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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빛이 되는 사람…

거류우체국 이정옥 대리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5월 09일
ⓒ 고성신문

그녀의 눈에 함빡 웃음이 물들었다. 철따라 꽃이 물들듯이 말이다. 거류우체국 이정옥 대리의 손끝에

서 꽃과 함께 봄이 피어나고 있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우리 우체국에 들어서면 직원들의 웃음과 함께 꽃을 보며 고객들도 함박웃음을 전해주시죠.”
벌써 20년이 흘렀다. 내가 차 한 잔을 덜 마시고, 군것질 한 번 덜 해서 모은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옮겨 다니는 지붕을 따라 꽃꽂이를 선보이고 있다.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꽃꽂이에서는 사람냄새가 난다. 약간은 투박하지만 꽃이 가진 각기의 매력에 빠지듯, 사람도 그렇겠지. 그래서 그녀는 사람을 만나는 우체국에 30년을 근무했지만 아직도 시골 우체국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얼마나 정감 있습니까. 짧지만 어머님 아버님들과의 이야기에서 저 역시 활력을 얻고, 지혜를 얻습니다. 어르신들도 딸처럼 대해주시니 제가 그 분들을 위해 꽃꽂이 정도가 뭐 그리 힘들겠습니까.”
처음 꽃꽂이를 시작하고 20년이 가깝도록 남편도 꽃을 살 돈이 우체국에서 지원되는 줄 알았단다. 최근에야 고백을 했더니 남편은 선뜻 이해했다. 그게 아내의 즐거움이니.



철새직장인들도 많고, 결혼해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을 그만두는 여자들도 많다. 하지만 그녀는 30년을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81년, 지금은 없어진 전화교환직으로 체신청에 입사해 교환직이 없어지면서 우체국으로 둥지를 옮겼다. 꼬박 30년이다.



그래서 지난 22일에는 정보통신의 날 30년 근속표창도 받았다. 또 그래서 그녀는 노인요양원과 애육원, 딱한 사정의 이웃에게 각각 30만원씩 성금을 베풀어 자축했다. 그녀에겐 누군가를 돕는 것이 스스로에게 주는 상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꽃꽂이도 그런 그녀의 취미생활이자 나눔의 의미다.
“지금까지 꽃꽂이를 해오면서 고마운 분들도 많고 기억나는 분들도 많아요. 그 분들이 없었다면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꽃꽂이를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그녀가 처음 꽃꽂이를 시작하던 즈음에는 차가 없어 집이 있는 고성읍에서 우체국까지 꽃을 옮기는 것도 큰일이었다. 그때마다 우편차에 우편물과 꽃꽂이 수반을 조심조심 싣고 와 준 직원, 출근길에 수반이 넘어져 꽃이 다칠까 염려해 수반을 조수석에 태우고 출근한 직원 등등 그녀의 꽃꽂이 역사와 함께 고마움도 늘어났다.



우체국에 가끔 들르는 아주머니가 하신 “내가 우울하고 속상했다가도 이 꽃만 보면 그 마음이 싹 가신다”는 말처럼 힘을 주는 분들도 많다.
그녀와 나누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재웅 국장이 거든다. “꽃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이정옥 대리. 멋지지 않습니까? 직원 셋인 우리 작은 우체국에 많은 분들이 와주시는 건 이 대리의 꽃 덕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이 주는 따뜻한 마음처럼 이정옥 대리도 고객들을 감싸 안을 줄 아는 사람이지요.”
칭찬하는 말이 쑥스러웠던지 이정옥씨의 얼굴이 수반 위의 꽃처럼 발개진다.



“거류우체국을 찾는 분들이 꽃을 보고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신다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는 고객들께 자그마한 빛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그녀가 근무하는 작은 거류우체국에는 향긋한 꽃과 함께 그보다 더 향기로운 사람, 이정옥 대리가 이렇게 외칠 것이다.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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