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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손, 그보다 아름다운 봉사”

노력한 만큼 농사 수확, 봉사하는 만큼 자신에게 행복
박준현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3년 11월 18일
ⓒ 고성신문
최외숙 구만면새마을부녀회장


 


새마을부녀회 구만면여성소방대 적십자 재향군인회 생활개선회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

고 있는 그녀.
누군가 그녀와 오랜만이라며 악수를 청했다.
“(혼잣말)뭐지? 상냥한 모습과 평소 활달한 성격의 그녀 이미지와 맞지 않는 이 투박한 손은…….” 그녀의 손은 거칠고 투박하다. 그러나 악수를 청한 그가 그 이유를 알아차리는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평소 봉사활동이며 농사일이며 매사에 열정적인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의 손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그녀의 손은 그동안의 그녀의 모습이며 그녀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요즈음 노령에도 주름하나 없는 깨끗한 얼굴과 손. 화장과 피부 관리로 겉 모습이 고운 사람들과는 대조적이지만 투박한 손이 한결 사람의 마음을 편안케하고 진한 정을 느끼게 한다.
구만면 그녀의 집에서 최외숙씨를 만났다. 그녀는 동네 어르신들과 마당에서 콩을 말리고 있다. 소위 ‘몸빼’를 입은 그녀는 평소 행사장에서 보았던 그녀와 달라 생소하다.
“치매요양원에 목욕 봉사를 가면 할머니들이 얼마나 즐거워하시는데. 자주 오라 하시는데 어떻게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어요.”
그녀가 보여주는 미소에서 할머니들의 반김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경로당에 떡이니 음식을 해 가면 그 모습에, 그 정감에 어찌 반기지 않을까.
“새마을부녀회에서 헌집 고쳐주기로 동네를 돌아가며 하는데 정말 좋아하세요. 저번에는 저동마을을 했고 덕암마을 등 신청이 많아요. 좀 더 많은 인력이나 지원이 있다면 빨리 해 드리고 싶은데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그녀는 11월 27일부터 3일간, 12월 4일부터 3일간 김장 담그기가 잡혀 있다. 추석명절에는 쌀 전달과 봄·가을 국토청결운동으로 풀베기 등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다.
“남편이 잘 이해해 주어 활동을 할 수 있겠지요. 봉사를 하다 보면 집을 비울 때가 많은데 고맙습니다.”


 


그녀에게 봉사는 즐겁게 남을 배려하고 내가 봉사하면 내가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어떤 단체든 그녀가 필요로 하면 먼저 나서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이요? 남이 보기에 까칠하고 보기 싫을 수도 있겠지요. 당연히 여자로서 보여주기 싫겠지요. 그렇지만 부끄럽지 않아요. 시골에 살면서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요. 농사일을 하며 봉사를 하는데 마음이 즐겁고 내 손을 보며 시골의 모습이다 봉사의 마음이다 생각하며 기쁨을 찾지요.”
그녀는 다리를 약간 절었다. 괜찮냐 묻자 이것쯤이야 한다. 한창 농사철에는 3시간밖에 못 잔다 한다. 바쁜 농사일에 봉사라니. 허리를 굽힌 그녀의 허리에서 파스가 보인다.
“어쩔 수 없지요. 땅은 노력한 만큼 대가와 수확이 돌아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면 봉사하는 삶도 즐겁고 베풀면 그만큼 돌아 와요.”
그녀는 아들 둘, 딸 하나를 두었다. 최외숙씨는 어릴 적 친정집이 종가집이라 제사가 많아 일을 타고 났다며 웃는다. 그래서 자식에게는 일을 시키지 않으려 했다 한다.
“딸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남자 만나 고생하지 않고. 그렇지만 신랑될 사람도 그렇고 딸도, 건전한 사고방식과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배려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딸이 가죽장갑이랑 면장갑을 선물했다며 자랑한다. 너무 좋고 가슴이 벅차 먹먹했다고 한다. 딸도 그녀의 손을 보며 안쓰러웠나 보다.
그녀의 봉사의 끝은 없는 듯하다.
“오라고 하면 힘 닿는데까지 해야지요. 좋아하시는 할머니들께 김장 김치를 가져다 드리면 웃어 주시고 잘 지내고 계시는 것을 보면 행복하니까요.”
손은 그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 해 준다. 우리가 보아 왔던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과,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은 삶이 녹아 있다. 시장통, 좌판에 앉은 할머니들의 손에서도 느낄 수 있다.
돌아오는 길, 운전대를 잡은 손을 본다. 밋밋하고 이야기가 없는 손. 나만 위해 꿈틀꿈틀 움직였던 차가운 손이 부끄럽다. 최외숙씨의 행복한 손이 어느새 부러워 애써 외면하며 전방을 주시한다.

박준현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3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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