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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활되는 중학교 0교시 수업

이진만 논설위원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9년 04월 06일











▲ 이진만 논설위원


물건 하나를 팔면 100원이 남는다고 하자. 두 개를 팔면 200원이 남고, 열 개를 팔면 1천원이 남는다. 다다익선(多多益

善)이라고 많이 팔수록 이문(利文)이 많이 남는다.


 


이게 시장경제의 원리다. 그러나 시장경제 원리가 모든 상황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두가 경제 논리에 의해 움직여진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한 세상이 될 것인가. 다행히도 세상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남들에게 그냥 나누어 주는 사람도 있다.


 


이문을 남기기는커녕 자기 것을 베풀어 남을 감동시키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인간은 상황에 따라 다른 처방을 가지고 세상을 움직인다.



그런데도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시장경제를 최고의 선(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정치적으로까지 성공을 하게 되면 모든 상황에 시장경제 논리를 들이댄다.


 


지금 교육계가 바로 그렇다. 30년을 유지해오던 3불 정책을 흔드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그동안 금기로 여기던 학생들의 성적까지 공개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을 무한 경쟁의 늪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교육에 시장경제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다. 2시간 공부하는 사람이 1시간 공부하는 사람보다 2배로 공부했다고 할 수가 없다. 도리어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교육은 양이 아니라 질을 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어느 방송에서 우리나라와 외국의 교육을 비교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교실에 CCTV를 설치하고 수업 분위기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우선 등교 시간부터 달랐다.


 


외국 학생들은 1교시가 시작하는 9시까지 자유롭게 등교를 하는데 비해 우리 아이들은 8시까지 등교하여 0교시 수업 또는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수업 내내 밝은 표정의 외국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피곤해 보였고, 수업 시간에도 절반가량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으며, 그나마 공부하는 학생들도 힘에 겨운지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공부란 그런 것이다. 간혹 코피 터지게 공부만 하여 성공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부의 이야기다. 또, 지식만 머리에 가득 넣는다고 공부를 잘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지덕체(智德體) 모두를 갖추어야 훌륭한 학생이라고 말한다.



자라는 아이들이 지덕체를 고루 갖추기 위해서는 수업량만 늘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교’자도 모르면서 평생을 경제 논리 하나로만 외길을 살아오신 높으신 어르신들의 ‘하면 된다’는 구호 하나로 우리나라 학생들 모두가 혼란 속에 빠져 들어 버렸다. 



예상대로 지난 달 중순 공개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후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성적 조작 등 비리 부분은 제쳐 두더라도, 공개로 인한 아이들과 학부모의 상처는 뒤로 하고 학생들 성적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오래 전에 폐기되었던 중학교 0교시 수업이 다시 부활되고 있는 것이다.



0교시 수업의 개념은 1교시를 하기 전에 하는 수업을 말한다. 0교시에 실시되는 수업의 정확한 명칭은 ‘방과후 수업’이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개설하고 수요자의 선택에 의해 자율적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0교시 수업의 문제성은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특기적성 수업까지 학교에서 하루 7시간의 수업을 한 후, 다시 학원에 가서 몇 시간씩의 과외 수업을 하고 밤늦게 집에 돌아가는 학생들. 그들은 언제나 잠이 모자란다.


 


그래서 수업 시간이면 졸고 있는 학생들이 태반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께서도 상상해 보라. 하루 7시간, 혹은 10시간을 넘게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아이들의 고통을. 어른들도 그렇게 하라면 아마 다들 고개를 내두를 것이다. 0교시 수업이란 그러지 않아도 힘들게 공부하는 우리의 어린 아이들에게 다시 1시간씩의 짐을 더 지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은 0교시를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고 있다. 성적을 공개하며 학교와 학생들을 경쟁 시키는 교육 당국의 등쌀에 밀려 아이들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내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탓에 대부분의 학교가 성취도평가 시험 과목인 5대 과목(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0교시 수업을 통해 가르친다. 5개 과목 외의 공부는 평가 기준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안중에도 없다.



더구나 0교시를 실시하는 학교 대부분이 방과후 수업의 운영 방침을 어기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학교 구성원 간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운영하고 강제적·획일적 운영을 금지한다’는 조항은 사문화(死文化)되어 버렸다.


 


학부모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아예 의견을 묻는 과정을 생략해 버리는 학교가 대다수다. 의사소통의 과정을 막아 버린 것이다. 간혹 학교운영위원회의 안건 정도로 올려 시행 방침을 설명한 후, 일반 학부모에게는 일방적으로 0교시 수업이 있으니 일찍 등교하여 수업을 받으라는 안내문 한 장을 보내는 것이 전부다.



0교시 수업 실시의 테이프를 가장 먼저 끊은 것은 인천 부평 지역이다. 인천 부평은 모든 중학교에 강제 보충수업(방과후 수업)을 실시하도록 해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런 비난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성적 결과에 따라 학교 관리자와 교사들을 평가하겠다는데 지역 주민들의 원성 따위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공교롭게도 인천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나쁜 지역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전체적으로 우수했고, 2009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도 서울대학교에 전년도 대비 15%가 증가된 169명의 최종합격자를 낸 곳이다. 그런 지역에서 가장 먼저 중학교 0교시 수업을 시작한 것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성적 부진 학생들을 가려내 지원을 하겠다는 교육당국의 말이 사탕발림임을 단번에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한 지역에서 시작되면 들불처럼 번져가는 게 경쟁의 원리가 아니던가. 고성도 0교시가 시작되고 있다. 지역의 일부 중학교가 이달 말부터 0교시를 시작한다. 아마 몇 개 학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곧 고성 전체의 중학교가 0교시의 열풍에 휩쓸릴 것이다.



전문 교육자도 아닌 경제이론자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작금의 교육 현실을 보면서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고, 귀에 거슬리는 말은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 그들의 무지함에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9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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