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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현역이다”

68세 외발 축구선수 양용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12월 30일
ⓒ 고성신문

사진설명)축구공을 짚고 선 다리는 무릎 아래가 의족이다. 원체 밝은 성격 탓인지 아니면 노력 탓인지

, 먼저 말하지 않으면 양용씨의 오른다리가 의족인 것을 아무도 모른다.


 


2009년 3월 22일 자정을 넘긴 시각. 예인선 위의 남자가 밧줄에 걸려 바다로 빠졌다.
스크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헤엄을 치던 남자는 오른쪽 허벅다리 아래가 허전했다.
배위로 올라오자마자 스스로 지혈을 하고, 무릎 아래가 없는 다리를 치켜들었다. 목숨은 겨우 건졌지만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그런데도 축구동호회원으로 고성군을 누비고 있다.
양용씨는 외발의 축구선수다. 1944년생이니 68세인데도 여전히 현역이다.



삼천포에서 태어나 22살부터 공무원 생활을 했다.
26년을 공직에 있다가 1990년대 IMF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직후부터 해운회사에 근무했다. 그러다 예의 그 사고로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의족으로 다시 일어났다.
넉넉지 못하던 어린 시절부터 이를 악물고 살아온 것이 사투를 벌이던 그 순간에 큰 힘이 됐다.
“워낙 공 차는 걸 좋아해서 아내가 큰딸 낳던 날에도 공 차러 간다고 나가버린 무심한 남편이지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운동으로 단련되지 않았다면 그 사고를 당하고 그렇게 침착하게 대처할 수 없었겠지요.”



첫출산에도 공 찬다고 결석한 남편이 미울 법도 한데, 아내는 그의 사고 전 거류체육공원에서 남편과 함께 공을 찼다. 무리하지 말라는 당부는 잊지 않는 그의 아내는 경기마다 함께 다니며 이젠 거의 사이드코치 역할을 한다. 부창부수다.
고성군내 13개 축구동호회 회원 중 최고령자인 양용씨는 동해면 스카이조기회 고문이고, 고성50동우회 회원이다. 내일모레 고희인 나이, 오른쪽 의족에도 불구하고 그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못말린다.
“자식뻘 손자뻘 회원들과 함께 운동장을 누비다가 사고 후에는 심판을 주로 봅니다. 혹시라도 저로 인해 다른 회원들이 몸을 사리고, 경기에 피해가 될까 싶어서지요. 하지만 축구를 끊으면 살 수가 없을 듯해 심판으로라도 꼭 참여하려는 겁니다.”



그가 지금껏 열정적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아내와 언제나 그를 정신적 지주로 추켜세우는 회원들 덕분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더 모범을 보여야만 그들의 관심과 배려에 보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격이 원체 밝다.
살짝 급한 성격이긴 하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다리를 수술하고도 10개월의 병원생활동안 남들 눈에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분위기 메이커로 통했다.
어릴 적부터 몸에 밴, 강직한 성격 탓이다. 자포자기 같은 건 그에게는 먼 이야기다.



“좌절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축구는 물론이고 모든 운동은 예의가 우선이어야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가진 거라고 봅니다. 인격적으로 수행해야 하지요. 제 다리가 남들 눈에는 조롱거리, 비웃음거리로 보일지 몰라도 저는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그런 그의 눈에는 의족과 의수를 착용하고도 당당하게 반팔을 입고 경기에 임하는 서양의 선수들이 부럽기도 하고,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할 뿐임을 스스로도 깨닫곤 한다.
“저는 제 후배들이 운동장 안에서는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공을 내가 책임지는 것. 그건 반드시 운동장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필요한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제 꿈이 하나 있어요. 칠순잔치를, 함께 운동하는 후배들과 운동장에서 하는 것입니다. 가능한 꿈일지 모르겠지만, 평생을 공을 사랑한 저에겐 꿈이고, 희망이고, 바람입니다.”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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