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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못 줄였다고 수매량부터 줄이나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23일
고성군 공공비축미곡 수매량이 지난해보다 35.6% 감소하면서 지역 농업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행정에 따르면 전국 감소율은 13.3%, 경남도는 29.5%다. 고성군의 감소율은 전국보다 22.3%포인트, 경남보다 6.1%포인트 높다. 전국적인 감소 추세 속에서도 고성 농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고성군의 벼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545㏊ 늘어난 것이 수매량 감소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타작물 재배가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되지 않아 벼농사를 줄이기 어려웠던 현실이 있다. 벼농사를 줄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매량부터 크게 줄이는 것이 과연 농민을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벼 재배면적 감축을 추진하는 이유는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생산 조정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의 목표가 정당하다고 해서 추진 방식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농민에게 벼 재배면적을 줄이라고 요구하려면 다른 작물로 전환해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대체 작물의 판로가 불확실하고 가격 변동이 심한 데다 생산비를 제외한 소득마저 불안정하다면 농민이 기존 벼농사를 유지하는 것은 생계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농업은 행정의 계획이나 정책 목표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농민에게 한 해 농사의 수익은 생계와 직결된다.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실제 소득과 판로, 기존 농기계와 시설의 활용 가능성까지 따져야 한다. 작물 전환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농민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면 재배면적 감축정책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고성군의 벼 재배면적이 545㏊늘어난 배경에도 이러한 현실이 작용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재배면적 증가라는 결과만으로 농민에게 정책 불이행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접근이다.
물론 생산 감축정책에 참여한 농가와 참여하지 않은 농가에 차이를 두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정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합리적인 인센티브는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 참여를 독려하는 것과 공공비축미곡 수매 기회를 크게 줄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공공비축미곡은 국가 식량안보를 위한 제도인 동시에 농가의 중요한 쌀 판매 경로다. 수매량이 줄면 농민은 다른 판매처를 찾아야 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제값을 받지 못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생산 감축정책이 오히려 농가의 소득 불안과 경영 부담을 키운다면 정책의 목적과 현장의 결과가 어긋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성군의 수매량 감소 폭이 전국과 경남보다 크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감소율의 차이만으로 배정의 부당성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큰 폭의 감소가 발생한 배경과 산정 기준은 분명히 살펴야 한다. 벼 재배면적 545㏊ 증가가 수매량 배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지역별 생산 여건과 농가의 실제 매입 수요는 충분히 고려됐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고성군 역시 중앙정부의 방침을 따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 농업의 특수성을 근거로 합리적인 물량 배정과 농가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농업정책은 농민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농민이 정책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과 합리적인 보상을 마련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전국 13.3%, 경남 29.5%, 고성군 35.6%라는 수매량 감소율의 차이는 지역 농업의 현실과 정책의 영향을 다시 살펴야 할 이유다. 농민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벼농사를 줄일 수 없는 이유부터 해결해야 한다.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어야 식량안보도 지킬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생산 감축이라는 목표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농민의 소득과 지역 농업의 현실을 함께 지키는 방향으로 공공비축미곡 수매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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