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7-11 17:18:5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특별기고

이스탄불로 떠나면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2년 04월 23일
ⓒ 고성신문
파란과 곡절도 많았던 20년이었습니다. 그 오랜 의정활동을 대과없이 무탈하게 마치게 된 건 변함없는 격려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9대 총선의 대장정이 끝났습니다. 저는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한 말씀드리면서 20년 정든 여의도를 떠나 있으려 합니다.
새누리당은 예상을 뒤엎고 선전해 과반 의석을 얻었습니다. 야당도 18대 때보다 훨씬 많은 의석수를 얻어 몸집이 커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권과 야권 의원수가 비슷합니다. 어느 당도 의회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절묘한 균형을 이룬 것입니다. 위험하고도 아슬아슬한 동반 여정(旅程)입니다. 천길 외나무다리를 함께 손 붙잡고 가지 않으면 둘 다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대선을 앞둔 국회라 그런지 벌써부터 여야간 ‘기싸움’입니다.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태세입니다. 국회가 대선 전초전으로 치닫는다면 대선 후 또 그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게 됩니다. 국회는 여야간 싸움으로 열 일이 없게 되면 또다시 당선된 대통령에 의해 압도되는 국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삼권분립, 국회의 자율성·독립성은 한낱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외부세력(청와대와 진보 시민단체)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것이 18대 국회라고 합니다. ‘진영논리’(편가르기)에 빠져 정파적 이익에 급급하는 한 동물국회의 모습, 식물국회의 내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화와 타협, 협상과 양보,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은 오간데 없고 국회 무용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모습 보여주기 위해 19대 국회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구태의 도돌이표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62%의 현역의원들을 대폭 교체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입니다. 헌법이 규정한대로 그 권한과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또다시 당이나 외부세력의 부품 부속물 취급당하면 본인은 물론 국회의 미래도 없습니다.
19대 국회의 절묘한 균형은 국민이 만들어준 결과입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정치권에 던져주고 있습니다. 여의 일방독주와 야의 저지투쟁에 대한 확실한 거부권의 행사입니다. 사사건건 싸움과 충돌을 일삼은 18대 국회에 대한 준엄한 경고입니다.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명령입니다. 이러한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또 다시 파행으로 얼룩진다면 우리 국회가 설 자리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신 못 차린다면 국민은 심판을 내릴 것입니다.
여야 모두 이번 총선 결과의 의미를 제대로 새겨야 할 것입니다.
여당은 밀어붙이기나 조급증으로 의안을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국정동반자로서 야당을 설득하고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지도부 눈치만 보지 말고 야당과의 대화에 스스로 앞장서야합니다.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며 노력해야 합니다.
야당도 원칙론만 앞세워 비타협 강경노선으로 일관해선 안 됩니다. 다수당이 되지 못한 현실을 냉정히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동안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대항한 강경저항으로 반사이익을 얻지 않았나요? 여당에 책임전가는 분명했지만 스스로 과감한 양보나 대승적 협조를 한 적이 있었습니까? 국민은 발목 잡는 야당이 아니라 책임 있는 수권 야당을 원하고 있습니다. 의회민주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야당다운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19대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고 섬기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대립과 갈등, 분열과 반목도 많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우리 정치는 그래도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가 되도록 저도 한 팔 걷어붙이겠습니다.
이 편지를 받으실 때쯤이면 저는 이스탄불의 조그만 방에서 저만의 시간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조용히 한 달여간 머물면서 오래 전부터 구상해 오던 것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다음에 돌아갈 생각입니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마땅하지만 그러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다시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제 이메일입니다. kimhyongo@hanmail.net 가끔씩 열어 보겠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2년 04월 23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