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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어제 뉴스에 기념일 중에서 사라져 가 기념일이라는 설문조사에서 1위가 스승의 날 이라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물론 이미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스승의 날’이 아닌가? 올해는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결정하지 않았던가?
가만있어도 5월15일은 다가올 것이며 때맞춰 각종 언론매체들은 붕괴된 공교육, 돈 봉투나 바라고 성추행이나 일삼는 교사들에 대한 질타를 빼놓지 않을 터이다.
문제는 그러는 한편으로 ‘오죽했으면 학교 문을 닫겠느냐’는 서글픔 등 교육현실에 대한 비감한 조감도가 더불어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이러니 국민 모두가 매년 스승의 날을 전후하여 일종의 착종(錯綜)현상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터놓고 애기 해 보자.
기원을 따져보면 스승의 날을 스승들이 만든 게 아니다.
어떤 경박한 독재자 같은 스승이 있어 “나를 기념하라” 했겠는가 말이다.
이를테면 현재의 ‘스승의 날’ 이란 원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알록달록한 옷을 억지로 입혀놓고는 ‘참 꼴 좋다’며 비웃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공개적인 ‘재량휴업일’결정은 5월 15일은 스승과 교직사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과 불신’을 넘어 상호이해의 단계로 나아가려는 고심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과연 스승이란 무엇인가.
우리사회는 ‘스승’이란 말 자체에 독특한 아우라(영기:靈氣)를 부여한다.
아마도 군사부일체(軍師父一體)의 유교적 습속이 누적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스승’이란 그저 ‘자기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이란 뜻일 뿐이고 북한 일부 지역에선 ‘무당’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미국으로 건너가면 이 ‘스승’이란 ‘대학입학 성적과 학업성적이 더 낮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주로 갖는 직업쯤으로 전락하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사는 총 40만 명 내외로 단일 직종으로 최다그룹에 속할 만큼 흔하고, 사회, 경제적 지위도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통계가 불가능하지만 사교육의 번창으로 교사 40만에 버금갈 학원 강사, 학습지 선생님들이 존재하며 그들도 범칭 ‘스승’이다.
이렇게 많은 장삼이사들이 어찌 모두 ‘그림자도 밟을 수 없는 스승’ 들일 수 있겠는가.
‘없는 스승’(敎師)으로 ‘있는 스승’(敎師)을 재단하려는 데서 번잡하고 소모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날’에 경찰을,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을 생각하듯이 ‘스승의 날’이란 바로 이들 교사들에 대해 일년에 한번쯤 호의적 관심을 가져보는 날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명칭을 바꾸는 것도, 날짜를 바꾸는 것도 아예 없애버리는 것도 모두 다 부질 없다. 생각을 바꾸면 간단하다.
스승은 교사, 바로 당신의 오랜 친구다.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지 말고 한번쯤 스승의 날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