐다. 어찌 보면 전화위복이었는지도 모른다.포교마을은 주말이면 낚시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족 자원이 풍부하니 일거리가 사철 이어지고, 주민들의 일상은 풍족해진다. 그러면 또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마을은 점차 젊어질 것이다. 어쩌면 이게 우리 고성군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닐까, 싶다.
“서민들 특히 우리처럼 바다에서 논밭에서 삶을 일구는 사람들에게 지역의 변화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정보를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접하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니 고성신문 같은 지역 언론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지난 사반세기동안 고성신문이 그 역할을 담당해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지역민의 정보 창구 역할을 잘 해주시기 바랍니다. 고성신문 창간 25주년을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