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고향 고성이 ‘명품 교육’이라는 화두로 뜨거운 것 같다. 종전의 기업유치나 인구확대 등의 이슈보다 진일보했다 생각이 든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슬로건으로만 내세우는 감이 없지 않지만, 선언적 의미에 명실상부한 노력이 뒤따르리라 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옛말에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이 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도리어 제구실을 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가는 필자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금언이다. 외지에서 학교를 다닌답시고 부모형제와 함께 한 시간도 적었고, 고향을 찾는 일도 명절이나 휴가철, 성묘 때가 고작이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생각되는 나이가 되고 보니 많은 것이 되돌아봐진다.
‘나는 곧은 나무인가, 굽은 나무인가.’ 아직 넘어야 할 일들이 겹겹이고, 이뤄야 할 일들 또한 많으니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향이나 객지에서 멋있게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보며 반면교사로 삼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때로는 존경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사람의 됨됨이에 내 자신이 가진 인물평가의 기준이 바뀌기도 한다.
요즘 교육과 관련해 많은 뉴스들이 나온다. 지나치게 성과중심에다 학벌만 추구하다보니 학교는 학교대로,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어려움이 말이 아니다. 학교나 선생님에게만 지·덕·체의 균형 잡힌 인성교육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육체적으로 조숙하고 사회적으로 전방위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귀 막고 눈 감고 살라고 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사랑의 매’라 일컬어지던 선생님의 훈육도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보니 학생지도는 더욱 더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명품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통상 명품의 정의는 자신은 물론 타인도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뛰어나거나 잘 알려진 물건을 말한다. 그야말로 상대적 가치가 아닌, 절대적 가치가 월등히 높은 것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교육에서의 명품이란 그저 ‘난사람’이 아니라 지식은 물론 인성과 품성까지 골고루 갖춘 ‘된사람’, ‘든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의 기준은 어떤가. 혹여 좋은 학교를 나와서 높은 직위에만 도달하는 데 전력질주하지는 않는가. 당연히 보다 좋은 교육을 받고 보다 넓은 세계에서 글로벌한 인재와 호흡하며 호연지기를 키워 공명정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인성, 품성을 가졌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세계에서 살다보면 자신의 능력이 이해관계에 쏠려 올바른 성정을 잃거나, 엘리트의식 선민의식에 빠져 더불어 살아가야 할 보편적 인간형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렇게 된다면 어찌 잘 받은 교육의 성과라 할 수 있겠는가.
결점 없는 제도는 없겠지만 우리가 미국의 교육방식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을 통한 인성교육을 반드시 겸하게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다민족 집합체이다보니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도 큰 차별화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이렇게 제안해보고자 한다. 먼저 인프라의 구축이다. 학교 도서관이든 공공도서관이든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또 방학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여러 학교가 연합해 단기적으로 기숙형 도서관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둘째는 커뮤니케이션의 장 마련이다. 청소년기에는 생각과 체험의 정도가 꿈과 이상의 크기에 비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보다 큰 호연지기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군과 학교가 연합해 지역 또는 외부 명사 초청강의, 지역순례 국토대장정, 지역 내 체험형 봉사활동 등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는 다양한 직업군 매칭 체험이다. 청소년기에는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뛰어나다. 모두에게 열심히 공부만 하라고 하면 거부감이 있다. 직업의 세계가 다양한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기업과 연계해 학생들의 직업현장 체험기회를 제공해준다면 보다 빠르게 자신의 목표를 수립하고 정립해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사회에서는 개인이든 학교든 어쩔 수 없이 ‘소위 좋은 학교에 얼마나 들어갔는가’ ‘누가 어떤 상을 받았는가’ 라는 계량화되고 상징화할 수 있는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곧은 나무든 굽은 나무든 그 나름대로 쓰임새는 다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기대하는 교육이나 체험분야가 어떤 것인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간다면 고성이 뛰어난 품성을 갖춘 인재의 고장으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최근 고성군을 중심으로 교육에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해 지지를 보내며, 당대가 아닌 2세들을 바라보는 혜안이 명품교육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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