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폐막한 2016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성공적이었다는 자평 속에 군민 감사 이벤트까지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엑스포는 지난 세 번의 개로 쌓인 노하우와 기반시설을 십분 활용해 공룡나라 고성을 전국을 넘어 세계에 알리는 기회였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 ‘공룡=고성’ 브랜드화 성공
3년 주기로, 애초 지난해 4월 개최해야 했던 엑스포는 전국을 휩쓴 메르스 강풍으로 1년 늦게 관람객들을 찾았다. 그동안의 엑스포 개최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덕분도 있지만 ‘공룡’하면 ‘경남 고성’이라는 공식이 이제 서서히 굳어지는 분위기도 이번 공룡엑스포의 관람객 동원에 한몫 했다.
올해 공룡엑스포를 찾은 관람객은 약 153만 명으로, 당초 목표했던 180만 명에는 약간 못 미치는 수치다. 그러나 지난 엑스포 당시 조성된 기반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시설에의 투자를 줄이고, 의전을 간소화해 최소의 비용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특히 개막식과 폐막식의 가수 공연 등을 과감하게 폐지하고, 행사에 사용되던 비용을 엑스포 행사 중 진행된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에 투입함으로써 관람객들의 볼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
# 기반시설 활용으로 예산 절감
공룡엑스포는 지난 3회의 엑스포를 개최하며 공룡나라식물원, 한반도공룡발자국화석관, 엑스포주제관 등 기반시설이 이미 마련돼있다. 올해 엑스포 역시 기존에 조성된 시설들을 보수해 진행됨으로써 시설에 투입된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절약된 예산은 국내 특히 지역행사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미디어파사드쇼, 빛레이저쇼 등의 프로그램에 투입되면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또한 주간에만 개최된 이전의 엑스포와는 달리 이번 엑스포는 꼬마전구나 일루미네이션을 이용한 색다른 빛 경관을 조성하고, 처음으로 야간개장을 진행했다.
덕분에 종전의 가족형 엑스포에서 탈피해 친구나 연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밤풍경을 선사하는 등 관람객의 폭을 확대할 수 있었다.
# 지역민 참여형 공룡엑스포
이번 엑스포에서는 행사진행요원 선발 당시부터 군민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등 지역민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엑스포였다. 식음시설 등의 부스도 고성군민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지역민 참여형 엑스포로 운영됐다.
또한 그동안 계속해 지적돼온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련해 이번 엑스포에서는 고성시장상품권, 고성사랑상품권 10만 장을 제작해 5만 원 이상 입장권을 구매한 관람객이나 추첨, 이벤트에 참가한 관람객들에게 일정 금액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상품권은 외지 상점이 많은 행사장 내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했으나 고성군내 시장과 고성에 사업자등록을 해둔 모든 업소에서 사용이 가능해 지역 상권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번 공룡엑스포에 투입된 사업비는 국비와 군비를 포함해 총 94억 원이었다. 행사 중 입장권 판매, 식음시설 운영, 부스 임대사업 등을 통해 얻은 총매출은 141억 원으로 집계됐고, 이 중 엑스포조직위의 수익은 101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 슈빌 매너티 감감무소식, 관리미흡
이번 엑스포에서 기대를 모은 전시관은 많았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시선이 몰린 곳은 탄자니아 출신 슈빌 한 쌍이 전시 예정이었던 디노 아쿠아리움이었다. 특히 싱가포르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당항포를 통해 국내에 공개되는 슈빌은 몸값이 1억 원에 달한다는 것은 물론 공룡의 후예라는 별명으로 방송에서도 소개될 정도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엑스포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슈빌은 행사 전 당항포에 입성하지 못했다. 일본 내에서의 통관 절차 및 탄자니아 업체 측의 서류 미비로 말미암은 입국지연이었으나 일부에서는 엑스포가 시작되기 전 이러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전시가 된 상태에서 공개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슈빌은 결국 엑스포 개막 3주가 지나서야 한 마리만 반입이 결정돼 4월 24일 일반에 공개됐다. 그나마도 한 마리는 결국 국내에 반입되지 못했다. 새끼를 안고 젖을 먹이는 모습이 사람과 닮았다며 인어로 불리는 매너티 역시 슈빌과 같은 이유로 디노아쿠아리움에는 입성하지 못했다.
또한 국내 최장 다람쥐 탐방로를 설치해 엑스포 시작과 동시에 50여 마리의 살아있는 다람쥐를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수급업체 측의 문제로 다람쥐 반입 역시 일주일가량 늦어지는 등 전시동물들의 엑스포 입성이 늦어지면서 관람객들의 원성을 샀다.엑스포 행사장 내 동물들의 수난은 행사 초반부터 이어졌다.
행사가 시작된 첫 주말부터 독일 자이언트 토끼 한 마리가 갑자기 울린 소방벨 소리에 놀라 죽는 상황이 발생했고, 다람쥐들 중 어린 다람쥐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어 죽었다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아쿠아리움 내에서는 행사 초반 물고기들의 사체가 떠다니는 등 엑스포조직위의 관리 미흡으로 인해 관람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이 종종 생기기도 했다.
# 입장권 강매 논란 벗어나려 소극적 전략?
그동안 엑스포 입장권 강매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때문에 올해 엑스포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강매 논란을 없애기 위해 군의회 의원들, 공무원을 비롯해 엑스포조직위 관계자들의 입장권 판매 노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오히려 엑스포 입장권의 판매 저조라는 문제와 마주치게 됐다.
특히 지난 2012공룡엑스포 당시에 비해 전체 입장권 예매의 목표치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량에 대한 달성비율은 낮아 공무원 및 조직위 관계자들의 판매활동이 지나치가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입장권 판매 대행을 맡았던 농협 등에서 군보다 더 적극적인 판매전략을 펼치는 등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 야간 전시행사 부족, 바가지 논란
야간개장으로 밤의 엑스포가 입소문이 나면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는 했으나, 인력 수급과 수익성을 이유로 일부 체험관 및 전시관은 야간에 운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미리 공지를 접하지 못한 관람객들은 빛 경관 외에는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매점에서 판매되는 장난감이나 기념품 등의 가격도 문제가 됐다.
창원에서 공룡엑스포를 찾은 김 모 씨는 “아들이 공룡 장난감을 사달라고 해서 기념 삼아 사주려고 보니 2만 원이라는 종전 가격 위에 2만5천 원으로 수정된 흔적이 있었다”며, “스티커로 가린 것이 아니라 펜으로 대충 줄을 긋고 그 위에 가격을 수정해둔 것이라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매점에서 판매 등을 담당하는 일부 스태프의 지속적인 착복 문제도 제기됐다. 판매금의 일부를 사무국 등에 알리지 않고 임의대로 가졌으며, 이는 암암리에 성행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전 엑스포에서도 지적됐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 군민 1천 원 행사는 생색내기용?
공룡엑스포조직위원장인 최평호 군수는 지난 12일 폐막 당시, 이전 엑스포 종료 직후 당항포관광지 재정비로 행사장을 폐장하던 것과 달리 군민 감사 이벤트 형식으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군민을 위한 공룡엑스포 1천 원 입장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고성군의회 이쌍자 의원이 4분 자유발언을 통해 제안한 군민 1천 원 입장 행사는 당초 엑스포 기간 중에도 꾸준히 제시되던 의견이었다. 그러나 선거직인 군수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어 엑스포 기간 중에는 군민 1천 원 입장이 현행 공직선거법 상 기부행위로 간주돼 엑스포 종료 이후 이벤트성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특별 이벤트의 개최는 각 마을 이장과 마을 방송 등을 통해 홍보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행사가 즉흥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었고, 이 때문에 엑스포 행사 종료 후 이달 말까지 중국에서 임차해온 공룡진품화석과 장내 부스 등의 철거가 진행되면서 안전사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었다.
엑스포 종료 후 1천 원 입장 행사 첫 날인 13일에는 278명, 14일 441명, 15일 239명 등 행사 사흘간 외지인을 포함해 관람객은 고작 958명에 그쳤다. 또한 이 가운데 고성군민은 366명에 불과해 고성군의회와 고성군의 포퓰리즘이었다는 지적이다.
2016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는 73일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엑스포조직위 관계자는 “변화와 군민들의 단합된 힘이 또 한 번의 엑스포 성공 신화를 써 내려 갈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향후 엑스포 운영 전반에 대해 전문가들의 정확한 진단과 군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더 발전된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