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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활 산업의 확대, ‘잘 죽는 법’을 미리 찾는 일본인들

배우자 대신 무덤친구 찾는 일본인
우주장 월장 엔딩 드레스 등 종활 산업 성장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16일
글 싣는 순서
① 죽음,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② 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③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
④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⑤ 슈카츠 비즈니스, 왜 필요한가?

지난 5월 일본 총무성의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920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인 26.7%를 기록했다. 일본의 고령화는 EU의 2배, 미국에 비하면 3배의 속도이며, 독거노인의 수도 600만 명에 이른다.
이런 사회적 문제는 본인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고, 사후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종활(終活) 산업의 발전을 불러왔다.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장례 준비, 재산 분배 등의 내용을 담은 엔딩노트 기록은 물론 관을 고르고 유골을 우주로 보내는 등 다양한 장례상품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 (주)고성신문사
# 스스로 준비하는 마지막, 종활 투어
도쿄도청 근방의 한 주차장에 반백의 여행객들이 주를 이루는 단체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60대다. 드문드문 40대 젊은 참가자도 눈에 띈다. 그 중 여성은 80%를 차지한다. 독거노인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탓이다.
도쿄도청에서 출발한 투어는 종합장례시설로 이동한다. 장례식장과 묘지, 납골당을 두루 갖춘 장례시설에는 가족이나 후손이 없이도 묘지를 관리할 수 있는 영구공양무덤이 특히 참가자들의 관심을 끈다. 이 시설의 무덤 중 1차 판매분은 이미 완판됐고, 2차 판매분 역시 60% 가량은 판매된 상태다. 
1인용 묘지는 물론 4인용 가족 묘지도 갖추고 있고, 애완동물과 묻힐 수 있는 묘지도 있다. 2인 기준 한화로 약 1천500만 원 가량이다.
이동 중에는 버스 안에서 미니 세미나가 열린다. 장례절차는 물론 본인의 장례 후 남은 가족들에게 남겨둘 자산이나 절차 등에 대해 간단한 설명과 함께 퀴즈도 풀어본다.
이 독특한 여행은 일본의 한 여행사가 판매하는, 일명 ‘잘 죽는 법’을 배우는 종활투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 종활투어는 처음에는 종활강좌로 시작했다. 이후 단순한 강좌에서 벗어나 직접 자신의 장례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강좌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자연장에 초점을 맞춰 투어상품을 개발했다.
이후 2014년부터는 수목장묘원을 둘러보며 수목장을 중심으로 한 자연장 투어를 시작했고, 이어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바다장 투어상품도 등장했다. 물론 자신의 장례를 미리 체험하는 투어상품이기 때문에 꽃잎으로 유해를 대신한다.
점심식사를 포함해 도쿄 인근의 종활 시설을 둘러보고 세미나 및 체험하는 데 드는 참가비는 1인당 한화로 6만~9만 원 정도다.
버스투어를 개발한 여행사의 담당자는 “일부 여성들은 남편과 함께 묻히고 싶지 않다며, 하카모토라고 불리는 무덤친구를 구하기도 하고, 죽기 전 자신의 장례를 미리 체험해보는 생전식(生前式)을 치르는 사람들도 있다”며, “종활 붐이 시작된 2010년대 초반부터 이렇게 새로운 장례문화가 시작됐으며,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런 종활이 그다지 낯설지 않다”고 설명했다.

ⓒ (주)고성신문사
# 죽음을 미리 관람하는 엔덱스
일본 정부는 2030년에는 연간 사망자 수가 16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2040년경이면 167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때문에 일본 기업가들에게 종활 붐은 기회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장례문화박람회 일명 ‘엔덱스’가 개최된다. 종활 페스티벌로도 불리는 이 엔덱스는 종활카운슬러협회가 2013년부터 개최한 박람회다.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엔덱스에는 220여 기업이 참여했다. 행사 조직위원회 측은 죽음 산업의 규모를 410억 달러(약 48조 원)로 추산했다.
엔덱스에는 수의 대신 화려한 디자인과 질 좋은 실크로 눈길을 끄는 엔딩 드레스, 영정사진 전문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동원되는 시니어 전문사진관, 사후 유품이나 사망 현장을 정리해주는 정리업체 등이 참여한다.
또한 최신 모델의 영구차와 종이로 만든 친환경 관은 물론 새로운 디자인의 묘석, 자신의 장례식에 찾은 문상객들에게 대접할 커피를 직접 고르도록 한 커피 전문업체도 있다. 망자의 머리카락이나 유골을 고객의 요구에 따라 주황색, 청색, 녹색 등 다양한 색깔의 인조 다이아몬드를 다양한 규격으로 제작해주는 회사도 엔덱스의 관심 코너 중 하나다. 
남들과 다른 장례식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작은 금속 유골함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내면 로켓이 지구궤도로 재진입할 때 소각되는 우주추도식 업체도 있다. 유골을 인공위성에 얹은 후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240년 간 유골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상품이나 유해를 달에 보관하는 상품도 있다. 이런 우주장은 가장 저렴한 패키지가 한화 450만 원, 가장 비싼 월장(月葬)은 한화로 2천500만 원에 달하지만 엔덱스 관람객들에게는 최고의 인기 코너다.
엔덱스를 주최하는 종활카운슬러협회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핵가족화, 동북 대지진 등 많은 요인들로 연령을 불문하고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사회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급속도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능력있는 단카이세대의 장례가 본격화되는 시기에는 이러한 종활 산업이 이미 자리잡아 자신의 사후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는 엔딩 드레스”
나카타 히사코 파이널 쿠튀르 대표·디자이너
ⓒ (주)고성신문사

“엔딩 드레스는 죽음 이후에 입는 옷으로, 수의와 쓰임은 같을지 몰라도 다소 화려하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다는 점에서 본인은 물론 유가족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엔딩 드레스가 등장해 노년층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엔딩 드레스를 선보인 이는 나카타 히사코 씨. 그녀는 원래 여성복 디자이너로 40년을 일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고 생각하니 가장 우울한 것이 똑같은 모양의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간다는 점이었어요. 마침 남들과 다른 마지막 순간을 맞고 싶어하는 분들의 의뢰도 있었고요. 유가족들과 문상객들에게 초라한 모습 대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욕구가 엔딩 드레스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녀의 엔딩 드레스는 언뜻 보기에는 주로 실크를 소재로, 화려한 레이스와 러플로 장식된 서양식 드레스다. 그러나 이미 경직이 시작된 사망자의 시신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뒤쪽은 트여있는 형태다. 엔딩 드레스에 맞춰 화사한 화장을 하고 머리 모양도 바꾼다. 디자인이 화려해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지만 최근에는 남성들의 문의도 많다.
“일본은 아시다시피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입니다. 그러니 장례문화의 변화도 굉장히 빠르고, 종활 산업의 확대도 빨라요. 엔딩 드레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실크로 제작하지만 일부에서는 종이로 제작하기도 해요. 남들과 다른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의 바람이지요.”
죽음 이후, 장례에서 입는 엔딩 드레스의 특성상 초반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죽음을 이용해 장사를 한다는 일부의 눈총에도 그녀는 엔딩 드레스를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내의 죽음을 앞두고 남편이 엔딩 드레스를 주문한 고객이 있습니다. 노부부였는데 아내의 뜻이기도 했지만 아내의 마지막을 누구보다 화려하고 아름답게 준비해주고 싶다며 남편이 주문한 경우였는데요. 몇 달동안 디자인과 소재에 대해서 협의한 끝에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장례 후에 남편이 울면서 전화하셨더군요. 아내의 마지막 순간이 너무도 아름다웠고 감사하다면서요. 그게 제 보람입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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