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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카네이션


조계옥주부기자 기자 / 입력 : 2006년 07월 26일
ⓒ 고성신문

기상이변인가? 아니면 장마 탓일까?


 


국지성 호우에 태풍까지 겹쳤다. 뭉개지고, 부서지고, 쓸려 가고… 산과 들이 생 몸살을 앓고 있다.


 


가깝게 지내던 회원 한 사람이 빗길 교통사고로 읍내 병원에 입원하여 여럿이 병 위문을 갔다. 몸 일부분이 고정 장치를 한 상태였지만 큰 부상이 아니었다.


 


다행이라며, 환자를 위한답시고 이런저런 말들을 한마디씩 하다 보니 말꼬리는 자꾸 길어졌다. 오전의 이른 시간대여서 청소하는 이는 복도랑 각 병실을 드나들며 먼지를 닦아 내고 쓰레기 치우기에 부산스럽다.


 


궂은일을 피하는 젊은이들 탓에 청소는 대부분이 나이 드신 분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청소도구를 들고 병실로 들어오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저분이, 왜 여기서 청소를” 순간 좀 당황스러웠다. 요일 선생님(그 분의 애칭)이라… 선생님이 무안해 할까 봐 얼굴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 먹고 있었던 빵 부스러기가 병실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었다.


 


“선생님 이리주세요” 비와 쓰레받이를 잽싸게 뺏고는 얼른 쓸어 담았다. 느닷없이 뺏겨버린 청소도구를 잡으려다 허리를 펴고 선생님 얼굴에는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큰 아이 초등학교 일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어서” 목소리가 좀 컸는지 병실 내 환자들이 힐끗 쳐다봤다. 토마토 주스를 한 병 권하면서 복도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16년 전의 학부모에게 궁금증을 풀어 주려고 말씀을 꺼냈다.  청소일 시작한지가 한 달이나 되었고,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단다. “내가 좋아하니까. 즐겁고 힘들지도 않아. 적당히 움직이니까 건강에도 좋고, 일보고 가요” 주섬주섬 청소도구를 챙기시고는 서둘러 가셨다. “아 그랬었구나” 퍼뜩 지나간 일들이 생각났다. 수시로 문화의 집 주변을 말끔히 치우고 체력장 운동기구 관리도 꼼꼼히 살피시던 일, 그때는 막연히, 이웃에 사시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화의 집은 일부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라고 말이 많았었다. 깨진 소주병에다, 오물, 온갖 쓰레기가 그의 매일 널려있었다.


 


이곳을 이용하는 수강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많이도 궁시렁거렸었다. 군내 여성단체에서 월별로 나누어 여러 곳을 다니며 봉사를 많이 한다. 그런데 개인은 뜸하다. 궂은일에다 힘들기 때문이다. 곧 선생님은 일흔이 되신다.


 


젊은이들도 치매노인 목욕봉사 날에는 몸살을 한다. 노인병동, 독거노인 돌보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텐데 타고난 건강이 남 다른 것 같다.


 


딱히 정해놓고 하지 않는 선생님의 봉사는 엉뚱한 곳에서도 본다. 호떡집에서 주춤했던 장맛비가 굵어졌다. 별실에 두고 온 우산 생각이 났다. 2호 광장 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렸다. 초록신호에 따라 선생님이 지나가셨다. 봉사의 기쁨 때문일까! 그 분의 뒷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다.

조계옥주부기자 기자 / 입력 : 2006년 0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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