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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말
누가 나를 조율되지 않은 바람의 현, 유린당한 한 낱 말라깽이라 이름하는가?
나는 죽어 죽고 썩고 썩어 연록 빛 생명 위해 시린 발목 덮는 목숨처럼 강한 추락으로 거듭나고 있는데. -시인 김인애
잎은 한철 푸르다 자기 할 일 다하고는 점점 쇠락해져 결국 땅으로 추락하여 낙엽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어도 서러워하거나 탄식하지 않고, 오히려 “죽어 죽고 썩고 썩어/ 연록 빛 생명 위해 시린 발목 덮는/ 목숨처럼 강한 추락으로 거듭나고 있는데”라고 말한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조율되지 않은 바람의 현이거나 유린당한 한 낱 말라깽이라 라고 이름 지어 부르기 십상이지만, 낙엽의 본질은 그렇지가 않다. 이 디카시를 쓴 배경을 “가을이 멀었는데도 뒹굴던 낙엽들이 멈춰 서서 말을 걸어 왔습니다. 너무나 크게 말을 걸어와서 제 걸음도 우뚝 멈추어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무상하다고 말하지 말라고, 거듭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추락하였다고… / 그런 말들을 제 가슴에다 고함치듯 막 질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가슴에 쟁쟁거리는 낙엽의 말들을 전합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혀 놓았다. 김인애는 에이전트로서 낙엽의 입이 되어 주었다. 낙엽은 입이 없다. 입이 없다고 하고 싶은 말도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연이나 사물과 가까이 하면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원래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의 말을 받아 적는 것이다. 아무튼 나도 목숨을 다하고 추락하는 그날이 오면 낙엽처럼 말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