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장으로서 3년 4개월 동안 크게 잘한 일도 별로 없고 동네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어버이날이나 달맞이 행사를 잘 치룰 수 있었어요. 나는 인덕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지난 4월 매수마을 신임 이장으로 임명된 장희남 이장을 그녀의 집에서 만났다. 40명의 남성들로 구성된 고성읍 이장단에서 최초의 여성 이장이다. 이장이라는 직책에 강인하고 카리스마가 있을 거라는 편견을 깨고 그녀는 따뜻한 말투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겸손함으로 기자를 맞는다. “고성에서 8년을 살다가 아이들이 커 가면서 창원으로 나가 한복강사로 살았지요.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아이들도 대학을 가니 왠지 농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감히 귀농을 결심했어요.” 귀농해서 많이 힘이 들었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웃으며 답한다. “처음 느낀 점은 마을 사람들이 일이 많아 고생하는데 수익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어요. 시금치를 캐서 다듬고 묶고 씻는데 작업이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추운 겨울에는 시금치가 꽁꽁 얼기까지 해요. 내가 고생스럽다는 것 보다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어요. 방법을 바꾸고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지금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요.”
자신의 생업이나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단지 그녀는 마을 사람들이 눈에 먼저 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지역은 시금치를 30년 가까이 재배해 왔어요. 그런데 통영 시금치가 유명해지면서 고성 시금치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고성 시금치가 맛이나 영양가면에서 떨어질 것이 없는데. 좀 더 많은 홍보로 많은 사람들이 고성 시금치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시금치가 고성특산물에 빠져 있는 것이 안타깝고 지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매수마을에 대해 물었다. 그 마을을 알아야 이장으로서 그녀의 생각과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마디로 밤에 불이 꺼지지 않는 마을이에요.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새벽 2시까지 시금치 작업을 해요. 어떤 이는 저녁때 자고 밤새워 일하는 이도 있어요. 문제는 시금치의 가격차가 너무 많이 나요. 겨울에는 4천원을 받을 때도 있지만 봄에는 100원 할 때도 있어요. 고생에 비해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추의 경우를 봐도 갈아 엎은 일들이 많잖아요. 최저 임금이 있듯이 나라에서 최저 가격을 정해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 줄 수는 없을까요.”
그녀는 개인적으로 그녀가 재배한 절임배추, 건고추, 옥수수, 시금치 등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시금치의 경우 그녀는 적당한 가격을 책정하고 고정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가격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고 해요. 예를 들어 공판장에서 4천원할 때는 손해지요. 하지만 100원할 때는 이익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제는 옛날 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생각을 바꾸고 판매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부녀회장으로서 한 일이 별로 없다고 겸손해 했지만 작년 옥수수작목반을 만들고 직접 반장을 맡았다. 그녀는 공룡나라쇼핑몰에 입점해 3천여박스를 파는 쾌거를 이뤘다. 작년의 경우 매수마을의 옥수수 수익은 공판장을 통해서만 약 5억, 시금치는 약 10억원에 이른다.
“다른 바람은 없어요. 농민들이 좀 덜 힘들고 좀 더 수익을 올리는 그런 농촌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기계화나 자동화가 더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요.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요” 그녀는 이미 남성이 갖지 못하는 주민과의 소통을 이뤄내며 부지런한 이장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는 어떤 이장이 되고 싶냐는 마지막에 던지는 의례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다. 옆집 아주머니와 편안하게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했던 시금치와 옥수수 이야기 속에서 장희남 이장의 꿈과 미래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장희남 이장의 농민 사랑과 이장으로서의 활동에 건투를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