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또 다시 사고를 저질렀다. 연평도에 폭탄을 퍼부어 민간인까지 죽게 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다시 한번 남북한 갈등과 아픔을 실감나게 한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때도 그랬지만 연평도 사건 역시 서로 상반되는 생각으로 우리끼리 분열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크지도 않은 땅에 많지도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왜 그렇게 가르는 것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좌익과 우익으로 가르고, 영남과 호남으로 가르고, 강남과 강북으로 가른다. 더구나 민족의 염원인 통일 문제에까지 친북과 반북으로 나누어 서로를 몰아붙인다. 서로 생각과 습성이 다르다고 이렇게 갈라놓는 것은 과거 정치 지도자들이 선거 때 즐겨 사용했던 방법이다. 그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 문제는 정치적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민족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그러기에 통일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남북 지도자들은 모두가 통일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남북 관계는 남북 지도자들이 원하는 대로 정세가 얽혀가고 있다. 북한은 폭탄을 터트림으로써 유래 없는 봉건 정권의 세습을 준비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핵 개발의 명분이 되었던 물자 지원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확실한 명분을 찾은 것이다. 점점 깊어가는 갈등으로 그나마 이어져가던 대화의 불씨마저 완전히 꺼져 버릴까 걱정스럽다.
이번 사건으로 나라가 들끓고 있다. 그것이 북한의 만행이든, 아니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분노이든, 무고한 민간인까지 죽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행동에 일희일비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대단히 호전적이며 감정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다며 무력으로 시위를 하는 집단이다. 그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일이 터질 때마다 강력한 대응을 약속했던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과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일일 뿐, 통일의 큰 틀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보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후 우리와 북한의 관계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북한은 괴사(壞死) 직전에 있다. 부분적으로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국가라기보다는 집단에 가까울 정도다. 주민들의 기본 생계도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허약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공공연하게 체제 붕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무너진다고 그들이 바로 우리 체제로 흡수되고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옆에는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원이 끊긴 북한 정권의 현실은 비참했다. 우리의 대북 정책이 바뀜으로 인해 그들은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들은 경제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협박과 협상을 모두 동원했다. 불바다를 만들겠다는 협박도 있었지만, 금강산을 다시 개방하겠다고 했고,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제의해오기도 했다. 남북 관계에서 북한 중심으로 이끌어가던 남북관계를 생각해 보면 이전의 태도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들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 인도적인 차원의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했지만 그들에게 물질적 도움이 되는 금강산 관광은 외면했다. 북한에 주겠다던 식량도 주지 않았다. 대북 정책의 3대 원칙인 ‘비핵·개방·3000’에 있어 가장 핵심인 ‘비핵’을 선택하지 않는 한 지원을 않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버린 북한은 민간인이 사는 연평도에 폭탄 공격이라는 무리한 카드를 써버린 것이다.
그러나 되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북한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그들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우리 외에도 그들에게 든든한 우방인 중국이 옆에 있다.
얼마 전 신의주에 큰 홍수가 나서 북한이 어려웠을 때 중국의 구호품이 대량으로 북한에 흘러 들어갔다. 그 물품들이 모두 구호품으로 쓰였다는 증거도 없다. 그 중 일부라도 되팔려 환전되거나 북한군의 식량으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당연히 우리는 북한에 도움을 주는 행위에 대해 항의를 해야만 했다. 또 북한의 무기에 사용되는 연료의 대부분이 중국을 거쳐 들어가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사흘만 연료 공급을 끊으면 북한은 저절로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때 우리 돈만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 중단이나 북한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 잡기 위한 의도였다면, 북한에 지원을 끊기 전에 먼저 중국과의 협의가 있어야만 했다.
사실, 협의를 해도 중국이 우리 편을 들어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번 연평도 폭격 사건만 해도 그렇다. 북한의 도발임에 명백한데도 중국은 북한을 편들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의 북한 편들기는 철저하게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에 투자하는 이유는 예뻐서가 아니다. 골칫덩어리인 줄 알면서도 투자를 한다. 중국의 북한 편들기는 동북아공정도 맞물려 있다. 그들은 북한 정권 붕괴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 새 북한 정권이 남쪽보다는 중국 의존 정권으로 바뀔 경우 결국 북한은 중국의 소수 민족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중국이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세계 정세가 그렇다. 우리의 우방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일본도 자신들의 득실을 따지며 우리 곁에 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롭기 때문에 우리 곁에 머문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이득 때문에 북한의 옆에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북한보다 더 무서운 적은 중국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나라다. 물론 우리가 도와준 돈이 핵을 만드는데 쓰였다면 지원 중단보다는 다른 방식을 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북한의 우방이 있는 한 그들의 돈줄을 완전히 틀어막을 수도 없다. 그리고 지금처럼 봉쇄 작전을 쓰려면 중국을 먼저 잡아야만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작업을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지금부터라도 냉정하게 국제 정세를 돌아보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감정만 가지고 북한을 대하는 대북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무작정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 붕괴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간도 땅을 잃은 것만 해도 억울한데, 다시 눈 뜨고 내 땅을 중국에 빼앗길 수는 없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이번 기회에 우리는 남북 관계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고 반복되는 시시프스(Sisyphus)의 언덕에서 빠져나갈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뭉쳐야 한다. 여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더 이상 갈라져서는 안 된다. 우리의 분열을 가장 즐기는 국가는 중국일 것이다. 모든 나라가 자신들의 이득을 따지며 북한을 대하는데, 우리만 감정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너그럽게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자. 그러면서도 냉철한 눈으로 멀리 보자.
이념이 달랐던 전 정권이 미워서였을까. 새 정부 들어서서는 이전의 대북정책과 상반된 길을 걸었다. 물론 전 정권의 퍼주기식 정책이 싫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밉다고 전 정권의 정책과 거꾸로 가는 정책 또한 속 좁은 일이다. 현 정권의 대북정책은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다. 지금이라도 여론을 하나로 모으고, 북한을 껴안을 수 있는 대북 정책으로 수정을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