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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잘 가르친답니다

이진만 논설위원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0년 08월 23일











▲ 이진만 논설위원


최근 학부모들은 학교로부터 교원평가에 참여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받고, 혹은 연수에 참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

학부모는 수업공개의 날에 학교를 방문하여 교사들의 수업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던져진 숙제는 ‘교원평가’라는 설문지 몇 장이다.



참, 황당한 일이다. 수업 몇 번 참관하고 아이들의 선생님을 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생업 문제로 아예 학교 방문을 못한 학부모의 경우 평가를 할 수 있는 근거조차 없다. 게다가 전자평가를 하는 학교에서는 컴퓨터를 못하는 학부모를 위한 배려조차 빈약하다. 결국 고민만 하다가 평가를 포기하는 학부모들이 허다하다.



‘교원평가제’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교사’를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의 목적을 매뉴얼에서 찾아보면 ‘교사의 전문성 향상, 교사에게 자기발전의 기회 제공,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지원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질 향상 및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제고함’이라고 하였다. 결과적으로는 학교 교육의 공신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교원평가제’는 태동부터 말이 많았던 제도였다. 시도는 좋았다. 급변하는 정보 사회에 따라가지 못하는 무기력한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평가라는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교원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알고 수업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 취지였다. 2009년 12월 교과부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교원능력개발평가 제도 도입에 대한 여론은 일반국민은 86.4%가, 교원은 69.4%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국민과 교원 모두 다수가 교원평가제라는 제도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면 시행을 너무 서둘렀다는 문제점이 있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내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리하게 밀어 붙였다. 그러다보니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교원평가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는 국회를 통한 법제화를 시도했지만 평가의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 때문에 실패했다. 국회를 통한 법제화의 실패는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교과부의 힘을 빌려 ‘전면 실시’라는 카드를 던졌다. 결국 지금 실시되고 있는 교원평가제도는 국회에서 법률 통과에 실패한 강제적인 공권력 행사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제도를 논의해왔고, 여론 조사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었다고 하면서도 법 제정이라는 떳떳한 방법을 택하지 못하고 변칙적인 근거를 내세운 것이다.



다음은 ‘평가 요소와 평가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평가가 평가 본래의 목적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가 평가의 내용과 방법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평가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일과 시간을 이용하여 일괄적으로 학생들에게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학생이 평가를 했는지 그 자리에서 알 수 있기에 평가를 거부할 수도 없다. 당연히 학생들의 참가율은 백 퍼센트에 가깝다. 물론 참여 강요를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평가 참여의 결과를 학교 측에서 알고 있는 한 선택의 자유는 주어지지 않는다고 보는 게 옳다.



그리고 평가주체들의 성숙한 평가 의식도 문제다. 교과부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평가 주체에서 제외했다. 아직 성숙도가 뒤떨어져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교사를 평가할 가능성이 높고 평가 자체를 어려워할 수도 있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성숙한 평가 의식 문제가 과연 초등학교 저학년만의 문제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 평가의 방법과 더불어 중요성을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실력 있는’ 교사를 배제하고 ‘인기 있는’ 교사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물론 시각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평소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고 엄한 교사는 낮은 점수를 받고 학생들의 입맛(?)을 잘 맞춘 교사는 좋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시범적이라고 하지만 평가 결과를 인사에 반영할 경우 실력 있는 교사들이 교단에서 쫓겨나는 불상사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부모 역시 난감하다. 학부모들은 평가를 할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평가를 하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학교 측에서는 공개 수업 때 왜 참여하지 않았느냐고 하겠지만 학부모들의 학교 방문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인가. 결국 남은 것은 아이에게 물어보는 방법이다. 그리고 나온 답이 이렇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잘 가르친답니다.”
결국 한 마디로 교원평가를 통해 얻으려던 목적은 좌초된 것이다.
어쨌든 교원평가는 진행되고 있다. 올 말쯤에 결과가 나오겠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자신에게 좀더 나은 평가가 나오도록 학생들을 유도하거나, 평가 과정이나 결과를 두고 교원들 사이에 알력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학생도 그렇지만 교사도 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교원평가 방식은 잘못되었다. 평가는 즐거워야 하고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대신 ‘교사, 학생, 학부모’가 제대로 참여하는 객관적인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0년 0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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