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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 재개의 용단을 내리자

이진만 논설위원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1월 14일
ⓒ 고성신문

하루하루가 숨 가쁘다. 최근 남북 당국 사이에서 일어나는 고도의 신경전을 보면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럽다. 그리고 그 어지러움이 혹시 전쟁으로 이어지

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준다.
새해 첫날, 남북간 대결국면을 접고 평화를 추구하자는 북한의 이례적인 신년사가 나오더니, 10일에는 ‘무조건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대남 통지문이 우리 정부에 전달되었다. 연평도 포격으로 전면전 직전까지 갔던 남북 관계를 볼 때 의외의 제안이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못한 우리에게는 북한의 변화가 놀랍기도 하고, 또한 갑작스런 제의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정부는 하루 만에 남북간의 최대 현안인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그리고 비핵을 의제’로 하는 회담을 역제의를 해서 북한에 공을 넘겼다. 그러자 북한은 다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운영’을 주제로 한 회담을 개최하자는 전통문을 보내왔다. 대단한 기 싸움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시각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기자 회견에서 엿볼 수 있다. 현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제의를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로 보지 않으며, 갈등 문제를 논의할 당국 간 회담과 인도적 문제를 논의할 적십자회담을 각각 분리 대응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그렇기에 조만간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만나면 책임 문제를 따질 수밖에 없는 우리 측 제안이나 자신들의 속셈을 숨긴 북한의 제안 모두 서로가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북한이 공세적 대화를 주장하는 저의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우리 정부가 대화에 응했을 때 자신들이 가지게 될 경제적 이득이다. 북한은 최근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러지 않아도 부실한 경제가 화폐 개혁의 실패와 이웃 나라들의 경제 지원 중단으로 국가파산의 지경에 와 있다. MB 정권이 들어선 후 비방과 더불어 남북 관계를 대립 국면을 몰고 가던 북한이었지만 지금은 아군과 적군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지상천국’도 배가 불러야 있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마저 해결하지 못하는 정권이 지배하는 나리를 어찌 국가라고 하겠는가. 결국 꺾인 국가적 자존심을 ‘대화’라는 명분으로 포장하여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 정부가 대화를 거부했을 때 북한이 명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의 대화 제안이 대남 접근 자체의 필요성보다는 국제정세를 반영한 측면이 크다. 미국과 중국은 시각 차이는 있지만 6자회담에 앞서 남북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북한은 작금의 대화 공세를 통해 국제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남북 갈등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대화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모두 우리에게 불리한 카드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후자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모습은 대화를 하자는 북한에 대해,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가 대화의 채널을 닫아 버린 모양새다. 이런 소극적인 자세는 대외 관계에서 우리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주변 국가들의 시각을 생각할 때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 당장 19일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화 압박’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북한의 대화 제의를 수용하지 않는 우리 정부를 비난할 것이고, 미국의 입장에서도 내면이야 어떻든 외면으로는 대화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 쪽의 입장을 변명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두 나라 정상이 남북 대화를 요구할 경우 원칙주의를 내세우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럭비공의 속성을 가진 나라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국면이 불리해지고 우리 정부의 수정 제의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대화 공세를 접고 다시 대남 위협과 도발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대화가 되었다면 연평도 포격도 없었을 것’이라고 그들 스스로 밝혔듯이 북한은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집단인 것이다. 북한이 대화를 시도했음에도 ‘남한이 대화를 피하고 대결 구도로 몰아가기’에 무력시위를 한다는 명분을 주어서는 안 된다.



물론 우리로 봐서는 최근 일련의 사건에 대해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야 하는 것은 맞다. 그것이 우리 정부가 말하는 ‘원칙주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사과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도발의 빌미를 남쪽이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비의 간극을 좁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누가 옳든, 일단 만나서 대화를 해봐야 한다. 사이가 좋지 않을수록 대화는 더욱 필요한 것이다. 결렬될 때 되더라도 우리 정부는 실용적이고 현실적 관점에서 북한의 유화 기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남북 대화의 목표는 북한을 따돌리거나 북한 정권의 붕괴가 아니다. 우선의 목표는 북한의 개방과 비핵화이며, 궁극적으로는 남북의 평화통일이다. 대화가 단절되는 만큼 통일의 길은 멀어질 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19일 이전에 남북 대화 재개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 일단 대화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 그리고 그들의 제의 속에서 받아들일 것은 받고 버릴 것은 버리는 유연함을 보이자. 그러지 않고 이후 한반도 정세가 6자회담 재개 국면으로 전환할 경우, 대화를 먼저 제의한 북한은 사면되고 우리만 주변 국가에 대화를 거부하는 고집스런 나라로 낙인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하루 바삐 대화에 나서야 한다. 민족 생존의 문제가 남북 정권의 기 싸움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 좀더 멀리 바라보며 유연한 모습으로 남북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전쟁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남북 공영으로 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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