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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해가 밝았다. 그것도 60년만에 한 번 온다는 흑룡(黑龍)의 해다. 봉황, 거북, 기린과 함께 4령(四靈) 중 머리 격인 용의 해에 거는 꿈이 큼직도 하 련만, 현실은 아쉽게도 올해 지구촌 전체의 전망과 기대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특히 유럽경제 등 세계 경기를 보는 눈은 무척이나 우울하고 어둡다. 덩달아 우리나라 올해 경제 성장률 예측도 대부분 3% 초반. 연초부터 옷깃에 매서운 찬바람이 파고드는 느낌이다. 안팎의 사정이 두루 이 지경이고 보니 올해 우리 고성의 금고 사정 또한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우리 고장의 상징, 공룡(恐龍, Dinosaur)이 흑룡의 용(Dragon)과 같은 류(類)가 아님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뭐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대수인가? 공룡도, 흑룡도 같은 용(龍)자 돌림이니 그렇게 받아 들이면 그만이지! 에라, 행운의 화신, 흑룡의 힘을 빌어 올 한해는 물론, 앞으로 우리 고장을 살려줄(?) 공룡에게 ‘희망 춤’이나 한 번 신나게 추게 해보자.
희망 춤1- 폭발적 인기, 공룡세계엑스포
연초부터 나라 전체가 난리다. 전국이 온통 2012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입장권을 미리 구하려 혈안이 돼있다. 1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예매권은 이미 완전 매진. 고성군청과 각 읍·면사무소는 물론이고 재외 향우회도 빗발치는 입장권 요청에 모두들 진땀을 흘리고 있다. 공룡세계엑스포 개최 추진위원회는 대회 기간 중 수백만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려올까 봐 안전대책 수립에 전전긍긍이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보호가 초점이다. 고성경찰서 병력으론 턱없이 부족한 안전대책반 운영을 위해 인근 시·군은 물론 경상남도 경찰청에도 긴급지원을 요청해 두었다. 입장권을 각 읍·면과 기업, 단체 등에 억지배정하거나 재외 향우들에게 부탁하던 것은 옛말. 대박 난 입장권 판매 수입에 더하여 사전 신청을 낸 수많은 특산품 판매점과 음식점 등 입점계약금 선납으로 한 때 큰 적자였던 엑스포장 시설유지보수비, 직원인건비는 물론 골칫덩어리였던 앞으로 몇 년간의 운영경비는 걱정 NO! 말 많던 군비, 도비, 국비 지원은 이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희망 춤2- 조선산업특구 걱정도 싸~아악!
동해면 조선산업특구. 대우해양조선, 현대중공업, STX, 삼성중공업 등 세계적 국내조선사 CEO를 비롯한 임원진들을 태운 검정색 외제 승용차가 그림같이 아름다운 동해면 해변 조선소 지정부지로 앞다투어 몰려 든다. 최근 급부상한 중국의 몇몇 대형조선소 마크를 단 고급승용차도 눈에 들어온다. 삼호조선을 비롯한 중견조선사는 치열한 계약경쟁에 끼어 들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현장 답사를 끝낸 CEO들, 모두들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고성군청 직행. 군청 청사 옆 마당, 좁은 주차장은 이미 이들 조선사의 실무진들이 미리 와 대기중인 승용차들로 온통 북새통이다. 세계 조선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갑자기 불어닥친 중소형 선박수요의 급증 추세에 따라 고성을 미래의 조선기지로 삼기 위해 하나같이 야단들이다. 번번이 빗나갔던 대형조선사 입주의 용꿈. 그에 따른 인근 주민의 좌절과 군민 전체의 실패담은 이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들판 이곳 저곳, 덩그러니 공장 뼈대만 올려 놓고 기계도입마저 망설이던 수많은 부품공장들의 한숨도 이제 끄~으읕. 동해면 앞바다에 떠오르는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희망 춤3-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생명환경농업’ 특산품
‘공룡나라 쇼핑몰’ 컴퓨터가 일시지만 또 다운됐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갑자기 몰린 주문을 감당해내기 어려워서였다. 올 여름 임시방편으로 긴급 보강한 컴퓨터로도 전국에서 쓰나미처럼 몰리는 수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생명환경쌀, 참다래 예약주문, 방울토마토, 대봉감, 새송이 버섯, 파프리카, 애호박, 우리밀 국수, 청국장, 된장에서부터 생굴, 멸치, 유정란, 민들레 진액까지 ‘생명환경’ 마크가 들어 간 고성 특산품은 온 국민의 최고, 최선의 애호품이 되었다. 각 면별 단위영농조합 별로 급히 저온 창고 등 농산물 보관시설을 확충하고 출하시스템을 과학화, 계통화 시켰지만 일손 부족 등으로 애먹긴 마찬가지다. ‘즐거운 비명’은 상당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 동안 공무원 주도의 행정지도와 아까운 군비 지원으로 근근이 이어지던 생명환경농업. 얼마 안 되는 시험포 생산품마저도 소비처를 잡기 위해 갖은 홍보와 온갖 행정력 동원으로 세금과 행정력 낭비라는 비난에 골몰해야 했던 쓰라림. 몇몇 상품에만 그나마 주문이 몰려 대다수 특산물은 개점 휴업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이제는 한 때의 아름다운 고통으로 기억조차 아련하다.
희망 춤4- 등용문, 명품교육으로 전국이 들썩
‘재능스쿨’, ‘고성군 인재스쿨’, ‘해외연수생 파견프로그램’에 구름처럼 지원생이 몰린다. 군내 뛰어난 학생 중심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열기는 전국을 대상으로 개방하자 마자 순식간에 열병처럼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여름을 채 넘기기도 전에 내년도 정원을 넘어서서 부랴부랴 접수 마감일을 앞당겨도 수험자 처리 능력을 이미 훨씬 넘겨 버렸다. 이 모든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고성군교육발전위원회는 직원을 대폭 보강하고도 폭증하는 업무량 처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다. 이름 그대로 고성은 용꿈시현의 창-‘등용문(登龍門)’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교육발전기금을 모으기 시작하고 위원회를 만들어 ‘명품교육’의 기치를 내건 지 몇 해가 지나도 제자리 걸음만 맴돌던 교육현장.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자매시 결연을 하고 유명대학교와 학생파견 계약을 맺은 데 이어 교민 단체와 지원계약까지 약속 받았는데도 그 실효를 의심하기만 하고 싸늘하기조차 하던 주민 반응.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며 온갖 비난을 쏟아냈던 여론들. 그러나 이젠 군청도 교육발전위원회도 보란 듯 어깨를 으쓱거리게 되었다.
다시 용의 해 - 현실로 돌아가자
위에 늘어놓은 희망춤들은, 또 그밖에 우리군이 펼쳐놓은 수많은 사업들은 아직은 우리 모두의 꿈일 수 있다. 마음대로 비를 부르고 멈추게도 하는 흑룡의 운행우시(雲行雨施) 능력에 기대어, 올 한해 간절히 걸어 보는 희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꿈마저 없다면 무슨 희망으로 살아가랴? 결코 쉽게 이룰 수 없는 꿈인 줄 알면서도 우리는 너무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 군이 부르짖고 있는 ‘신고성 건설’과 ‘소가야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너무나 간절히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꿈의 시작은 신중해야 하고 계획은 두렵기까지 해야 하지만 일단 계획하고, 시작한 꿈은 그 성취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용이여! 흑룡이여! 그 웅혼한 신통력과 영험을 올 한해 우리와 함께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