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옛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통합해 새로운 도시 ‘창원시’가 탄생했다. 100만여 명이 사는 거대도시 즉 공룡도시가 등장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야구팬의 관심이 집중한 창원시를 중심으로 경남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아홉 번째 구단 엔씨소프트의 구단명도 공룡을 의미하는 다이노스(DINOS)로 정해졌다.
엔씨소프트는 구단명칭을 공룡화석이 분포해 있는 지역에 대한 상징성이 높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호감을 느끼고 있으며 발음도 쉬운 다이노스를 최종 구단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제 창원이 공룡을 대표하는 도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그러나 경남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공룡 도시로 잘 알려진 곳은 경남 고성군이다. 창원과 이웃한 원조 공룡 도시인 고성군에 거주하는 주민이 뿔났다.
창원시가 마산해양신도시사업을 추진하면서 고성군 동해면 용정리 망일포(매이리) 산 51번지 토사채취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산해양신도시사업은 2018년 완료를 목표로 국책사업인 마산항 개발 사업에 따른 항로준설토를 이용한 서항, 가포지구, 공유수면을 매립해 해양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고성군 주민은 지난 6일 지역의 각 기관 및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가하는 ‘용정리 토석채취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에는 지역의 도의원과 군의원도 함께 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망일포를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마산해양신도시사업과 관련해 제대로 된 지역민의 의견 수렴 절차조차 가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 붙이는 창원시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역민의 정서와 현 상황을 무시한 채 독단과 오만이라는 단어의 힘을 빌려 행동하는 창원시를 직접 비난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동해면은 조선산업특구로 지정되면서 각종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주민은 대의적 차원에서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이라 내다보고 양보하고 협조해 왔다. 고용창출과 인구유입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 파헤쳐지는 산과 바다, 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더 이상의 훼손은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대손손 깨끗하게 물려주고 싶은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원시는 토사채취를 위해 주민 동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절차만을 중시하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동의만 펼쳤다고 한다. 마산해양신도시 사업에 있어서 동해면의 주인인 진정한 지역민은 철저하게 배제된 셈이다.
창원시는 “사람이 자연을 버리면 자연도 사람을 버린다”며 망일포 토사채취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 한 이장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삶의 터전을 보존하려는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마산해양신도시사업이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을 갖고 ‘밀어 붙이기’식으로 지역민과 타 지역민의 목소리를 소홀히 대한다면 지역민을 비롯해 타 지역민도 창원시를 버릴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창원시 역시 갈등과 분쟁이라는 멍에를 짊어진 채 살아가기는 싫을 것이다.
갈등과 분쟁 해소를 위한 대화창구 개설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지역 간 현안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도 절실하다. 약육강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쥐라기 시대의 공룡이 아닌 ‘아기공룡 둘리’처럼 경남도민에게 친근한 공룡 ‘창원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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