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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기
이기영(시인)
물비늘 한 겹 껴입을 동안 천 년이 흘러가고
다시 또 천 년 흘려 내면이 푸른 기억 다 벗을 수 있을까
물 밖이 하늘이고 하늘 속엔 물빛 흠뻑한데
천 년이 다시 하루 같네
우주의 비밀
이무기의 형상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물 속에 나무가 어떻게 이무기 형상으로 바뀌었을까. 한 천년 나무도 물속에서 정진을 하면 이무기의 형상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인가.
한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이무기는 용과 함께 상상의 동물이다. 용이 되기 전의 것으로 해 묵은 구렁이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무기는 차가운 물속에서 1천 년을 견디면 용으로 변화되어 여의주를 물고 폭풍과 함께 하늘로 승천한다고 한다.
이무기는 호수나 연못, 강 등에서 왕 노릇을 한다. 물고기 무리가 2천500마리를 넘으면 그들의 왕으로 이무기가 나타나 다스린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무기를 봤다는 목격담도 전설처럼 심심찮게 전해지기도 한다. 마치 “최근 미국의 한 공군기지 근처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가 나타나 인터넷상에 화제를 일으켰다”는 기사 같은 것,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다.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과언 무엇인가. 이 거대한 우주 속의 한 점에 불과한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으로 알면 또 무엇을 얼마나 알겠는가. 천 년이 지나고 또 천 년이 지나면 뭔가 좀 달라질까.
인간은 천 년을 견디고 승천하기를 기다리는 이무기 같이 우주의 비밀을 다 알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정진을 계속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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