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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鷄肋의 지혜

이진만 논설위원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2월 11일











▲ 이진만 논설위원


올해 고성군의 화두(話頭)는 당연히 ‘교육’이다. ‘교육’은 지난해 민선 5기 군수로 재출범한 이학렬 군수의 공약이기 때

이다. 이 군수는 작년 6월 ‘교육명품도시 고성’을 선포하고 지난 6개월 동안 기반을 닦아 왔다. 그리고 올해는 사업 내용을 구체화시켜가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에서 기획하고 있는 ‘교육명품도시 고성’의 향도(嚮導)는 관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미국 유학을 갈 수 있는 ‘미국 유학 사업’이다. 그러나 이 군수가 ‘교육혁명’이라고 일컬을 만큼 대단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주민들의 호응도는 아주 낮다. 이에 고성군은 과감하게 업무 담당자를 바꾸면서까지 사업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사정은 여전히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연간 100명씩 2년간 200명의 학생들을 유학 보내겠다는 애초의 계획부터 뒤틀어져 버렸다. 신청자가 밀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금까지 미국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15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 또 그들 모두가 미국 유학을 가기까지 완주를 할지는 알 수가 없다.



고성군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군정 사업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만 계획된 사업을 올바르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먼저, 중도 탈락자에 대한 구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칼리지(college) 졸업 후의 진로가 확실하지 않을 뿐더러, 학생들에 대한 안전이나 지도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구호만 거창할 뿐 고성군에서 주는 혜택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물론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도 할 말이 있다. ‘미국 유학 사업’을 위해 고성군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무상 영어 교육’과 ‘유학 알선’이다. 곧, 사업의 내용이 복지(福祉)가 아닌 교육(敎育)의 차원인 만큼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생과 학부모가 스스로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관내 4개 고등학교 1천500여 명의 고등학생 중에서 15명 내외의 학생들을 위한 수혜(受惠) 교육으로는 ‘명품 교육’을 논하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하다. 당연히 고성군은 더 많은 학생들을 참여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다음으로 ‘교육명품도시 고성’의 큰 축은 ‘인재 스쿨 운영’이다.
인재스쿨 사업은 고성군과 고성군교육발전위원회가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관내 고등학교 상위권 학생을 선발해 작년부터 야심차게 운영해오고 있다. 선발시험과 학교장 추천을 통해 지역 내 고등학교 1·2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우수학생 110명을 선발하였고, 주 2회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3과목 중심으로 맞춤식 교육을 실시하였다. 연간 수업시간은 791시간 총 82일간 운영되었으며, 서울 종로학원 강사가 고성으로 내려와 직접 강의를 하였다. 강사의 시간당 강의료는 20만원이며, 사업비와 기타 경비까지 계산할 경우 연간 학생 1인당 443만원씩 지출한 것으로 나온다. 천문학적인 경비가 들어간 사업이지만 그 실적은 아주 초라하다.
인재스쿨 역시 문제성이 많은 사업이다. 경비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재스쿨에 대한 자긍심과 호기심으로 처음에는 꽉 차던 강의실이 연말에는 10명 안팎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수업할 정도로 학생들의 기대치가 떨어져 버렸다. 고성군은 왜 학생들의 참여가 낮은지, 특히 상위권 학생들의 참여가 더욱 저조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위권 학생들은 나름의 자기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인재스쿨 출석은 도리어 학습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도움을 주려다가 방해가 되었다면 방향 설정이 잘못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인재스쿨 사업은 의도는 좋았지만, 성공해도 문제고 실패해도 문제가 되는 사업이었다. 성공하면 지역 교사들의 권위가 학원 강사보다 뒤떨어지는 결과가 나오게 되고, 실패하면 국세(國稅)를 헛되이 사용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 인재스쿨 운영은 공교육을 지향해야 할 지자체가 되레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생들의 위화감만 조장한 결과를 가져 왔다. 그러기에 실효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고성군은 학급당 인원수를 줄여서라도 인재스쿨을 계속 운영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 말 행정감사 때 호되게 질타 받은 사업이기 때문에 수정 없이 기존의 틀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재스쿨 사업을 꼭 지속 하려면 우수 학생과 학력부진 학생을 함께 선발하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바꾸어보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위화감도 없앨 뿐만 아니라 평등 교육이라는 교육 본연의 모습에 좀더 가깝다. 또 하나의 방법은 기존의 학교 교육에 흡수시켜 강사가 직접 학교로 찾아가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체 학생을 한 자리에 모으지 않고, 학생 선발은 학교에 맡기고 해당 학교로 강사들이 순회하여 교육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학교 당국의 참여 의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고성군에서 내놓은 교육 방안을 보면 계륵(鷄肋)의 고사가 자꾸만 떠오른다. 말은 않고 있지만 혹시나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마음 놓고 삼킬 수도 그렇다고 뱉을 수도 없는 계륵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미국 유학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인재스쿨 사업도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의 계획을 모두 버리고 원점에서 새로 기획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건 행정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학렬 군수의 가장 큰 공약 사업인 만큼 버리기가 쉽지 않다. 물론 조조의 뜻을 알아차린 양수(楊修)와 같은 지략가가 있어 군수의 뜻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면 좋으련만 교육전문가가 아닌 공무원들에게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벌써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업에 오류가 생기듯이 어차피 교육 사업의 결과는 군수의 처음 의도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교육의 주 업무는 행정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 기관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 기관의 협조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구상도 실현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금이라도 4개 고등학교 교장을 비롯한 일선의 교육 전문가들과 행정 공무원들과 같이 모여 사업을 논의하고 추진하는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행정에서 끌고 나가지 말고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고성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꼽혔던 ‘교육 문제’를 화두로 던진 이 군수의 도전 정신과 군정 추진 방향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방법에 있어 문제점이 없는가 되짚어보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시정함이 마땅하다. 고성군은 군민의 협조만을 바라지 말고 사업 추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하고, 그리고 군민들은 행정의 시행착오만 탓하지 말고 행정을 도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대안을 만들어내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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