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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을 살리자


/천강우본지논설위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8년 03월 21일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데뷔작은 ‘유럽의 교육’이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비정한 세계의 생

존법을 체득한 소년 아네크와 절망의 시간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대학생 도브란스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우리교육 현실을 보면 왜 이 작품이 자꾸 떠오르는 걸까. 현실적 비판과 의지적 낙관이 교차하기 때문일까.



­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육
최근 우리 사회에서 교육문제만큼 상반된 가치가 선명히 대립하는 것도 드물다. 경쟁 대(對)형평, 사익(私益)과 공익, 자유와 평등 등이 일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교등급제 논란에서 보듯이 우리 교육은 이미 지역적·계층적으로 분할돼 있다. 조기유학, 청년실업, 부동산 대책 등 연관 이슈들까지 포함하면 교육 현실은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만하다.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은 상황이 간단치 않는 데 있다.



경쟁이 점증하는 세계화 시대가 교육에 요구하는 것은 우수 인적자본의 양성이며, 따라서 교육경쟁력 강화는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동시에 학벌이 계급 재생산의 주요 수단으로 공고화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기에 교육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형편의 최후 보루이자 희망의 최종 거점이기도 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해법이 어려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주체들은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돌아 봐야 한다. 고교등급제의 경우 대학들은 입시가 사회적 형편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고민해 왔으며, 일선 교사들은 ‘내신 부풀리기’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또 당국은 정책의 컨트률 타워로서 얼마나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는가? 사건이 명백히 일어났는데 범인은 어디론가 증발한 형국이다.



자녀의 입시경쟁에 부모가 감독관을 해서 자녀를 입학시킨 사건, 교육을 오로지 자녀의 출세 수단으로 여기는 한, 아무리 그럴듯한 제도라 하더라도 현실에 안착할 수 없다. 공교육이 신뢰를 주지 못하니 사교육이 반성하니 제도를 다시 바꿀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은 마치 ‘술래 없는 숨바꼭질’같다. 교육제도의 다양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먼저 대학은 창의력과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교육의 경쟁력과 형평성 중 어느 하나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경쟁에만 과도하게 집착할 때 사회는 황폐해진다. 그것은 결국 생산적인 경쟁마저 가로막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세계화 시대에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게 불가피한 과제이며, 이 둘은 함께 가는 게 바람직하다. 바로 이 점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교육 주체들 간의 ‘역사적 타협’이 요청된다. 이번 기회에 모든 교육 주체들이 적극 참여해 경쟁력과 형평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공론화가 이뤄져야한다.



- 책임을 가르치는 교육
특히 사건·사고가 터져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한 사회가 바로 우리 삶의 현장이 되어 버렸다. 먹고살기 위한 생계형 범죄가 아니라 배급주의에 물든 가진 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는데 더 기승을 부리는 잘못된 가치관 즉, 황금만능주의가 오늘 우리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의 원점은 무엇보다 우리사회 공동체의 가치관을 지키고 실천하는 리더를 길러내는 교육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올바른 가치관으로 무장된 리더를 키우는 교육이 시급하다. 특히 많이 배울수록 부모에게 불효하는 가정을 보면서 근본적으로 교육이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단순 절도사건은 피해자가 한 두 사람이지만 정치가나 고급 관료들의 비리는 국가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공무원 범죄자들은 총을 들지 않은 무서운 강도들이다.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이 갖고 더 누리고 싶은 잉여욕망의 충족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결국 이처럼 사회기강이 무너진 근본적 원인은 인성교육 실패로 귀착된다.
교육이 훌륭한 인재 육성에 목표를 둔다면 그런 인물의 자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뛰어난 윤리관과 설득력, 판단력, 그리고 존경받는 영향력을 지니는 것이다. 존경받지 못한다면 리더가 될 수 없다.



지금 우리사회에 리더 부재가 커다란 문제가 되는 것은 잘못된 교육 때문이다. 지식만 주입, 주입식으로 강요하는 교육을 시키면서 스스로 책임지는 修己治人의 인성교육은 등한시하고 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을 지도록 교육시키지 않아 어른이 돼도 제멋대로 인생을 사는 것이다. 정치가나 고급관료들의 부정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그 같은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격몽요결(擊蒙要訣)의 가르침은 시사하는 바 크다 하겠다.
“의복은 호화롭거나 사치하지 말고 추위를 막을 뿐이며, 음식은 감미로워서는 아니 되며 굶주림을 면할 정도면 그만 이요, 거치는 편안함을 추구해서는 아니 되고 병들지 않을 정도면 그만이다. 오직 학문하는 힘과 마음을 수양하는 올바른 방법과 몸가짐을 단속하는 법칙은 날마다 부지런히 힘써, 스스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천강우본지논설위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8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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