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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초·중·고교에서 주5일제 수업이 전면시행하기로 확정한지 약 3개월이 지났다. 당초 이 정책의 취지는 학생들에게 여유를 제공하고 각자의 적성과 소질 을 살리면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만큼 주5일수업제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순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현재 교육계의 각 측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 측은 주5일수업제가 ‘토요 돌봄’, ‘토요방과 후 활동’ 및 ‘토요 스포츠데이’와 같은 토요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주5일수업제가 교과부의 설명과는 달리 여러 폐단을 가지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 토요일에 학교 아닌 학원 향하는 아이들
이 같은 논란에서 우선적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은 공교육 축소에 따른 사교육의 증가이다. 205일이던 수업일수가 190일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마치 공부량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나 정작 수업시수는 이와 상관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실질적인 공부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근본취지는 학생들에게 여유를 제공하고 여가활동의 시간을 늘리겠다던 교과부의 취지와는 동떨어지며 때문에 주5일수업제가 도리어 공교육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사교육 열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또한 맞벌이부부와 저소득층에게도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맞벌이부부는 90년대 말부터 꾸준하게 증가하여 현재는 전체 가구의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사회 보편적인 가족형태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주5일수업제가 실시되자 수많은 맞벌이가정의 자녀들이 토요일에 학원을 가거나 혼자 집을 지키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주5일수업제는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을 더욱 공교육의 사각지대로 몰아넣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실제로 많은 수의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 주5일수업제실시 후 가정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5일제 수업은 학생들이 휴식과 문화생활을 즐겨 삶의 질 향상을 꾀하고, 교육적 책임을 학교에서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대하기 위한 것인데, 정부 및 언론에서는 저소득층 및 맞벌이부부의 자녀로 추정되는 20~30%의 참여율에 지나치게 집착해, 본래의 목적이 왜곡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 가족도, 의미도 없는 외로운 토요일
당초 교과부가 이러한 문제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교과부는 주5일수업제 운영매뉴얼에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를 연계하여 여러 가지 토요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해 나갈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과부가 제시한 토요프로그램 중 여럿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고 그마저도 독서활동과 영화감상에 치중되어 있어 내실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이라면 입학하는 순간부터 커다란 학업의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이들에게 여유를 되찾아주려는 교과부의 의도는 마른 땅의 단비와 같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여가생활을 누리도록 하고자 힘차게 시행된 주5일수업제가 내실 없이 실패만을 거듭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토요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는 것이 주5일제의 궁극적 목적은 아닐 것이다. 학생들의 참여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또래들과 어울려 즐겁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학교·가정·지역사회의 진지한 고민이, 주5일제 수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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