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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엔 누가 농사지을지 걱정입니다”

농촌 지역 고령화 · 공동화 현상 갈수록 심각
강정웅 기자 / 입력 : 2006년 07월 06일
ⓒ 고성신문

다섯 집 가운데 한 집 꼴로 빈집


아기 울음소리 사라진 지 오래


 


81세 허일도씨 손수 2천여평 경작


“팔십 평생 해 온 일인데 하루아침에 버릴 수야 있나.


이게 타고난 내 일인데.


 


대가면 유흥리에 사는 허일도 할아버지는 올해 여든하나의 나이지만 2200평의 논을 직접 일구고 있다.


 


올해 봄에도 손수 씨나락을 뿌려서 모판을 만들고 모내기까지 했다.


 


동갑인 부인 경남씨와 힘을 모아서 하고 있지만 팔십이 넘은 나이에 허리까지 불편해 농사일이 만만치 않다.


 


자식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 마땅히 농사일을 물려받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손을 놓을 수도 없다.


 


“언제까지 할지는 나도 모르지. 하지만 힘닿는 데까지 해 보려고 그래.


비료를 담은 통을 들어 올릴 힘이 없어 논바닥으로 끌고 다니면서 힘겹게 비료를 뿌리는 허씨의 말이다.


 


▲ 다섯 집 가운데 한 집이 빈집


대가면 양화리에는 현재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한 이삼십년 전만 해도 100가구 가까이 됐지. 이제 반도 안 남았어.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은 세상을 떠나면서 빈집이 여기저기 생겼다.


 


양화리에는 줄잡아 10여 채가 빈집이다. 다섯 집 가운데 한집 꼴로 빈집인 셈이다.


 


이렇게 빈집이 많지만 정작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흉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 사는 동네가 이래서야 되겠소? 주인이라고는 명절 때나 한번씩 와 보고 그만이니 우리가 허물어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해 폐가 철거를 독려하기도 했지만, 지원금이 너무 적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작년에도 철거하면 군에서 50만원씩 준다고 했는데, 다들 그냥 놔두고 있어요. 그 돈 받고 허물기엔 아깝다는 거죠.


 


결국 남아 있는 주민들의 불편만 커져 가고 있다.


 


시골집이라 1가구 2주택 중과세 부담도 없고, 유지비도 걱정할 필요 없어 그냥 놔 뒀다가 노후에 새 집을 지어 들어앉거나 땅값이 오르기를 기다려보자는 계산이다.


 


“폐가는 거래가 잘 안 돼요. 사려는 사람이야 간혹 있지만, 워낙에 값이 형편없으니 주인들이 팔지를 않으려고 해요.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가장들 가운데 세 번째로 젊다는 한영권(55).


나이가 가장 적은 사람이 51세라는 것이 한씨의 설명이다.


 


2~30대는커녕 40대도 찾아볼 수가 없다 보니 50대면 이 마을에서는 아주 젊은 편에 속한다.


 


▲ 아기 울음소리 사라진 지 오래.


삼산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산면의 한 마을에는 아이라곤 단 한명의 초등학생이 있을 뿐이다.


이 학생을 위해 매일 아침 통학버스가 이 마을로 들어와 학생을 태우고 간다.


 


워낙에 젊은 사람이 없다 보니 아기나 학생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


이곳에서 전업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 가운데 가장 젊은 사람이 60대라고 한 주민은 전했다.


 


▲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


최근 계속되는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인해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 것이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실제로 고성군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5월을 기준으로 고성군 전체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령자의 비율은 21.2%를 넘어섰다.


 


가장 인구가 많은 고성읍의 경우 이 비율은 12.9%에 불과했고, 회화면도 20.9%로 그다지 높은 수치가 아니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모두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14개 읍면 가운데 노령자 비율이 30%를 넘는 지역도 6개나 됐다. 대가면이 36.6%로 가장 높았고, 구만면이 36.3%, 영현면 36.2%, 개천면은 33.3%를 나타냈다. 상리면과 하일면도 각각 32.3% 30.1%를 나타냈다.


 


이처럼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노령인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지역의 인구감소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고성의 벼 재배면적은 지난 2004년 이래 매년 1.5% 가량씩 감소하는 추세다.


휴경지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외진 곳이나 야산 근처 비탈진 농지는 묵혀진 채 풀로 덥혀 있는 곳이 많다.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는 데야 별다른 수가 없다.


 


농촌마을 주민들은 “귀농을 원하는 도시민들에게 빈집을 수리해 제공하고 적은 비용으로 휴경지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방법이다.


 


결국 뾰족한 대안 없이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은 심화되어 가고 있다.


 

강정웅 기자 / 입력 : 2006년 07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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