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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젠 훌훌털고 마음껏 세상구경 하세요”

장애인 김종태씨 교통사고로 뇌사 장기기증으로 타인에 새로운 삶 선물
/박준현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5년 08월 21일
ⓒ 고성신문

김종태(52․얼굴 사진)씨는 지적장애 2급이다. 그는 지난달 13일 저녁 태광주유소 앞에서 도로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족들은 평소 담배를 즐

던 종태씨가 신월리 곡용마을에 살고 있던 집에서 태광주유소 옆 휴게소에 담배를 사려고 길을 나섰고 돌아 오는 길,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해자는 과속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종태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온 몸의 뼈가 성한 곳 없이 부러지고 뇌가 충격을 받아 한쪽으로 치우치며 뇌출혈을 일으키고 있었다. 겨우 귀 쪽으로 출혈을 빼내고 검사를 요구했으나 병원측에서 검사조차 포기할 정도의 절망적인 상태였다.
종태씨는 눈 한번 떠 보지 못하고 의식불명으로 한 달여를 보냈다. 지난 8일 병원에서 주말을 넘기지 못한다는 통보를 가족에게 했다. 종태씨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가족들은 모였다.



병원측에서는 장기기증을 권했다.
종태씨 어머니 이양순씨는 처음에는 반대했다. 힘든 삶, 고통스런 인생을 살아왔던 아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 했다.
동생 김서인(42)씨는 문득 평소 다니기를 좋아하고 세상을 보고 싶어 하던 오빠의 꿈이 생각났다.
당신의 불안정한 정신으로 말미암아 꿈을 펼치지 못한 오빠의 외로움을 부분적이나마 다른 사람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하시던 어머니는 고민했다. 하지만 자유총연맹, 부녀회 활동 등 평소 깨어 있는 이라 고민은 길지 않았다. 종태씨에게는 아이가 둘 있는데 대학졸업반인 큰 아들은 묵묵히 할머니의 결정을 따르겠다 했다.



장기기증은 이뤄졌다. 자칫 뇌사 상태가 길어져 장기기증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고 후 황달이 와서 간 손상으로 간은 불가능했지만 각막, 콩팥, 심장, 신장 등 장기기증을 했다. 특히 평소 피부가 좋았다는 종태씨의 연골과 피부 등 상피조직도 기증했다.
10일 종태씨는 우리 곁을 떠났다. 비록 정신은 미약했지만 장애인 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어업에 농사일, 이웃의 양계장, 고물상 일을 사람 좋게 묵묵히 일하던 우리의 이웃이 1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동생 김서인씨는 “오빠는 윤택한 삶, 남들에게 존중받는 삶을 살지 못했지만 평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좋은 일을 하고 떠났다. 오빠와 다시 만난다면 잘했다 하고 웃어 줄 것이라 믿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울러 “엄마가 마음이 많이 아팠을 건데 이제 마음을 다독였으면 한다”며 “아버지가 암 투병 중이라 오빠의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오빠의 소식을 전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김서인씨는 사고 당시 태광주유소 직원이 사고가 나자마자 심폐소생술을 해 주었다고 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덤탱이를 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빠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 직원에게 제대로 감사의 표시를 하지 못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녀는 “장기기증이 두 번 죽이는 일이고 어른들은 시신 훼손이라는 생각에 많이 꺼린다”며 “하지만 다른 이들의 새 삶을 위한 뜻 깊은 일이라 생각돼 얼마 전 아이들에게 자신도 그렇게 되면 장기기증을 해 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김종태, 외롭게 꿈을 펼치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며 살아 왔던 삶.
그러나 그의 한 부분 부분들이 다시 건강해지고 희망을 선사한 타인을 통해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며 행복해 할 것이다. 내가 최고인 세상, 나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육체와 정신의 자유로움을 한껏 즐기는 나는, 나누지 않아 불행하다. 김종태님의 명복을 빈다.   

/박준현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5년 0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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