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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고성신문 | |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다문화가정과 결혼이주여성을 사회적 약자라고 인식해 왔다. 그러나 많은 다문화가정이 생기고 결혼이주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활동과 노력으로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주인공 중에 한 사람. 삼산면 장치마을의 부녀회장이 된 베트남 출신 보터빔반씨. 보호하고 감싸 안아야 할 존재에서 이제는 지역사회와 군민들을 이끌어 가는 위치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장치마을 정자목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고추밭에서 일을 하고 막 밭에서 나오는 참이다. 베트남 모자를 쓴 그녀는 부녀회장에 어울리지 않게 순박하고 여려 보인다.
베트남에서 씨를 가져와 길렀다는 베트남 수박과 음료를 내어 온다. 부녀회장이 된 소감을 묻자 배시시 웃는다.
“아직은 부녀회장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계획할지 잘 몰라요. 어깨가 무거워요. 서툴고 선배 부녀회장들께 배우는 중이에요.”
옆에 앉은 남편 이맹진씨는 보터빔반씨가 회의나 봉사활동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고 귀뜸해 준다. 면에서 하는 새마을동산 가꾸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단다.
보터빔반씨는 요즘 삼산면농악대에 푹 빠져 있다. 소고는 다 배웠고 현재는 장구를 배우고 있다며 즐거워한다. 한국의 문화 예술을 익히는데도 열정적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밭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어르신들이 한두 분씩 모여든다. 강권옥씨는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참 싹싹하다. 뭐라도 하나 챙겨 주려고 하고 예의도 바르다”고 칭찬한다. 덩달아 옆에 있던 강권락씨도 거든다.
그는 “뭐니뭐니해도 참 부지런하고 적극적이다. 동네 일을 자기 일처럼 해 항상 귀여움을 받는다”며 “젊은 사람이 많이 없는 우리 마을에서 부녀회장으로 딱이다”며 웃는다.
그녀는 연세드신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것으로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 게다가 자녀도 세 명을 낳아 교육도 잘 시키고 있어 조용한 시골 마을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보터빔반씨에게 또 하나의 즐거운 일이 있었다. 경남도가 주관하는 고향 방문에 그녀 가족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9월 4일에 출발해 13일에 돌아 오는 이번 고향방문에 그녀는 마냥 들뜬다.
“남에게 봉사하며 살고 싶고 연세드신 어르신들을 더 공경하는 부녀회장이 되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는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이 행복해지는 고성이 되도록 작은 힘을 보태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나 갈 때 쯤, 그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보기 싫게 흐드러진 나뭇가지를 뚝하고 부러뜨린다. 의아해 하는 이들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넓은 정자목 데크를 쓸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전날 비바람으로 데크 위 잔가지들과 나뭇잎들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다. 옆에 있던 어르신이 “참 부지런타”며 웃는다.
그녀의 부지런한 손놀림과 뒷모습을 보며 그곳을 떠났다. 부드러운 표정과 미소 뒤에 모든 일에 열성적이고 당찬 그녀를 가슴에 담고. 틀림없이 부녀회장을 잘 해 나갈 것이라 믿는 어르신들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그녀는 한 가정의 좋은 아내, 착한 며느리에서 이제는 삼산면의 맏며느리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부녀회장으로 군민을 위하고 결혼이주여성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 나갈 보터빔반씨의 앞날에 건승을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