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6-25 23:33:4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특별기고

하루를 배워도 선생이라던데……

김학규 전 철성중 교장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5월 20일

5월에는 유난히 기념일이 많다. 공휴일로 지정된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외에도 10개가 넘는 기념일로 달력이 빼곡하다.
달력을 볼 때마다 15일 앞뒤의 여백과 함께 ‘스승의 날’이라는 글자가 또렷이 먼저 들어오는 것은 내가 학교에서 반평생을 보낸 직업 탓이리라 생각된다.



30여년간 학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나앉으니 학교에 근무할 때와는 다른 변화를 느낀다. “밥 먹자, 술 마시자”하며 다가오던 사람들도 해가 갈수록 뜸해진다. 수시로 울리던 전화벨도 잠잠해졌다. 아내마저 내 곁에 있을 때가 드물다. 물론 천성적으로 무뚝뚝한 성격에다 아기자기한 말재주라곤 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친구들은 집에서 가끔 손자, 손녀들과 논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재미도 누리지 못한다.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으니 만감이 서린다.



학교에 근무할 때는 새벽밥 먹고 휴일도 없이 근무했는데 “이런 신세가 됐나” 싶어 심정이 착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런 줄 알았다면 진작 평생 월급 받을 직장이라도 구해 볼 걸…….”
또 전화가 온다. 제자가 선생님과 식사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참석해 달라는 전화다.



5월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자꾸 누구인가 기다려진다. ‘기다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찾아 올 제자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전화소리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다 끝내 찾아오지 못한 제자에게는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제자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는 것은 스승의 바른 모습이 아니다. 가르치고 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제자의 뒷모습을 늘 지켜보고 때론 몰래 다가가기도 하면서 잘 살고 있는지, 성실히 살고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항상 애틋해 하고, 더 잘 해주지 못한 선생의 부끄러움을 가슴으로 새길 노릇이다. 제자들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어찌 제자들의 탓으로 돌리겠는가?



중국에는 ‘하루를 배워도 선생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게 사소한 가르침을 준 분이라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언젠가 연수원에서 연수생들에게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내 수업을 들었던 연수생들이 나를 깍듯이 스승으로 대접해서 몸둘 바를 몰라 했던 기억이 있다. 두 시간 강의를 했을 뿐인데도 그들은 제자로서의 예의를 갖춰줬다. 가르치는 것이 새삼 두려워지는 느낌이었다. 하루를 가르치더라도 정성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루를 가르쳤어도 제자’라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만나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가르치기를 단 하루만 하였더라도 늘 생각하고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스승에게 있어야 한다는 깨침을 얻었다.



길거리에서 어쩌다 만난 제자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미안하고, 자주 연락 못한 제자에게 미안하고 제자의 아픔을 몰라서 미안한 날이 많다. ‘힘들고 어려울 때 주저하지 말고 말해다오, 지금이라도 함께 기쁨도 아픔도 나누는 선생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나는 지금도 선생님에게서 받은 사랑을 그 분들께 되돌려드리지 못한다.
대신 내리사랑으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전해주고 싶었다. 자식이 부모의 등 뒤에서 배우듯, 제자도 스승의 등 뒤에서 배운다. 공평무사한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따스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함을 나도 행동으로 가르치고 싶었다. 학생들의 가능성도 열어주고 넓혀주고 싶었다고…….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5월 20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