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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 일어난 조그만 사건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불쑥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길바닥에 떨어진 돈 100원(당시 100원의 가치는 컸다)을 보면 떻게 하겠느냐고. 나는 바로 대답했다. 지서(파출소)에 가져다 주겠다고. 순간 교실 안이 조용해졌고 전체 분위기가 썰렁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 선생님은 다른 학생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 학생 왈, 친구들하고 과자나 빵을 사 먹겠다고. 아이들은 와아! 하고 웃었고 선생도 웃었다. 나 혼자 웃지 않았다. 나는 황당함에 쥐구멍이라도 찾아들고 싶었고 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졸지에 나는 바보(?)가 되어 버렸고 상대 아이는 영웅(?)이 되었다. 나의 대답은 분명 모범답안이었고 정말 그렇게 행동했을 텐데, 분위기는 나의 진정성 따위는 흥미도 없었다. 아니 나의 모범답안을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 뒤 한동안 나는 그 사건으로 인해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고민한 적이 있었다.
지난 6.2 지방 선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소란스러운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갈등과 대립각이 세워지고 있는 것을 본다. 폭넓게 보면 민주적 진화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과도한 행동과 말들이 집단적 폭력성의 똬리를 틀고 있다. 명색이 지역과 국가를 위한다고 큰소리치고 행동하는 지도자들의 헛공약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편협된 이기심이 염불보다는 잿밥에 달보다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리 크고 자극적이고 포퓰리즘적이면 자기 식 정의로 포장된다. 국가의 권위나 정의는 순간 매몰된다. 엄연히 검증되고 계획된 국가 정책도 실행단계부터 마구 흔들어버리니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한다. 대표적 예가 국책사업으로 문제의 불씨를 지폈던 동남권신공항, LH 이전문제 등이 그렇다. 집행의 정당성과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몇 배의 예산낭비와 불필요한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 역시 정책조정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국가 공신력에 대한 불신감의 팽배로 심각한 위기를 절감해야한다. 그리고 중앙, 지역의 선량들도 다가오는 총선에 구명도생에 집착해서 소아적 지엽적 득표활동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국가나 지역의 이익을 위해서 대승적 자세를 가지고 이해와 설득, 그리고 대화와 타협의 조정자 역할로써의 정치미학을 발휘해야한다. 무조건 밉다고 타박만 줄 것이 아니라 올바른 대안을 내놓으면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젠 세상에 독불장군이 없다. 거버넌스적(협치)인 방향으로 공론을 결집시켜야한다. 답은 분명히 하나로 나와 있는데 왜 당신들의 정치논리로 여러 개의 답을 만들어 이 사회를 대립과 갈등으로 혼란스럽게 하는가. 그리고 시민단체 지도자들 역시 자기주장이나 전문성이 지역과 국가이익을 위해서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바보가 아니다. 정권을 잡았다고 영원하거나 마음대로 하는 세상도 아니며 정의롭지 못한 권력으로 결코 민심을 잡을 수 가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독식의 경남 수장을 바꾼 것도 민심이다. 따라서 민심은 천심이고 이것은 모든 권력의 상위개념이다. 그래서 여든 야든 엉터리짓거리 하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이제 제발 누구든 떼법 행동 그만하고 세련돼라. 이것이 투명사회이고 진정한 공정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보는데 이 사회가 자꾸만 건방진 사회로 변해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