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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까지 정확히 1주일을 남겨둔 2012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이번 엑스포는 지난 두 번의 개최경험에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무장해, 어느 때보다 특별 한 축제가 될 전망이다. 당항포 주행사장에는 막바지작업으로 분주하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행사 중 하나는 바로 동춘서커스다.
# 87년을 지킨 서민의 공연, 동춘서커스
일제강점기인 1925년, 박동춘이라는 이가 일본의 서커스단에서 활약하던 중이었다. 때가 때인지라 서커스단에서 일본인들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하늘을 찔렀다. 박동춘은 조선인들에게 선보일 서커스라면 조선인인 내가 직접 나서보리라, 고심 끝에 30여명 남짓한 조선인들을 모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동춘서커스단을 창단했다. 2년 동안의 준비 끝에 드디어 전남 목포시 호남동에서 막이 올랐다. 그 후로 87년, 동춘서커스는 건재하다. 서커스가 들어온다며 나팔을 뿡빵거리고 피에로가 재주를 넘으면 온 동네가 술렁였다. 낡은 확성기에 대고 애들은 가라고 아무리 외쳐도 새까만 얼굴에 이만 보이는 동네 꼬마들은 끝까지 따라 붙었고, 해가 지면 경운기에, 자전거에 혹은 삼삼오오 짝지어 걸어서 서커스 천막으로 모여들곤 했다. 곡예사의 손끝 발끝에서 링이 돌고, 아슬아슬 줄타기에 이어 곡예사가 층층이 인간탑을 쌓으면 환호할 정신도 아득해, 입만 쩍 벌리고 있다가 남들 박수에 놀라 따라 박수를 쳤다.
얇은 옷가지만 걸친 남자 곡예사가 불 속을 뛰어들고, 아리따운 여자 곡예사가 손바닥만한 유리상자 안에 몸을 구겨넣고,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게 아찔한 높이에서 외줄을 타고 재주를 넘고…… 말로 다하자면 사흘밤낮을 새도 모자랄 법한 수많은 레퍼토리들이 동춘서커스 무대 위에서 공연된다. 숨 막히는 곡예들을 보며 서민들은 고단한 일상을 뒤로 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시름을 달랬다. 영화배우 허장강, 코미디언 서영춘 배삼룡 백금녀 남철 남성남, 탤런트 장항선, 가수 정훈희, 거기다 전국노래자랑의 최장수 진행자이자 자칭타칭 일요일의 남자 송해까지, 대한민국 연예계의 이름 날린 이들은 죄 동춘서커스단 출신이다. 1960년대, 1970년대에는 동춘서커스 소속 단원들만 250명이 훌쩍 넘었고, 공연을 한 번 하자면 천막 치느라 임대한 땅을 공연이 끝나면 고스란히 살 수 있을 정도로 호황이었다. 서민의 멋과 신명이 살아있는 동춘서커스가 이제 공룡나라 고성에서 아찔한 곡예와 서글픈 눈물, 왁자한 웃음을 쏟아낸다.
# 전 연령을 아우르는 서커스, 세수 확대 도움
공룡과 서커스.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 않은가. 그러나 누구든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둘이 닮아있다. 올해 공룡엑스포가 전 연령을 아우르는 축제인 만큼 어린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는 서커스만한 것이 없다. 동춘서커스 특설빅탑공연장은 지난 엑스포 당시 ‘한반도의 공룡점박이관’ 자리에 마련돼 있다. 현재 동춘서커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70여명의 단원들이 제각기 전문곡예를 선보이게 된다. 3월 30일, 2012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개막과 함께 시작되는 동춘서커스 공연은 900석 규모에 평일 2회, 휴일에는 3회의 공연에다 특별공연 20회 등을 합쳐 총 190회의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예상되는 관람객수는 12만명이 넘는다. 동춘서커스가 지금까지 해왔던 국내외 유료공연의 수익을 분석한 결과치이기 때문에 동춘서커스 측은 적자보는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전체매출에 따라 일정비율을 고성군에 반환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고성군의 세수 확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중예술의 모태 동춘서커스, 공룡을 만나다
동춘서커스 3대 박세환 단장
당항포관광지, 곧 2012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펼쳐질 행사장 안에 노랗고 파란 원색의 천막이 들어섰다. 별과 달이 어지럽게 들러붙어있는, 대낮인데도 컴컴한 천막 안. 작달막한 노신사가 천막 안 곳곳을 살피고 있다. 동춘서커스 3대 단장인 박세환 단장은 87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시대 마지막 서커스단인 동춘을 이끌고 있다.
“50년 서커스 인생입니다. 혹자는 광대라고 낮춰 부를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삶, 그 자체인 서커스지요. 지금은 규모가 많이 작아지고, 관객들로부터 외면받는 일도 많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서커스는 그야말로 종합예술이었고,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 서커스단이 들어오면 온동네가 들썩거리던 그 시절의 신명을 공룡엑스포에서 쏟아내려 합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춘서커스에 들어갔다. 전국을 누비며 마이크에 대고 목청껏 노래도 했고, 갖은 묘기도 선보였지만 경주 유지 박씨네 종손이 광대노릇을 한다며 집안의 반대가 거셌다. 1975년, 박세환 단장이 동춘을 떠나고 3년 후 인천서 공연하던 서커스의 빅탑이 무너지고 동춘서커스는 매물로 나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한국 대중예술의 모태인 서커스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을 제 눈을 뜨고 사는 동안에는 볼 수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 길로 달려가 당시 돈 500만원을 선금으로 내고 동춘을 인수했지요.” 동춘서커스의 87년 역사 중 절반이 훨씬 넘는 세월을 함께 했으니 그는 동춘의 역사이자 대중예술의 산증인이다. 그런 그에게도 아픈 순간은 찾아왔다. 2009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동춘서커스가 막을 내릴 뻔 했다. 네티즌들은 동춘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할 수 없다며 동춘서커스 회생운동을 펼쳤다. 기사회생이라는 말이 참으로 딱 들어맞게 문화체육관광부와 노동부가 맺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업무협약’으로 동춘의 단원 15명이 한달 84만원씩의 지원도 받게 됐다. 물론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 러시아의 볼쇼이서커스처럼 정부나 민간의 지원이 많지도, 그렇다고 중국처럼 곡예사가 공무원 신분도 아니지만, 서민들의 힘으로 일어선 서민예술 동춘서커스는 지금도 건재하다.
“서커스는 비언어적 공연예술입니다. 예술적인 요소와 공룡엑스포의 브랜드 가치가 합쳐진다면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일 거라 자부합니다. 듣자하니 예매율도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라 하니 성공이 기대되네요.” 동춘서커스는 공룡엑스포 공연으로 처음 고성을 찾았다. 2009년, 서커스단 해체 위기 이후 오히려 문화예술단체로써의 명성을 쌓고 있던 찰나, 국제적 규모의 공룡엑스포에 참가하게 됐다며 박세환 단장은 만연에 웃음이 그득하다.
서커스라면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보는 고루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동춘서커스의 공연은 오래 전 동춘서커스가 태동하면서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묘기만 선보이는 단순한 서커스가 아니다. 지난해 동춘서커스단은 변화를 맞았다. 이름하여 아트서커스. 서커스라면 익히 떠올리는 공중곡예만이 아니라 연극과 음악, 악극, 뮤지컬이 들어간 한 차원 높은 예술서커스다. 국내에서는 뉴 홍길동 서커스로 선을 보였고, 해외에 나갈 때는 코리아 로빈 후드 서커스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이번 엑스포에서도 국내 유일이자 최장수 곡예단인 동춘서커스의 종합예술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막과 막 사이에 홍길동과 포졸, 사또가 등장하면서 연극에서 곡예서커스가 이어지는 새로운 시도였지요. 관객들의 반응이 다른 것을 체감했습니다. 이번 공룡엑스포에서도 내용이나 곡예를 세계적인 서커스와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관객들께 선보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런 것이다. 줄타기곡예를 선보이는 이가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거나 부채춤과 국악곡예가 섞여 한국적인 테마를 갖고, 가장 한국적인 곡예를 선보이는 것이다. 서커스를 활성화시키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도 그들만의 정서를 한껏 담아냈으니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박세환 단장은 최대한 한국적인 요소들을 공연에 넣었다.
“2012경남고성공룡엑스포가 시작되면 전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겠지요. 지난 2006년과 2009년 엑스포에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공룡엑스포를 찾았다 하니 올해는 그보다 많은 인원이 고성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 모든 관객들이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 내내 1분 1초도 따분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공연을 선보일 자신이 있습니다.” 동춘서커스는 마냥 고급스럽고 우아하고 화려한 공연은 아니다. 해외 어느 공연장처럼 눈이 부시게 화려한 의상도 아니고, 휘황찬란한 조명이 번쩍이는 공연장도 아니다. 동춘서커스는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한바탕 놀음으로 정을 나누는 ‘난장’이다. 신명나는 난장, 2012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의 개막과 함께 막이 오른다.
“87년동안 대한민국을 울고 웃긴 동춘서커스단, 공룡엑스포에서 어르신들께는 향수를, 장년들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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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10:35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