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1960~1970년대에 국민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만 하여도 한 동네에는 같은 또래의 남녀 아이들이 10명 남짓 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동네마다 골목길는 늘 노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하였다. 또 젖먹이 어린아이와 갓난아이들도 쉽게 볼 수가 있어서 마을은 언제나 생기가 넘쳐났다.
이런 시대적인 상황에서 생겨난 재미난 사투리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두 세 살 된 아이에게 “니 터 오데 팔았노, 고치밭에 팔았나?” 하고 동네 아지미들은 묻는다.
아무런 말의 의미도 모르는 아이는 “고치밭…”이라는 답을 하면 동네 사람들은 그 답을 한 애 엄마를 보고 “니 밴 아아가 아들인갑다”라는 말을 하면서 한바탕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운다. 고치밭은 남자애의 성을 상징하는 말인데 요즘에는 임신 후 몇 주 만에 성별을 알 수 있지만 전에는 아이를 낳아봐야 딸인지 아들인지 알 수 있었던지라 재미삼아 어른들은 그렇게 물으면서, 임신한 애가 아들인지 딸인지 점 아닌 점을 미리 쳐보았던 것이다.
“저 아아가 와 저리 얘비노, 아매도 저 아아가 아시타는가베?”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엄마가 첫째 아이를 낳고 둘째 아이를 이어서 가지게 되면 아무래도 임신한 둘째 애에게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첫째 아이는 부모의 보살핌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입맛도 떨어진다. 거기다가 첫째 아이가 먹던 엄마의 젖도 임신으로 인하여 영양이 떨어지게 되어 첫째 아이는 점점 야위어 들어가면서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임신한 아이를 출산한 후에도 이런 현상은 계속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두고 ̒아시탄다̓란 말을 쓰는 것이다.
요즘은 아이를 얼마 낳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보기도 쉽지 않고 이런 말을 들어도 그 뜻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터팔다̓에 해당하는 표준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아시타다̓의 표준어는 ̒아우타다̓인데 사전적 의미는 ̒동생이 생긴 뒤에 몸이 여위다̓이다.
그 외에도 우리 고장의 육아와 관련된 재미난 방언에는 ̒진진(젖먹이가 왼손 손바닥에 오른손 집게손가락 끝을 댔다 뗐다 하는 동작/표준어-곤지곤지)̓, ̒쪼막쪼막(젖먹이가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 표준어-죄암죄암)̓, ̒걸음바(표준어-걸음마)̓, ̒짜짜꿍̓, ̒섬바섬바(어린아이가 혼자 걷는 법을 익힐 때, 어른이 아이를 붙들고 있던 손을 떼면서 내는 말/표준어-섬마섬마, 따로따로)̓, 도래도래(말귀를 겨우 알아듣는 어린아이가 어른이 시키는 대로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재롱/표준어-도리도리) 등이 있다. 이 땅의 우리네 옴마들은 60~70년대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아들딸들의 진진, 쪼막쪼막, 섬바섬바… 등의 재롱을 보면서 얼마나 즐거워했을까? 어찌 그뿐이랴. 할배, 할매들 역시 어린 손자들을 향한 사랑은 무조건적이다. 그들의 재롱을 보면서 “아이고 내 새끼, 눈에 옇어도 하나도 안 아푸겄다.” 하면서 넘치는 사랑을 쏟았다.
지금의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모두 이런 재롱을 부리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을 것이다. 혹시 앞으로 손자라도 태어나면 이런 재롱을 가르쳐 주면서 이 말을 다시 써보자. 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진 할아버지, 할머니의 크나큰 은혜와 함께 사투리의 의미도 새롭게 내게로 다가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