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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재활센터·직업훈련소 없어 자격증 취득 어려워
고성군 3천520여명 등록 , 장애인 고용 정책 전무
김모(35·지체자애인 4급)씨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8개월새 무려 40여 차례나 이력서를 넣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장애인이 직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씨는 결국 천신만고 끝에 현재 고성군지체장애인 협회에서 운영하는 휠체어 택시 기사로 근무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나마 김씨는 운이 좋았다며 다행스러워 하고 있다.
그나마 김씨에게는 운전면허증을 비롯한 각종 자격증이 있었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는 일이 가능했다.
반면 수십 번씩 직장을 찾아 헤매지만 끝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대다수다.
대다수 장애인들은 직장은커녕 변변한 아르바이트 자리도 하나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일을 하고 싶어도 그들을 쉽게 채용해 주는 기업이 없다.
이런 현실에 대해 장애인들 스스로도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
고학력·청년 실업자들이 부지기수인 현실을 감안할 때 몸이 불편한 자신들을 어느 기업주가 채용해 주겠는가 하며 스스로를 자위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고성은 자립재활센터나 직업훈련소가 없기 때문에 기능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마저 없어져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은 그야말로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고성은 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창출이 다른 시군보다 월등히 저조한 편이라는 게 장애인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이유는 지역경제 전반이 1차 산업인 데다 공장, 기업 등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들에게까지 일자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성지체장애인협회에서는 자구책으로 인근 도시의 대기업 등을 찾아다니며 전자부품, 장갑제조 등 단순한 일거리들을 구해 봤으나 이마저도 간단치 않은 실정이다.
갈수록 IT 산업 등이 발달함에 따라 단순작업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어 일거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장애인들이 어쩌다 직장을 마련하더라도 문제다.
기초수급자의 경우 직장이 마련되면 매월 지급되는 30~40만원의 정부 보조금마저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평생 직장이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아르바이트거나 일용직이 고작이어서 오랫동안 직장을 유지하지 못하기 일쑤다.
월급은 대개 50~60만원 선이라는 게 일용직에서 일해 본 장애인들의 설명이다.
이 경우 장애인들이 삶에 의욕을 갖고 더 열심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 보조금은 계속 지급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절실한 바램이다.
박모(여·지체장애 5급)씨는 “기초수급금을 받으면서 다른 일자리를 갖지 않으면 궁핍한 생활을 면할 길이 없다”며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보조금 혜택이 중단되니까 10~20만원 더 벌기 위해 굳이 힘든 일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고성군 행정 당국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거의 제로상태에 가까운 실정이다.
고작 여성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 지원사업 안내에만 그치고 있을 뿐이다.
안정된 직업보장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로 인식되며 장애인 복지의 가장 필수적인 사업일 것이다.
특히 지난 1990년부터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현재 고성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체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장애인들이 사회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당국은 물론 기업체 등이 합심해 장애인들의 직업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 고성군내에는 3천521명(남 2천218명, 여 1천303명)의 장애인이 등록돼 있다.
이 중 1급 372명(남 221명, 여 151명), 2급 687명(남 413명, 여 274명), 3급 637명(남 416명, 여 221명), 4급 497명(남 323명, 여 174명), 5급 692명(남 405명, 여 287명), 6급 636명(남 440명, 여 196명) 등이다.
유형별로는 지체장애인이 1천959명으로 가장 많고 시각장애인 330명, 정신지체 317명, 청각장애인 304명, 뇌병변 252명 등의 순이다.
장애인목욕탕 건립 절실
김상수 고성지체장애인협회장
“직업은 각 개인에게 경제적 이득과 소속감,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 장애인들은 일이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또 채용해 주지 않아서 그런 인간적 권리마저 포기해야 하는 불행한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고성지체장애인협회 김상수 지회장은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으로 온전한 권리와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편견과 무시가 없는 따뜻한 사회분위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자립재활센터 건립이 하루빨리 이루어져 3천500여 장애인들이 희망을 갖고 기술, 기능을 습득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장애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들이 대중·공중 시설을 이용할 경우 일부 비장애인들로부터 멸시와 무시를 당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장애인들만을 위한 목욕탕 건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화상을 심하게 입었거나 장애 정도가 심한 회원들은 대중목욕탕에서 쫓겨난 일이 허다하다”며 “심지어 사고를 당하고 20년이 넘도록 목욕탕 한번 가보지 않은 회원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따라서 장애인들은 그런 수모를 겪을 때 더욱 소외감을 느끼며 사회를 불신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행정 당국에서 장애인 복지를 입으로만 부르짖지 말고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복지정책을 펴 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