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고성신문사 |
|
|
 |
|
ⓒ (주)고성신문사 |
| 이지현 경사고성경찰서 공룡지구대
물감과 붓을 잡던 손에 경광봉이, 때로는 공기총이 들린다. 미대 출신의 경찰,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니.
고성경찰서 공룡지구대 이지현 경사는 한때 디자이너를 꿈꾸던 미술학도에서 지금은 경찰로 변신한,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점은 비번이면 고성군 곳곳을 다니며 군민들의 얼굴을 그리고 그 그림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군민들께 초상화를 그려 드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시작한 일인데 그림을 받으시는 분들의 표정을 보니 제가 더 행복해지더라고요.”
이지현 경사의 초상화 봉사는 아주 우연히 시작됐다. 교육을 하러 왔던 강사가 이지현 경사의 이력을 듣고는 그림 한 장 그려달라 했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예전 미술공부를 하던 시절도 떠오르면서 재미있더란다.
통영 출신의 이지현 경사는 디자인 공부를 위해 미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신입생이었던 해에 IMF가 터졌고, 그의 꿈은 그냥 꿈으로 접어둬야 했다. 그리고 해경에 입대했다. 가까이서 본 경찰은 강인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경찰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사정으로 꿈을 접었으니 그림을 그리고 싶었겠습니까. 붓을 놓고 근 20년이 지나서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거였어요.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닌 초상화 한 장일지 몰라도 받는 분들께는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에 힘들지도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해학당 할머니들 단체 초상화도 그려드리고, 지역 어르신들께 초상화 선물도 자주 했다. 경찰 경력이 쌓이면서 바빠지고, 그래서 요즘은 한 달에 한 장 정도 초상화를 완성한다.사실 그의 이런 활동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어르신들은 영정사진처럼 받아들이기도 했고, 돈 들이고 시간 들여 저게 뭐 하는 짓이냐고도 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댁까지 모셔다 드린 적이 있어요. 댁에 가서 보니 어르신 사진이 단한 장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초상화를 그려 선물해드렸더니 아이처럼 좋아하시더라고요.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에, 계속 이렇게 그림을 그리게 되네요.”
이런 그의 노력은 지난 6일, 국제로타리 3590지구 고성로타리클럽 행사 당시 모범공무원상으로 되돌아왔다. 상금도 받았다. 상금을 어찌 쓸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봉사하면서 받은 상금이니 큰 돈은 아니어도 나눠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 길로 그는 고성신문을 찾아와 열지도 않은 봉투를 그대로 기탁했다.
“이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초상화를 선물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모습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본업인 경찰 역시 소홀해서는 안 되지요. 지금보다 조금 더 바쁘고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분들께 기쁨을 한 장 더 나눌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