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 읽고 이제 몇 장밖에 안 남았는데 이해가 잘 안되요.”
“이번 주에는 꼭 분량만큼 다 읽을께요.”
“무슨 책이 이리 두꺼운지…”
스무명 남짓 모인 어느 독서토론방은 연신 재잘대는 아이들의 수다로 끝이 없다.
그래서 이 토론방의 이름도 ‘고성참새방앗간’이다.
‘고성참새방앗간’은 새교육공동체고성주민모임(회장 이상근)이 지난해부터 군내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지도를 하며 어릴 때부터 책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문을 열게 됐다.
당초는 예닐곱명의 학생들이 현재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이수경 교사(경남항공고 교사)가 자신의 집에서 아이들을 지도했다.
그러다 차츰 학생들이 늘면서 지금은 고성군의회청사 내의 민주평화통일사무실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 3명, 중학생 20명 등 총 23명이 참새방앗간 회원으로 활동하며 매주 착실하게 독서토론회를 열어가고 독서삼매경에 빠져든다.
이제는 제법 스스로 주제를 찾아내어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고, 책읽기에도 욕심을 내는 등 독서토론을 통해 아이들의 실력이 날로 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읽는 도서목록은 (사)독서새물결에서 독서인증시험을 거친 중·고교생들이 꼭 읽어야 할 책들이다.
여기에다 이 교사가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볼만한 책들과 교과서와 관련된 책들을 위주로 선정해 아이들에게 읽히고 있기 때문에 유익한 독서토론회가 될 수 밖에 없다.
고성참새방앗간이 생길 때부터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가장 모범적으로 독서토론회에 참여하고 있는 장유주(고성여중 2)양은 “책을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내가 읽은 책들이 한 권씩 책꽂이에 쌓여가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집에서 혼자 읽을 때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책 속의 주인공이나 줄거리에 대해 서로 토론도 하고 의견도 교환할 수 있어 훨씬 유익하다”고 말했다.
매주 첫째, 셋째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이 독서토론회는 자율적인 분위기와 유익한 정보교환 장소로 아이들 사이 재밌는 공부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수경 교사는 “들어오는 문은 언제든지 활짝 열려 있다”며 “누구든지 환영하지만 한두 번 왔다가 들락날락할 경우 강제 퇴출을 당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강요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지 않고 건성건성 드나들 경우 분위기만 흐려져 다른 아이들에게도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특히 이 교사는 이 참새방앗간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지난해 독서지도사 초급 자격증을 따는 등 열의가 높다.
이번 여름방학 때는 중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독서연수를 다녀올 계획이다.
최근에는 이진만 교사(철성중·새교육공동체 사무국장)가 참새방앗간을 위한 카페(http://cafe.daum.net/kschamsae)도 만들어 독서뿐만 아니라 건전한 상호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이 카페에는 책을 읽고 난 후 자신의 독후감을 올릴 수 있는 곳과 자체 토론방, 소식방, 웃으며 수다 떨며, 음악을 즐기며 등의 코너를 구성, 청소년들이 맘껏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릴레이독서라는 코너를 마련, 지도교사가 특정도서를 선정해 한 명의 회원을 지정해 읽게 한 후 그 회원이 다 읽고 난 다음에 다른 회원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수경 교사는 “참새방앗간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로 책을 읽지 않는 학생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독서가 생활 속의 습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교육공동체는 여름·겨울방학 등을 이용, 참새방앗간 회원들과 함께 유치환 생가, 토지 등 문학기행도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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