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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잠자리
김영빈
시든 꽃잎처럼 꼬깃해진
육신의 허물을 벗고
이젠 바람이 되려느냐네
고향, 남강 물결에 살랑이는
윤슬이 되려느냐
감사의 입맞춤
장엄한 모습이다. 양지 바른 바위 위에서 물잠자리의 한 생이 끝나고 있다. 환한 남강이 그림 같이 아름다운 어느 날이다.
바위에 마지막 입맞춤 하며 지상과 결별하는 것이다. 이제 바람이 되고 물결에 살랑이는 윤슬이 되려고 한다.
누구처럼 병원에 가지도 않았다. 산소 호흡기를 달고 연명 치료도 하지 않았다. 간병인도 없다.
혼자 왔으니 그냥 혼자 가면서도 그렇게 안타까워하지도 않고, 후회할 것도 없다. 참, 아름다운 죽음이다.
원래 죽음은 저러해야 하거늘, 언제부턴가 인간의 죽음은 왜 그렇게 인위적인 것이 되었는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왜 생겼는가. 죽어서 바람이 되고 윤슬이 되면 그게 더 나은 삶일 것인데, 왜 인간은 지상에만 그렇게들 집착하는 것인가.
항암치료를 받아 머리가 빠져야 하는가. 자연이 허락해준 분량만큼만 살다가 하늘이 부르시면 양지 바른 바위 위에서 혼자 저렇게 감사의 입맞춤을 하고 요란스럽지 않게 훨훨 떠나갈 수는 없는 것인가.
지상에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만큼 죽음을 제대로 맞이할 줄 모르는 생명체는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죽음을 순리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물잠자리에게라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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