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선정사로서 프리랜서 지원을 받아 이번 주부터 방언연구가 김성재 선생의 고성방언을 연재한다.
̒꼬시고 개미있는 소가야 사투리̓라는 코너를 마련해 이 땅의 어머니 아버지가 사용하던 고성방언을 재미있고 구성지게 풀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고향 고성에 대한 애향심을 불러일으켜 나갈 계획이다.
‘사투리’ 하면 먼저 떠오르는 말이 무엇일까?
촌말, 촌사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말, 무식한 사람, 우스운 말, 교양과 지식이 모자라는 사람……
이는 오히려 우리말을 제대로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의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말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사투리는 촌말도 아니요, 우스운 말은 더군다나 아니며 무식한 사람이 쓰는 말은 더더구나 아니란 것을 안다.
1930년대 표준어가 제정되기 전, 우리 조상들이 일상적으로 써 왔던 전통적인 말은 모두 우리말이다. 서울 사람은 서울말을, 충청도 사람은 충청도 말, 경상도 사람은 경상도 말을 각각 썼다. 그렇지만 그 말들 가운데 사람, 말, 집, 온다, 떡 등의 말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당수 같은 말을 공통적으로 써 왔는데 이런 말들은 당연히 표준어가 되었다. 그러나 각 지방의 독특한 문화와 자연 환경에 따른 새로운 사투리가 생겨나고 또 문자가 없던 시대와 한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시대적 배경으로 말이 입으로만 전해지다 보니 어원이 같은 말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이되고 굴절되어 다양한 사투리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방언(사투리)의 핵심적 요소를 이룬다. 이것이 바로 꼬시고 개미있는 우리의 사투리인 것이다.
우리의 소가야어 중에서 표준어로 채택이 된 말에는 대표적으로 ‘우렁시이’(우렁쉥이), ‘미더덕’, ‘뜬금없다’ 등이 있고 고성과 같은 경남방언권인 부산 방언 ‘멍게’와 ‘재첩’도 사투리 영역에 머물러 있다가 표준어 영역으로 들어간 말이다.
미더덕, 우렁쉥이, 뜬금없다 등의 아름다운 소가야어가 1940년대와 1950년대 국어대사전에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기존의 표준어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기에 사투리가 표준어 영역으로 당당히 들어간 것이다. 지금의 모든 국어대사전에는 위에서 언급한 경남의 방언들이 당당히 표준어로 등재돼 온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랑받는 말이 되었다.
필자는 고성 출신이라 고성 사투리밖에 몰랐다. 그러다가 진해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진해 출신 친구에게 정구지(고성 사투리는 소풀, 부추의 경상도 방언)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방언적 충격을 크게 받았다. 또 진주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밀양 친구에게 조아무웄다(주워먹었다의 밀양사투리)는 말과 의령 친구에게 빠찌(내복의 의령사투리)란 말을 듣고 역시 적잖은 방언적 충격을 받았다. 그뿐이 아니다. 통영 한산도에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는데 동네 사람들이 ‘나물’을 ‘너물’이라 하고 ‘아인데요’(아닌데요의 고성 사투리)를 ‘아인데다’, ‘내가’를 ‘나가’라고 하였다. 옛날에는 통영도 행정구역상으로 고성군에(고성현)에 속해 있었는데 어쩌면 방언이 이렇게 차이가 날까 참으로 신기하였다.
이때부터 방언의 재미에 빠져들기 시작하여 30여년의 세월동안 방언 인생을 살고 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되듯 필자는 방언 중독에 걸려 하루도 방언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하면 좀 과장된 말일까?
어쨌든 방언 중독 덕분으로 소가야어 구시(변소의 사투리)와 자리(노래를 부를 때나 이야기에 쓰이는 사투리), 애이(장례식 때 상여 앞에 나가는 요여腰輿의 사투리), 지우(지방紙榜의 사투리) 등 우리의 어머니·아버지가 썼던 말이 어디서 왔는지 그 어원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는데 참으로 큰 보람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방언 중에는 표준어로 대신할 수 없는 아름다운 말이 많다. ‘애살이 많다’(남자보다는 특히, 여자가 무엇을 잘해 보려고 애쓰는 마음이 남보다 강하다), ‘새첩다’(작으면서 귀엽고 예쁘다), ‘짜친다’(쪼들린다), ‘꼬시고 말뚝다’(자기를 괴롭히거나 미워하던 상대가 잘못되어 정말 고소하다), ‘국물이 참 개미가 있네’(국물에 개미가 들어갔다란 뜻은 절대로 아님)라는 말은 표준어로 바꾸면 말맛이 사라지고 방언이 갖는 고유의 뜻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
고성사투리를 보존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자 숙명이다.
고성에서는 적어도 고성말을 쓰도록 하자. 또 고성향우회나 우리 고향 사람들끼리도 고성말을 써보자. 고구마를 ‘고구마’라 말하지 말고 오늘부터 당당히 ‘고오매’라고 말하고 무화과는 ‘젖꼭대이’라고 말해 보자. 우리는 자랑스러운 소가야의 후예, 고성 사람들이 아니더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