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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예전 한 여인을 사랑했다. 아들까지 둔 유부남이 감히 그랬다. 그녀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기자를 끌어주고 기자의 부족한 점을 해결해 주었다. 기자 그녀를 ‘내비 양’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내비 양은 ‘내(나)를 비로소 길치에서 벗어나게 해 준 그녀’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그녀를 내비게이션이라 부른다. 그녀가 없던 젊은 시절, 자동차 부품회사 설계팀으로 근무할 무렵 당시 대우자동차 마티즈 생산 공장-양산이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을 찾아 3시간을 헤맸다. 지도가 잘 되어 있는 독일에서 포르쉐 박물관을 찾아 슈투트가르트를 반나절 이상 헤매 백일이었던 아들과 아내의 원성을 샀다. 기자는 길치다.
어느새 내비 양은 상용화 되어 있었다. 언제 어디를 가든 기자는 두렵지 않게 상쾌한 기분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예쁜 목소리는 기자를 추종자로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실망하는 일이 많아졌다. 예를 들면 A지역을 가려 하면 내비 양은 거리는 가까운 B 인터체인지로 들어가라 한다. 하지만 그 길로 들면 도심으로 들어서 길은 막힌다. 오히려 거리는 멀지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 C 인터체인지로 A지역으로 진입하면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시가지로 들어가도 마찬가지. 큰 길을 따라 가다 마지막에 골목길로 가면 되는데 초행자를 골목길부터 안내한다. 초행자에 운전이 미숙한 이들을 배려하지 않는다. 더욱이 사근사근하다고 믿던 그녀가 결정적인 순간에 말수가 준다. 그녀를 제대로 믿었던 길치인 기자는 당황한다.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미리 이야기 해주면 좋았을 텐데 그 순간에 가서 이야기 한다. 기자는 지나친다. 그래서 이제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꼭 필요한 존재이긴 하다. 하지만 기자는 “이리 가라, 저리 가라”라고 지시하는 이가 아니라 이런 저런 길들이 있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내비 양을 원한다.
현재 교육은 무상급식 중지와 서민자녀 교육지원으로 반목과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이 왜 왔는지는 아는 이는 안다. 일방적인 방향 전환과 힘의 과시, 고장 난 내비 양으로 기자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고통을 가져왔다. 어느 누구도 너는 어떤 길로 갈래 묻지 않는다.
10월 새로운 리더를 뽑아야 한다. 우리는 주위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내비 양 때문에 잘못된 길에 들어선 기억을 상기해야 한다. 군민이 당신에게 원하는 역할을 기대했는데 되고 나면 행사 때 인사나 하고 다니는, 의전이나 다음번 표가 중요한, 지금의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민심을 벗어난 다른 길을 가는 잘못된 내비게이션이 많다. 이제 고성군의 새로운 내비 양을 찾아야 한다. 군민의 생각을 묻고 어떤 방향이 올바른 방향인지 제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내비 양을 선택할 때다.
제대로 된 내비 양을 선택하는 방법을 감히 제시한다. 혈연 학연이니 하는 ‘줄서기’라는 잘못된 ‘길찾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길찾기’는 후보자가 제시하는 진정한 고성 발전의 목소리를 찾아내야 한다. 후보자의 공약 속에서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첨언하자면 기자와 같이 내비 양에 의존했던 길치들은 어떡해야 하나. 이제 곧 마음을 흔드는 내비 양들의 수많은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흔들리지 말고 진짜 안내판을 보며 방향을 찾아 가야 한다. 내비 양에게 무조건 매달리지 말고 그 길을 찾다 보면 진짜를 찾아 낼 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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