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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규 교수 귀향 20년을 앞두고

이상옥 논설위원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0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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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의 석학인 김열규 교수(서강대 명예교수)가 고향으로 귀향한 지 벌써 내년이면 20년이다. 김열규는 이순이던 1991년

귀향을 위해 서강대 교수직을 버리고 인제대로 옮겼다. 인제대가 김해에 있지만 그곳은 직장이고 고성 송천리에 터를 잡았던 것이다. 고성에 정주하면서 틈틈이 인제대로 출강했던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철성고등학교에 교편을 잡으면서 홍익대 박사과정 중에 있었다. 교과서나 논문으로 읽고 있던 석학 김열규 교수님을 직접 찾아가 학문에 관해 여쭤볼 수도 있다는 건 내게는 경이로움이었다. 당시 김열규의 귀향을 두고 중앙일간지, 지역일간지 등 매스컴은 집중적으로 보도를 했다. 그만큼 그의 귀향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금의환향이었다. 그가 한국학을 선택하고 서울에서 일가를 이룬 후에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나름대로의 배경이 있다. 그가 밝힌 바에 의하면 평생 두 명의 스승을 모셔왔다. 먼저 한국학의 길을 열어준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경남 고성의 여류 문필가로 알려진 어머니의 언문 제문이 한국학을 선택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미국 유학시절 늘 보스턴 근교의 월든 호숫가를 거닐며 소로처럼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김열규의 삶에 또 한 분의 스승이었다. 소로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뒤로 하고 월든 호숫가에 직접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과 함께 살며 세속적인 삶의 방식을 초월하는 자연주의적 삶을 실천한 19세기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이다. 소로는 생존했던 19세기보다 21세기에 더욱 부각되는 인물로 평가된다.
김열규는 경남 고성으로 귀향하고서 십수 년 지난 후,  “내가 서울에 그대로 있었으면 아직 살아 있었을까? 어깨에 힘 줄 일도 없고, 긴장할 인간관계도 없으니까… 이렇게 살면서 건강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라고 말하곤 했다.



고향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서울에 있을 때 지녔던 천식, 허리디스크, 위장병 등은 거짓말처럼 날아가버렸다. 그래서 제자들은 “서울 계실 때 천식으로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시던 모습, 허리디스크로 연구실에 누우신 채 강의하시던 모습을 기억하는 우리 동문들에게 ‘기적’같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고향이 주는 축복 속에 김열규는 근자에 더욱 자유로워져서 책 읽기, 걷기, 군것질하기, 차 끓이기, 멍하니 바다 보기, 눈 감고 명상하기 등의 여유시간을 즐기면서 한국학의 대중화 작업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베스트셀러인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한국인의 자서전’, ‘독서’ 등을 비롯해 고향에 돌아와서 펴낸 책이 수십 권에 이른다. 현재도 김열규 교수는 계명대 석좌교수직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특성화 대안학교인 지리산고등학교에서 매주 글쓰기 특강을 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제, 한국의 소로인 한국학의 거장, 석학 김열규 교수가 고향 경남 고성에 귀향한 지 2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뭔가 기념행사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그가 고성에서 펴낸 수십 권의 책을 모아 고성군에서 출판기념회라도 한번 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 교수는 수많은 저서를 출간했지만 그 흔한 출판기념회 한 번 하지 않았다.



갑자기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예수께서 고향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사람들은 “이 사람의 이 지혜와 이런 능력이 어디서 났느뇨. 이는 그 목수의 아들이 아니냐 그 모친은 마리아,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라 하지 않느냐 그 누이들은 다 우리와 함께 있지 아니하냐 그런즉 이 사람의 이 모든 것이 어디서 났느뇨”라고 놀라하면서도 예수를 배척했다. 그때 예수께서는 저희에게 말씀하셨다. “선지자가 자기 고향과 자기 집 외에서는 존경을 받지 않음이 없느니라”



우리 곁에 있으니까, ‘큰 분’을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 시대의 한국학의 선지자인 김열규 교수를, 혹여 아직도 고성이 잘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종종 송구스러워진다.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0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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