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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계집이다

박준현 취재부 기자
박준현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2년 04월 20일
ⓒ 고성신문

고성 계집이다. 우연히 꺼내 든 책에서 이 속담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고성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속담이 있다니. 그 놀람 다음에 든 느낌은 솔직히 황당했다.

물론 짧은 속담도 있지만 고작 6음절에, 속담이라면 어느 정도 뜻을 가늠할 수 있는데 뜬금없이 ‘고성 여자다’라니. 속담 아래에 적힌 풀이는 이랬다. ‘경남 고성 여자들은 억세고 일을 잘한다’라고. 순간 이마가 탁 쳐졌다.
처음에 기자가 제일 잘 알고 가까운 고성 여자를 떠올렸다. 바로 나의 아내다. 과연, 제사나 행사 때면 시아버지, 시어머니로부터 일 잘한다고 칭찬을 자주 듣는 편이니 고성여자가 일 잘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억세다? 나에겐 좀 억센 편이긴 하다.
이후로는 ‘고성 계집이다’라는 말이 떠오를 때마다 기자의 뇌리 속에는 항상 나의 할머니가 떠오른다. 할머니는 고성읍 독실마을에서 자란 동래 정씨로 통영으로 시집 와서 참 열심히 사신 것으로 기억한다.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을 내조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 며느리를 대신해 살림을 도맡아 하며 손자손녀를 키워 주셨다.



특히 기자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입이 짧아 밥 때가 되면 달아나기 일쑤인 손자를 말 그대로 밥그릇을 들고 쫓아 다녔고 도시락을 남기면 다음날은 라면을 끓여 학교 담벼락 사이로 넣어 주곤 하셨다. 그때는 창피해 눈을 흘기곤 했는데 지금도 그 라면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 필자에게는 한없이 베푸는 존재이지만 억센 면도 가진 걸로 기억한다. 한 번은 할머니와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에 도둑이 있는게 아닌가. 당황한 어린 손자와는 달리 할머니께서 우렁찬 기합 소리를 내시자 도둑이 혼비백산 달아난 적이 있다. 집에서 치던 양봉의 꿀을 훔치려는 말벌도, 사나운 개들이 싸워도 아무도 나서지 못하는데 할머니는 두려움 없이 나서서 해결하곤 하셨다. 한 마디로 참 강건한 분이셨다.



흔히들 고성을 관료와 학자를 많이 배출한 고장이라고들 한다. 혹자는 고성의 산세가 좋다고도 하고 명당이 많아서라고 말한다. 필자는 억세고 일 잘하는 ‘고성 계집’이 있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억센 여자가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억세다’의 사전적 의미는 몸이나 뜻이 굳고 세차다는 뜻이다. 즉 ‘고성 계집이다’는 고성 여자가 건강하고 의지가 강하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더 많다. 일을 잘한다는 것도 성실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이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가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고성 사람들은 속담에까지 회자될 정도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 싶다. ‘나는 가수다’라는 타이틀이 가수라는 자부심을 내포하고 멋진 경쟁을 요구하듯이 ‘고성 계집이다’라는 자부심과 경쟁력을 가져 선조들이 받았던 칭송에 부끄럽지 않은 고성인이 되자.


 

박준현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2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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