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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 小暑
맑은 하늘
소나기가 한바탕
덮치고 도망간 거리
햇볕에 다시 제 몸
말리고 있는 小暑
백미러 효과?
여름 더위가 시작되자 도심에 한바탕 소나기가 왔나 보다. 정원수들이 소나기를 받아들여 생기를 띠고, 아스팔트도 잠시 숨을 돌린 듯하다. 여름 무더위가 막 시작되는 소서의 풍경이 선명하다.
자동차 백미러 빗방울들이 선명하다. 방금 소나기가 왔음을 거울로 비춰주는 것 같다. 백미러에 담긴 신호등과 또 다른 승용차들의 모습이 마치 동화나라에 온 것 같다. 백미러 밖의 현실과 백미러 안의 판타지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 디카시는 고단한 현실을 잠시 뒤로 하고, 여름날의 낭만적 풍경을 연출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현실은 현실인데, 백미러에 담긴 현실은 판타지다. 시인의 마음에 담긴 현실은 때로 판타지가 되는 것이다. 시인의 마음을 통해 현실은 예술로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니까. 이 세상에 판타지가 없으면 얼마나 삭막할까. 백미러의 판타지가 신선하지 않는가.
小暑라는 일상적 의미가 시인의 마음을 통해서 새롭게 빚어진 특별한 小暑로 드러난다. 이것도 백미러 효과일까. 소서는 장마를 부르고 스스로 젖는다. 또 햇볕을 불러 스스로 몸을 말린다. 한 마디로 패러독스하다. 백미러 빗방울의 클로즈업과 함께 소서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함의가 풍부한 디카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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