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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것 사회에 환원하는 고성지기 만든다

다문화가정 자조모임 고성지기 곽종수 회장
박준현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2년 10월 29일
ⓒ 고성신문

탄자니아서 시집 온 아내
아들낳고 화목한 가정
              :
다문화가정 사회적 약자 분류
뭉쳐야 한다 경조사 챙기고
야유회 등 책임 소속감 높여
              :
다문화 아내들로 이뤄진
합창단 추진 계획
              :
다문화가정이라고 특별하게
보지 마세요 그저 부부가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입니다



 


곽종수씨와 샤밈씨는 2004년 탄자니아에서 만나 결혼했다. 2007년 아들 민재를 낳고 2008년 그네들은 한국으로 들어왔다.
다문화가족 자조모임인 고성지기는 2007년 12월 발족했다. 곽종수씨는 2009년 회장에 취임하고 현재 회원은 28여명이 활동 중이다. 고성지기는 1년에 분기별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으며 특별한 행사 등에도 팔을 걷어 부치고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지난 9월에도 독거노인 집 청소 등을 실시했으며 오는 11~12월에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곽종수씨는 고성에 오자마자 고성지기에 가입했다. 아내들의 국적도 틀리고 나이, 직장, 고향도 틀린 사람들이 모인 고성지기. 그는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다문화가정이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곽씨는 현재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자녀 교육 문제를 한 가정 안에서 풀어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한 목소리를 내어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한다.



“다문화가정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어떤 가정이나 부부 불화나 자녀문제들을 가지고 있지요. 의사소통이라든지 사회문화적 차이가 다문화가정의 어려운 점이지요. 고성지기 회원들은 이런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지요.”
곽씨가 회장을 맡을 당시 고성지기는 유대가 약화되고 회원 수도 많이 줄어 있었다. 곽종수씨는 회칙을 더 강화하고 서로의 경조사도 챙기며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책임감과 소속감을 불어 넣기 위해 야유회나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가입자나 참석이 저조한 회원들에게 고성지기의 취지를 설명해 주곤 해요. 먹고살기 힘들고 바쁜 것을 이해해요. 다만 아내들과 우리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고 통지문을 읽지 못해 아이들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같이 이야기하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합니다.”
곽종수씨는 내년 50가구 가입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또 고성지기 다문화 아내들로 이뤄진 합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곽씨는 이제까지 받아만 왔지만 이제는 힘을 모아 더 어려운 계층을 돕고 사회에 각자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고성지기를 만들고 싶다.



“다문화가정이라고 특별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남녀가 결혼한 것이고 그냥 부부가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입니다.”
곽씨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밥은 잘하나, 시부모님은 잘 모시냐”, “예쁘네, 잘 골라왔네.” 등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처음 결혼해서 밥 잘하는 사람이 요즘 잘 있나’, ‘무슨 물건이냐’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악의로 묻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곽씨는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샤밈씨는 여행을 하고 싶다. 특히 그녀는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 곽씨는 이번 겨울 고성지기 회원들과 함께 지리산에 갈 계획이다. 그는 킬리만자로의 정상의 눈을 멀리서만 봐왔던 아내에게 눈을 보여주고 싶다. 곽씨는 쌓인 하얀 눈을 보며 기뻐할 아내를 생각하니 벌써 즐겁다. 작년 1월 ‘러브 인 코리아’에 출연해 일주일간 탄자니아를 방문했다. 그러나 촬영 일정 등으로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나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다. 샤밈씨는 지금도 그것이 안타깝다. 그런 그녀를 보는 곽씨는 마음은 애잔해진다.
곽종수씨는 1997년도 탄자니아로 건너갔기 때문에 부부간 언어적 소통의 문제는 없었다. 다만 샤밈씨가 음식과 언어, 사회·문화적 차이에서 처음에는 힘들었다. 특히 샤밈씨는 같은 나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친구가 아직 없다. 그래서 외롭다고 했다. 샤밈씨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닦아 내었다. 곽종수씨의 표정이 아프다.



기자는 샤밈씨의 말 중 “남편이 친구를 많이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알아들었다. 곽종수씨는 즉시 정정해 주었다. 샤밈씨의 말은 남편이 탄자니아 친구를 고성 총각에게 소개해 결혼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모두들 웃었지만 왠지 가슴이 시려온다.
“처음에는 음식 만드는 것도 그렇고 맵고 된장냄새도 맡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요. 종교적인 것 때문에 돼지고기 빼고는 다 먹어요.”



곽종수씨에게 돼지고기 요리를 못 얻어 드시겠다고 농을 던지자 허허 웃는다. 고성지기 야유회 때 삼겹살을 자주 먹는데 곽씨는 아내를 위해 닭고기를 항상 준비한단다.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보기 좋다.
곽종수씨는 귀농이 하고 싶다. 그래서 올해 조선소에 다니는 짬짬이 고추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 샤밈씨는 펄쩍 뛰었단다. 농사 경험도 없고 그 힘든 일을 어떻게 하겠냐며. 곽씨는 혼자 하겠다며 농사를 지었다. 하나도 도와주지 않을 것 같던 샤밈씨가 어느 순간 물도 주고 곽씨만큼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었다. 곽씨는 처음에 수확이 적어 실망했다. 어느새 다가온 아내 샤밈씨가 웃으며 위로했다. 내년에는 더 잘 해보자며.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는 지난 9월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주최한 고성군여성단체협의회와의 멘토·멘티 결연식에서 소감을 발표하던 샤밈씨를 떠올렸다. 그러자 곽종수씨는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어디가나 눈에 잘 띠어요.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고요”라며 사람 좋게 웃는다. 그네들의 표정에는 이미 피부색에 대한 편견과 다문화가정이라는 피해의식은 이미 초월한 듯 했다. 우리 군민들도 다문화 가정에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벗어버려야 하지 않을까?



그네들이 정성으로 심고 가꾼 고추들이 풍성한 수확을 얻을 것이다. 건강한 고추는 알차고 탐스럽게 씨를 가득 채울 것이다. 우리도 따뜻한 관심을 가져 다문화가정이 건강하고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기원해 본다.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건강하고 미래의 한국을 짊어지고 나갈 인재로 키워내자.
또 바란다. 비록 탄자니아의 친구를 갖지 못한 샤밈씨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다가가 많은 한국친구를 둔 행복한 그녀가 다시는 눈물짓지 않기를. 환한 미소를 볼 수 있기를.


 

박준현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2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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