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아침 7시 15분부터 8분 30초간 KBS 1라디오를 통해 대국민 첫 라디오 연설을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거의 한달동안 전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 넣었다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정 최고책임자가 현재의 국내외적 경제위기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으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지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주요부분을 먼저 살펴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해보고자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은 어린시절 아버지가 수위생활을 하면서 회사의 부도를 걱정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아버지께서는 늘 “회사가 넘어가면 안되는데…” 하면서 걱정을 하시곤 했습니다. 어린시절 저는 그걸 보면서 “회사에서 큰 직책을 맡은 것도 아닌데 저렇게 까지 걱정을 하실까…” 하며 마뜩잖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회사는 문을 닫았고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월급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직장을 잃으니까 안그래도 어렵던 살림살이가 더욱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아버지가 왜 회사걱정을 그토록 하셨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한 개의 중소기업이라도 무너지면 그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어느 누구보다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부도기업이 5만 8천개였고 실업자수가 무려 149만명에 달했습니다. 그 고통을 우리는 너무나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다짐하곤 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기업이 문을 닫아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된다.” 이렇게 말입니다. 특히 조금만 도와주면 살수 있는 기업이 흑자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는 일은 여전히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이곳저곳 다녀보면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경제, 언제쯤 나아지겠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요즘에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내년도 성장률을 미국이 0.1%, 유럽이 0.6%, 일본도 0.5%, 선진국들이 모두 0%대로 잡고 있는데 우리도 내년까지는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세계경제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우리만 독야청청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지금 어렵긴 하지만 IMF외환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외환보유액은 2400억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이 돈도 모두 즉시 쓸수 있는 돈입니다.
1997년에 비하면 스물 일곱배나 많습니다, 금년 4분기에는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어려운 조건에서도 작년보다 20%이상 많은 수출을 해서 우리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저는 정말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도 몰라보게 튼튼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이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 밀지 못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을 쫓다 허둥대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길게 보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입니다. 정부부터 신중하게 대처하고, 국민 여러분께 있는 사실 그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리겠습니다. 지금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과 국내 경제 상황을 일일 점검하면서 적절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적인 정책공조가 중요한 때이므로 4강과의 협력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이명박 대통령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을 막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하였고 정치권에 대해서는 600여건의 개혁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빨리 처리해 달라고 당부하였다. 또 국민에 대해서는 1100억달러에 달하는 기름값을 10%만이라도 절약하는 애국운동을 벌이는 한편 해외소비억제, 국내소비증대운동도 벌이자고 호소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끝으로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습니다” 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이 대통령 연설문 전문(문화일보 10월 13일자 2면)을 확대 복사하여 다섯 번이나 정독했다. 감동적이면서 내용도 알찼다. 「흑자부도는 막자」「정부를 믿어 달라」「근검절약하자」「희망을 가지고 이 난관을 극복하자」는 요지였다. 그런데 야당은 “국민에게 실정의 책임을 떠넘긴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10년 좌파정권의 결과가 이 난국의 근저를 이루고 있다고 비난 받아야 할 곳은 야당이 아닌가. 「신뢰」,「근검절약」,「수출」아니면 이 난국을 헤쳐갈 다른 묘책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야당도 국가장래를 생각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심각하다. 우선 미국발 금융위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할 것인가? 아니다. 미국경제의 심각성이 의외로 뿌리 깊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미국주택 소유자 6명 중 1명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파산 상태에 빠진, 이른바 서브모기지사태는 대형은행들의 파산을 초래했고 이것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사태로 확대되었다. 선진 8개국이 초대형 구제조치에 합의하고 그 실천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번 금융위기사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조류에 엄청난 타격을 가했다. 선진국도 후진국도 과연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우리 인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유효한 체제인가』반성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자체에 혹독한 경기침체를 몰고 왔고 이것이 세계적 경기침체로 악화되었다. 한국은 주수출시장인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유럽에도 수출시장 전망이 매우 어두워졌다. 이것은 우리 경제의 대들보인 수출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고 국가 경제 전체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것이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사회불안이 증대할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이번 「키코」(환율계약 파생상품)사태에서 보듯이 우리 수출기업(특히 중소기업)들이 국제 금융 세력들의 복잡한 금융기법에 무방비 상태로 당했다는 사실이다. 완전히 봉노릇을 한 것이다. 정부도 몰랐고 국내금융권도 무식했다. 500여 수출업체가 최대 5조원의 환차손을 물어야 한다니 흑자도산이 무더기로 생길 판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사태도 섣부른 세계화 정책이 부른 금융기관들의 외환차입돈놀이에서 빚어졌던 것이다. 일본을 보라. 조용하지 않은가. 탄탄하지 않은가. 선무당이 집안 망친다고 섣부른 세계화 정책 경계해야 한다. 당해도 알고나 당해야 억울하지 않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중심의 세계화 · 자유시장화 정책에 회의를 느끼고 본격적인 대륙개발 · 내수시장확대에 전념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불안한 수출시장에 너무 매달리기 보다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녹색성장경제추진」등 방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내수 경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