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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 현실
교육은 세 종류가 있다.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그리고 사회교육이 그것이다. 그러나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은 증발된 지 오래 되었고, 그 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교육은 왜곡되어 회복 불가능의 상태에 와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자주 거론한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교육에 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 서 보면 이런 열악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오바마가 부러워 할 정도로 세계 최고의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아이들의 행복 지수는 세계 최악이다. 아이들에게는 공부와 학교 외에는 그들의 시간과 공간이 없다. 일부 고등학교의 경우 통학이 가능한 아이들까지도 기숙사에 잡아 두고 24시간 공부에 매달리게 한다. 심지어 주말도 학교에 남겨 공부를 시킨다. 초·중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가족들과 아침 식사나 함께 하면 다행이다. 0교시 수업을 위해 일찍 집을 나선다. 그리고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에 보충수업까지 하고, 다시 공교육보다 상위 개념으로 인정받는 학원에 갔다가,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보다 더 늦은 시간에야 집으로 돌아와 지친 몸으로 잠든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같은 행위가 이어진다. 교육학에서는 ‘교육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위를 교수·학습하는 과정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작금의 우리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고성의 교육 발전에 대한 제언
한때 많은 학생들이 교육 때문에 고성을 떠나던 때가 있었다. 떠나는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고성 교육이 지향한 방안은 우수고등학교 육성과 교육 환경의 개선이었다. 우선 인근의 몇 개 학교가 모델이 되었다. 그들 학교는 명문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진학시킨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교육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인재스쿨 설치 등의 사업을 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떠나는 도시에서 머무르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 일단은 투자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랬을까? 민선 5기 군수이신 이학렬 군수님은 선거 공약으로 ‘명품 교육 도시 고성’을 내세웠다. 학자이며 교수 출신의 군수님다운 공약이다. 그러나 잠깐의 단맛에 흠뻑 빠져드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고성이 지향한 방향은 극약처방이었지 장기적인 교육 방안은 아니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교육은 ‘인간다운 인간을 만드는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의 교육 비정상화’를 인정할 경우, 교육 발전의 가장 단순무식하고 간단한 방법은 많은 학생들을 명문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시도된 것이 학원식으로 운영되는 ‘인재스쿨’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인재스쿨은 일시적일 뿐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정상적인 교육의 방법이 아니다. 그리고 시골 학생들의 경우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수능성적만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고성의 학생들이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수능성적보다는 내신성적이나 농어촌 가산점 등이 큰 역할을 해 왔다. 더구나 앞으로 입학사정관제도가 확대되면 비교과 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바뀌는 입시 제도에서는 인재스쿨의 존재 의미가 줄어드는 것이다.
군수님이 꿈꾸는 ‘명품 교육 도시 고성’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아직은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궁금한 점이 많다. 다만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정인을 위한 교육이 아닌 모두가 1등인 교육’을 말씀하신 것을 보면 줄세우기 경쟁 교육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모두가 1등을 하는 경쟁은 없다. 꼴등이 있기에 1등이 빛나는 것이다. 혹시나 1등주의로 학생들을 무한한 경쟁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에 늦은 감은 들지만 관련 부서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기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몇 마디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드릴 말씀은 교육은 교육전문가가 하는 것이고, 특히 ‘학교 교육은 교사라는 교육전문가가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비교육전문가 집단인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에 관여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주 도전적이며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군수님이야 교육자 출신이라지만 일반 공무원들은 교육전문가가 아니다. 그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명품교육도시’라는 거대한 이름을 거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나, 꼭 교육을 위해 헌신하겠다면 학교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의 역할을 분리해야 할 것이다. 학교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누어야 할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을 복구하는 방안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강구해 주면 좋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은 가정과 사회에서 맡아야 하는 부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교과 교육은 학교에 맡기고 비교과 부문에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교과 부문은 어느 지역이나 모두 주장하고 권장하는 영역이다. 독창적이고 효과를 보려면 비교과 부문에 집중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교과 부문 중에서도 논술과 진로 활동, 동아리 활동은 학교의 몫이다. 자치단체에서 도움이 가능한 것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 개설과 지원이다.
셋째, 체험활동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것보다는 지역의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산하에 다양한 학생동아리를 두고 관리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현재 새교육공동체(고룡이봉사단, 독서토론반, 환경지킴이)와 고성주민자치센터(따사모) 등의 단체에 학생 동아리가 만들어져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민주평통 산하에 통일관련 학생단체, 고성포럼 산하에 청소년포럼, 고성청년회나 고성사랑회 등 청년사회 단체 산하에 봉사동아리 등을 둘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외국이나 인근 지방자치단체와의 적극적인 청소년 교류도 주선하여 선진 교육의 장점을 도입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나친 욕심을 내지 말라는 제언을 하고 싶다. 교육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교육학박사들이 모인 전문가 집단에서도 해답을 내지 못한 엄청난 숙제다. 그것을 비전문가 집단에서 이것이 옳다고 답을 내는 것은 무리이다. 더구나 현 군수 임기 4년 동안 가시적인 결과를 바란다면 큰 오산이다. 그냥 반듯한 주춧돌 하나라도 제대로 놓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될 것이다. 부디 군수님과 군민들의 꿈이 반드시 이루어져 ‘교육 명품도시 고성’의 이름이 청사에 남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