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알싸한 바다냄새와 비릿한 생선냄새, 그리고 상인들의 땀방울이 제각기 어울려 그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어시장. 60년 전의 어시장 안내판은 글자보다 그림으로 위치를 알려줬더랬다. 1950년, 아케이드는커녕 지금처럼 번듯한 건물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다. 문맹률이 높았던 탓일까, 새우나 소라를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으면 새우와 소라의 그림이, 생선전에는 생선 그림이, 채소전에는 채소 그림이 있었다.
그림을 따라 길을 찾아가면 땀냄새가 밴 무명수건을 쓰고, 물기 가득한 앞치마에 연방 지폐 몇 닢을 꽂아 넣으며 아지매 새댁 불러대는 생선장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몇 발짝 지나면 흙 묻은 대파와 양파, 당근 잔털들을 털어대며 오늘 아침에 뒷밭에서 뽑았다고, 이래 싱싱한 놈이 어디 있느냐고 소리를 질러대며 손님몰이에 나선 할매도 있었을 것이다.
몇몇은 덤이라며 혹은 떨이라며 자잘한 가지 하나 더 찔러 넣었을 것이고, 또 몇몇은 깎아달라는 새댁에게 나보다 싸게 파는 사람 없다며 끝끝내 우기고 있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지금의 시장풍경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을 그 시절의 시장은 그래도 지폐 몇 장이면 거짓말 조금 보태 동네 잔치할 만큼 푸짐한 장바구니로 집에 돌아갔을 것이다. 광목으로 된 빳빳한 한복치마가 후줄근해질 때까지 장사에 여념이 없었을 장사치들은 아침에 그득하게 담고 나왔을 소쿠리에 얼마 남지 않은 생선과 채소들을 올리고, 생선과 채소 대신 허리춤 혹은 고쟁이 안 어딘가에 지전이 그득하게 들었을 주머니를 차고 흥얼대며 밤길을 걸어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아직도 오일장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동네 중 하나가 고성이다. 하지만 살기가 편해져 그런지 아니면 사람들이 깔끔해서 그런지 죄다 도시의 큰 마트에만 몰려간다.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포장된 과일과 생선, 채소들을 비닐봉투에 가득 담아간다. 그리고 계산을 하며 포인트를 쌓고, 간혹 알뜰한 주부들은 쿠폰까지 쓴다.
그 시절의 시장과 같은 정은 없다. 덤이라며 인심 쓰던 장사치도 없고, 조금만 깎자는 손님에게 눈을 흘기면서도 마지못해 몇 푼 빼주곤 하던, 무명치마 입은 아지매도 없다. 사람들은 차가운 카트를 밀며 차가운 냉장고의 과일과 생선을 산다. 표정마저도 차갑다.
60년 전 그 시절의 장바닥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 삭막한 장보기의 작업을 어떻게 볼까. 정도 없고, 오로지 돈만 있는 장이 그들에겐 어때 보일까. 그림으로 된 안내도를 보고 시장 구석구석을 찾아다닌 그때의 정을, 우리는 이미 잊어버렸을까.
재래시장 살리기가 붐이 된 세상이다. 그 시절 시장의 정이 아직도 조금은 남은 고성시장, 고래고래 고르라며 소리치는 장사들의 소리와 하나 더 달라며 떼 쓰는 이들이 있는 곳. 이번 주말에는 장돌뱅이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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