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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이 통일이다

이진만 논설위원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4월 29일
ⓒ 고성신문

며칠 전, 경남지역통일교육센터 주관으로 도내 학교장들을 초청하여 남북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과 대성동 마을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판문점은 몇 번이나

다녀왔지만 대성동 마을은 최근에 개방된 곳이라 통일교육위원인 필자도 처음 다녀온 곳이다.



우리나라의 최북단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은 유일하게 비무장지대 안 공동경비구역(JSA) 내에 위치한 특수한 마을로 52가구 2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곳이다. 마을로부터 400m 밖에 군사분계선이 지나고 있으며, 건너편 북한의 기정동 마을과는 불과 800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러나 서로의 논밭이 작은 둑 하나를 사이에 두고 펼쳐져 있어 들일을 나가면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두 마을이 가깝다. 어른 걸음으로 10분이면 닿을 정도로 분단 이전에는 서로 왕래가 잦은 가까운 이웃이었지만 이제는 들판에서 만나도 눈인사도 나눌 수 없는 남남이 되어 버렸다. 불행한 역사의 현장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우리 국민 모두가 즐겨 부르던 노래다. 이산가족이나 남북 당국자나 주민들이 만나면 손잡고 부르던 노래가 이 노래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 갈수록 통일의 염원이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전에는 당연히 해야 할 숙제였지만, 지금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2009년 모 설문조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생들 중에서 통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23%에 불과하다니 통일의 염원이 퇴색된 정도가 아니라 겨우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교육 현장에서 통일 교육의 내용은 정말 미미하다. 사회 과목이나 일부 관련 과목에서 단편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전부다. 민족의 염원이라는 큰 숙제를 다루는 과목으로써는 너무나 적은 시간이 배당되어 있다. 더구나 새로 개정되는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2학년에서 몇 시간 다루는 것으로 학교에서의 통일 교육은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거꾸로 돌아가는 학교 통일 교육 현장을 보면 정부 당국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독일의 경우는 정치교육의 중심과제 중의 하나로 통일교육을 두어 전체 교과목에서 ‘평화와 자유 속에서 통일 실현의지’를 지속적으로 함양시켰고, 그 결과 통일을 이루어 내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통일의 의지가 정말 있는지 진정성마저 의심스러워진다. 국민들의 통일 의지를 탓하기 전에 정부 당국의 통일 의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또 하나, 학교 교육에서 시간량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통일교육의 방법이다. 학교 현장에서 실시되고 있는 통일 교육을 보면 체계적이지 못하고 일회성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단편적인 지식을 배우거나, 초청 강사의 특강 정도가 통일 교육의 모두이다. 그리고 내용도 대부분 통일 지향적이라기보다는 안보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북한 체계보다 인권이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이고, 북한보다는 경제적으로 30년은 앞선다는 ‘우월 논리’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위험한 국가이니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지켜봐야 한다는 ‘안보 논리’, 우리가 많은 도움을 주었건만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한 집단이니 더 이상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반공 논리’가 그것이다. 이런 논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통일 교육이 아니다. 이런 논리는 남북 서로 간에 분열과 대립만 만들 뿐 통일의 길은 더욱 멀어진다.



물론 통일과 안보는 동전의 양면 같아서 떼어놓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북한의 행태를 볼 때 튼튼한 안보가 없이는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이룰 수가 없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서로의 동질성을 찾아야지, 남북이 서로의 이질성만 찾아 비난한다면 증오의 폭이 커지고 분쟁만 있게 된다.



최근 연평도 피격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감정은 아주 나쁘다. 그러나 언제까지 북한을 도외시 할 수는 없다. 좋든 싫든 우리가 껴안고 같이 살아야 할 우리 민족이다. 우리 세대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다음 세대에까지 이념으로 갈라져 싸우는 불행한 나라를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기에 지금 우리가 실시하고 있는 통일 교육이 정말 올바른 통일 교육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북한의 인민들이 우리 형제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들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우리가 비난하고 싸워야 할 사람들은 현재의 북한 정권과 그를 좇는 일부 사람들이지 북한의 인민 모두는 아니다. 막연하게 북한의 위험성과 비도덕성만 강조하여 아이들에게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게 해서는 안 된다. 북한 땅에 사는 인민들이 우리와 다른 별개의 종족으로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은 말 그대로 통일 교육이어야 한다. 같음을 찾아서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이 통일이지 서로 다름을 따져 갈라놓는 것은 반통일(反統一)이다.



예전에도 기회가 있어 분단의 아픔이 있는 지역을 몇 번 다녀왔다. 그러다가 통일교육위원이 되고부터는 판문점을 비롯해 최전방 지역을 더욱 자주 갈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언제나 그게 끝이었다. 결국은 끝점에 가면 허무하게 돌아서야만 했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야 발전이 있는데 철조망 때문에 더 나갈 수가 없다. 몇 번을 가도 마찬가지다. 진척이 하나도 없다. 마치 쳇바퀴를 돌고 있는 느낌이다.



더 나아가고 싶다. 내가 가고 싶은 그곳은 우리가 밟고 있는 흙과 꼭 같은 흙이 있고, 우리와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은 외국도 아니고, 거기 사는 사람들은 외계인이 아니다. 내가 가고 싶은 그곳은 마음만 먹으면 하나가 될 수 있는 같은 혈족이 사는 곳이다.



다음에 다시 판문점을 찾을 때는 10㎞ 남짓 떨어져 있다는 개성까지 걸어서 가보고 싶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평양도 가고, 백두산 정상에 올라 우리 땅 전체를 내려다보며 한민족의 기개를 느끼고 싶다.



꿈같은 얘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 정부가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적인 평화통일 정책을 펴고, 우리가 밉든 곱든 북한 인민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마음만 있다면, 북한 땅을 자유롭게 밟아 보는 것은 허황한 꿈이 아닌 반드시 실현될 현실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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