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6-11-03 07:37:2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특별기고

집단지성에 묻는다 - 공간창조, 명소·문화기반 시설에 대한 생각전환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30일
ⓒ 고성신문
AI에게 명소(名所)의 뜻을 물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뛰어난 경치나 유적, 인상적인 장소”라고 답한다. 이어 문화기반시설의 뜻을 물으니 “지역 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지속해서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공시설”이라고 한다.
우리 고성군에도 많은 명소와 문화기반시설이 존재한다. 다만 그 명소의 가치를 ‘관광자원’이라는 좁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재해석하고, 문화기반 시설이 반드시 ‘거창한 대형 구조물’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만 바꾸면 된다.
공간 1. 지난 8월, 고성을 찾은 한 지인이 약속 시각보다 일찍 도착해 공룡시장과 남산을 둘러보고 왔다고 했다. 그 지인의 첫 일성은 남산에 대한 감탄과 예찬이었다. 잘 정비된 산책로, 아름답게 꾸며진 시설, 정상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바다 전경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필자의 학창 시절 남산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평일 낮에도 선뜻 가기 망설여지고, 한편으로는 우범지역처럼 느껴져 저녁 시간에는 감히 올라갈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새벽이든 밤이든, 평일이든 주말이든 남녀노소 누구나 남산을 찾는다. 오르는 목적과 생각은 다를지라도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밝은 가로등, 깨끗한 길, 다채로운 테마 시설이 어우러져 이제 남산은 고성 읍민들의 ‘앞마당’이자 삶 속의 친근한 명소가 되었다.
공간 2. 반면 아쉬운 변화도 있다. 과거 고성읍사무소(현 고성읍 보건지소)가 있던 자리 이야기다. 읍사무소가 이전한 뒤 뒤편 건물을 매입해 주차장을 조성했을 때, 필자는 단순한 주차 공간 확보 이상의 의미를 보았다. 그것은 도로변과 침체되어 가던 뒷골목 마을을 연결하고, 단절을 소통으로 잇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넓어진 공간 덕분에 인근 상권도 활기를 찾았다. 이렇게 조성된 작은 주차장과 공터들이 도시 디자인과 도시 재생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작은 광장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 주차장 부지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들이 들어서며 앞뒤를 잇던 소통의 통로가 시각적으로 막혀버렸다.
열린 공간이 닫히고, 소통의 장소가 가려진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꼭 그 자리에 건물을 건축해야만 했을까? 그곳이 주민들이 함께 모여 소소한 음악회를 열고 담소를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쓰였다면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일상의 명소가 될 수 있었던 소중한 공간을 잃고 말았다.
공간 3. 옛 구 공설운동장(현 고성축산농협 앞) 주변도 떠올려 본다. 예전에는 저녁 시간 불 꺼진 운동장 앞을 지날 때면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4월이면 아름다운 벚꽃 눈이 내리고, 밤이면 도서관의 따뜻한 불빛 아래 광장이 푸르게 빛난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거닐고 때로는 정겨운 공연이 열리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공간 4. 문화 인프라 역시 마찬가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고성에는 영화관이 없었다. 10여 년 전, 영화 ‘국제시장’을 보기 위해 어른들을 모시고 통영의 영화관까지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이후로도 인기 영화가 개봉하면 늘 통영이나 진주로 발길을 옮겨야 했다. 요즘 일반 영화 관람료는 1만2천 원을 훌쩍 넘지만, 고성에서는 7천 원, 여러 혜택을 더하면 4천 원이나 1천 원으로도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넓은 주차 공간과 여유로움까지 더해지니, 이것이야말로 농촌 지역에 꼭 필요한 알짜배기 문화기반시설이 아닌가?
공간 5. 어린 시절 고성도서관은 지금의 남산 입구에 있었다. 도서관이 사라진 이후 고성여자중학교에 다시 세워졌다. 필자는 오랫동안, 이 도서관이 고성군 소유인 줄 알았으나 실상은 고성교육지원청 소유였다. 그리고 마침내 어둡고 스산했던 옛 공설운동장 터에 2025년 9월 고성군 소유의 ‘책둠벙도서관’이 새로이 문을 열었다. 입구의 시원스러운 계단식 구조는 기존 도서관의 엄숙함과 대비되어 열린 느낌이었다. 공부방과 놀이터,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결합 된 이곳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온다. 친절한 직원들의 웃음과 저렴한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미래형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공간 6. 문화기반시설의 참된 역사와 가치는 고성오광대 전수교육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고성오광대를 배우기 위해 전국의 예술고·대학생, 문화예술 종사자, 일반인들이 끊임없이 고성을 찾는다. 연간 전수자만 약 1천500명, 52년이라는 전수 역사 동안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5만여 명이 고성을 다녀갔다. 1970년대 초 남산의 작은 슬레이트 지붕 방 한 칸에서 시작된 전수교육관의 역사는 반세기 동안 ‘정’을 모아 ‘인연’을 만들었고, 그 인연은 ‘역사’가 되어 이제 하나의 ‘전설’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쌓아 올린 이 세월이야말로 가장 깊이 있는 문화기반 시설의 역사다.
이처럼 아름다운 공원, 도서관, 박물관, 극장, 공연장 등 지역의 문화기반 시설과 명소는 단순히 거대한 구조물을 세운다고 해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을 매일 찾고 아끼는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의 관심과 애정이 더해질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고 ‘진정한 명소’로 성장한다. 앞으로도 고성군에는 다양한 명소와 문화기반시설이 새로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정책을 펼치기 전에 반드시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이 있다.
“이 시설의 진정한 수혜자는 누구인가?”
“이 시설이 꼭 필요한가?”
“꼭 이곳이어야만 하는가?”이다.
치적이나 업적,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지어진 시설은 결국 콘텐츠 부재와 재정 부담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외면받기 십상이다. 반면, 주민의 삶에 스며들어 소통하는 공간, 일상에 온기를 더하는 공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한다. 명소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화려한 외형보다 ‘사람과 이용자’를 중심에 두는 깊이 있는 고민이 이루어질 때, 고성의 문화기반시설과 명소는 군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미래가치 투자’가 될 것이다. 끝으로 남산을 고성읍 명소로 만들고, 미래 인재를 위한 문화기반 시설 책둠벙 도서관을 건축하고, 지역민의 문화 감수성을 제공하는 극장을 만든 당시의 고성군수와 공직자, 의회에도 지면을 빌어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30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김근 / 편집인 : 황영호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